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란 쿤데라의 글은 놀라운 통찰력을 보여주는 동시에 따뜻하고 아름답다. 감탄하면서 감동 받는 느낌을 동시에 가장 선명하게 받을 수 있는 이야기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암캐의 월경은 장난기 섞인 애정을 불러일으켰지만 자기 자신의 월경에 대해 혐오감을 갖는다는 사실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내가 보기에 해답은 간단하다. 개는 결코 낙원에서 추방된 적이 없다. 카레닌은 영혼과 육체의 이원성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혐오감이 무엇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테레자는 그의 곁에 있으면 기분이 좋고 편안했던 것이다.(그런 까닭에 동물을 생기 있는 기계로 바꾸고 암소를 우유를 생산하는 자동인형으로 만드는 것이 그토록 위험한 것이다. 그렇게 하면 천국과 그들을 연결하는 끈을 인간이 끊는 셈이며, 그 어떤 것도 시간의 공허를 통해 비상하는 동물을 막거나 위로할 수 없기 때문이다.)” (p.490)
낯선 것도 당연하게 받아들이도록 하는, 당연한 것도 아름답게 표현하는 그의 글에 언제나 매료되고 설득당한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라는 허무함을 이렇게 섬세하고도 풍부하게 그려낼 수 있음에 놀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