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음 가득한 여름에 갇힌 기분이었다. 심장은 겨울에서 떨고 있는데도.
낭만적이기도 끔찍하기도 했다. 분명 여름인데 겨울의 냄새가 났다. 탄내가 나기도 했다. 외로운 냄새가 진동했다. 그래도 죽음의 냄새는 아니었다.
뒤섞긴 계절을 지나며 짝꿍을 마음속에서 키워내 수확한 문장들을 보면 나도 덩달아 마음에서 땀이 났다. 두 사람이 나눠 쥐고 있는 미래의 모양도 궁금했다. 그 모래사장의 모든 모래를 두 사람의 손에 쥐여주고 싶었다.
시 하나에서도 몇 번이고 오르락내리락 하는 마음을 읽었다.
돌이 되었을까. 잘 잘린 채로, 납작하게 눌린 채로.
누군가의 여름밤의 긴 꿈을 훔쳐본 듯하다.
그 꿈은 환상(적)이었고 그래서 슬펐다.
여름밤은 짧은데 여름악몽은 어쩜 깨지도 않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