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싫어서

제목부터 눈길을 끈다. 《한국이 싫어서》. 그래서 도대체 어쩔 것인가, 궁금증을 안고 책을 펼쳤다. 젊은 작가 시리즈 중 하나인 장강명 작가의 이 작품은 많은 이들에게 알려졌지만, 나는 그 사실을 늦게 알았다. 2015년에 출간된 이 책의 내용이 9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현실과 맞물려 있다는 점에서 마음이 무겁다.

한국이 싫은 이유는 간단하다, 남보다 뒤떨어지면 ‘사람 취급을 받지 못해서’, ’한국에 더 이상 못 있겠기에‘

학벌, 직장, 집안, 가족 모두가 ‘일정 수준’ 이상이어야 한다. 그런데 이 ‘일정 수준’이라는 기준이 도대체 무엇인가? 그 유명한 엄마 친구 아들인가?

이 사회가 정해놓은 생애 주기 발달 과업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한 사람은 금세 보통 선(線)에서 이탈한 낙오자가 된다.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조차 모른 채 하루하루 표류하는 삶을 살아간다. 아직도 이런 현실이 지속되고 있다.

책은 ‘계나’라는 27세 여성의 이야기를 통해 여러 사연을 담아냈다. 인종과 신분 차별의 심연부터, 사회에서 발생하는 여러 부정적인 현상까지 생활 밀착형 에피소드로 독자의 머릿속에 깊이 각인시킨다. 남성 작가가 이십 대 후반 여성을 이렇게 생생하게 묘사했다니, 그가 정말로 캐릭터에 빙의한 것은 아닐까 싶을 정도다. 그간 조사와 인터뷰가 얼마나 철저했는지를 엿볼 수 있다.

 

‘한국이 싫어서’ 떠나는 이유보다, ‘행복을 찾아서’ 한국을 떠난다는 계나의 마지막 말이 더 짠하게 느껴진다. 전자는 한국이 좋아지면 돌아올 가능성이 있지만, 후자는 한국에서 행복을 찾을 수 없기에 돌아올 의지가 없다는 뜻이 농후하니까.

과연 우리는 오늘의, 내일의 대한민국 속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