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혼비 박태하 / 전국축제자랑

‘이상한데 진심인 K-축제 탐험기’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지역축제 탐방기이다. 일반적인 여행 에세이와는 차별화된 소재에 끌렸고 김혼비 작가 책을 어쩌다보니 다 읽어보게 됐는데, 그래서 지나치지 못하고 집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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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한 드립에 피식거리다 껄껄 웃기도 하고 한편으론 입맛이 떫기도 했다. 서울공화국이라고 일컬어지는 대한민국의 지방 상황의 민낯이 가슴 아파서. 허접하고 촌스럽지만 축제를 열심히 준비한 지자체 공무원들과 주최측의 절실함이 엿보여서. 마치 강남 8학군의 친구들과, EBS 인강과 엉덩이 힘만으로 인서울 대학 입학을 두고 경쟁하는 지방의 고등학생들을 보는 느낌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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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04

축제란, 아니 K-쇼란 본디 그런 본질적인 질문 대신 ‘우리가 왜 짱인가’를 증명하기 위해 관련될 수 있는 모든 것을(관련 없을 것 같으면 ‘관련’의 의미를 무한 확장해서라도) 때려 넣어 보여 주면 되는 것이었다. 부재한 철학은 중구난방 콘텐츠로, 중구난방 콘텐츠는 음향·조명·스케일을 최대치의 ‘고퀄’로 뽑아내어 잘 커버하는 것이 K-쇼의 척도라면 ‘밀양강 오딧세이’는 예상을 훌쩍 넘는 양과 질로 흠잡을 구석 없는 쇼다. 축제 기간에 밀양에 갈 일이 있다면 꼭 한번 보라고 추천할 수도 있겠다. K에게서 늘 배우는 교훈은 일관되게 일관성이 없으면 일관성이 생긴다는 점이다. K에게 가장 아쉬운 점이면서 동시에 (불가피하게 선택할 수밖에 없는) 어떤 힘이기도 한. ‘이렇게까지’를 통해 가닿는 K-뚝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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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88

축제는 이런 지방 도시들이 지역에 활기를 불어넣고자 시도하는 분투일 테지만, 거듭된 축제들을 통해 지자체 스스로도 이제 알고 있을 것 같다. 축제를 통해서는 인구 유출을 막는 것도, 지역 경제를 살리는 것도, 하다못해 축제 자체의 수익을 내는 것도 무리라는 사실을 말이다. 그럼에도 지자체들이 축제를 포기할 수 없는 건, (본문에서도 잠깐 말했듯) 불황일수록 그나마 유일하게 노력해 볼 구석이 관광 마케팅뿐이기 때문일 것이다. ‘뻥축구’조차 제대로 할 수 없는 실력의 축구팀이 그나마 기댈 곳은 바로 그 ‘축구’인 것처럼. 게다가 축제는 지자체가 할 수 있는 여러 시도 중 상대적으로 예산도 덜 들고, (어디까지나 ‘상대적’이다.) 당장 흥행에 실패하더라도(바로 증명할 수 없는) 경제적 파급 효과라든가 딱히 계산하기 힘든) 지역 이미지 제고 효과라든가 주민 통합 및 문화 이벤트 제공 같은 무형의 이득으로 낙관하고 넘어갈 수도 있다. 그러니까 지역 축제는, 생존의 기로에 놓여 있지만 별다른 대안이 없는 지방 중소 도시들의 최후의 보루이자, 다들 하는 마당에 안 할 수도 없어 어떻게든 그럴싸하게 뽑아내야 할 숙제 같은 것이다. 그러니 정념과 관성이 교차할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