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쉬움이 많이 남는 책이다. 뉴욕에서 이방인으로, 제2, 제 3언어로서의 한국어를 가르치며 살아가는 남자의 이야기. 가족에 대한 죄책감. 헤어진 연인에 대한 기억. 과거와 현재의 나에 대한 솔직한 듯 방어적인 서술. (자기연민이 느껴지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허구적 이야기라고 해도 작가 본인의 배경과 경험을 많이 녹여서 썼음을 알고 있으니 더욱 그 사실성이나 묘사의 참신함 등에 있어서 아쉬움을 느꼈다. 짧은 호흡으로 쓴 글이 나열되어 있는 그 방식이 소설의 이야기 방식에 어떤 영향이 있는지도 설득이 되지 않았다. 가독성이 좋은 글인지, 기시감이 느껴지는 글인지도 애매했다.
그래도 재밌는 에피소드들을 여기저기 배치해 계속 읽을 수 있는 그 흥미를 느끼게 한 글임은 확실하다. 애덤 홍이 어머니께 쓴 편지를 검수해주는 에피소드는 강렬했다. ‘안녕’을 묻고, 바라고, 빌어주는 한국어가 ‘초급 한국어’라니, 참 멋진 언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