박서련, 더 셜리 클럽

나 박서련 정말 사랑해? 더셜리클럽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이 사랑스럽다. 인종차별적 발언을 하는, 질투쟁이에 얄미운 그 도라까지도 밉지가 않았다. 이토록 평화로운 남의 이야기 읽기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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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설희의 영어이름은 셜리이다. 워낙 올드패션드인 네임이라 원어민 강사조차도 굳이 한국 이름과 비슷한 영어이름을 사용할 필요는 없다고 만류했지만, 설희는 호주로 워킹홀리데이를 떠나 셜리로 살면서 평생 잊을 수 없는 인연들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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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지 이름이 같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도움을 주고, 도움을 받고, 위로를 하고, 위로를 받으며 FUN, FOOD, FREIND를 외치는 유쾌한 할머니들. 정말이지 모두가 사랑스러운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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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영어 이름은 안나인데, 내 한국 이름과 비슷하기도 하고 한창 겨울왕국이 유행하던 시절 엘사보다 안나를 더 좋아했던지라 그 이름을 택했고, 예전 직장에서 외국인 직원들과 메일을 주고 받을 때도 이 이름을 썼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안나라는 이름 또한 트렌디한 이름은 아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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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더 안나 클럽을 갖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안나는 주로 여자 이름일 것인데, 연령대는, 국적은 어떨까. 처음보는 안나를 공항으로 마중나가 우리 집에 초대하고, 한국음식을 맛보여주고, 필요로 하는 도움을 주는 것은 아주 소중한 경험이 될 듯한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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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빠질수 없는 S와의 러브 스토리. 여러 문화적 배경을 지닌 사람들은 그 문화적 배경에서보다 그들을 사랑해주는 사람들 안에서 정체성을 찾게 된다는, 우리는 우리가 사랑하고 우리를 사랑해주는 사람들 안에서 우리가 된다는 셜리 넬슨 할머니의 편지가 오래토록 가슴에 남는다. 세상의 모든 셜리들과 세상의 모든 이름들의 행복을 기원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