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트케는 <관객 모독>과 <카스파>로만 알고 있어서 이런 글도 썼는지 몰랐다. 감상적인 글이라는 표현이 맞는지는 모르겠지만,분명히 다른 ‘류’의 글이다. 에세이..? 산문? 오토픽션..? 여러가지로 분류될 수 있는 글 같다.
표제작인 ‘소망 없는 불행’은 자살로 생을 마감한 어머니의 일생을 그려보는 글이자 일종의 작가적 시도 같다. 연민과 애정이 묻어있지만 넘쳐 흐르지는 않는다. 어머니의 삶을 이해해보려는, 그만의 추모 방식이었을까? 글로 써서 거리를 두는 방식으로 어머니의 죽음이라는 트라우마와 화해할 수 있었을지 궁금하다.
’아이 이야기’는 아빠의 시점으로 쓴 육아 일기와도 같다. 아기가 자라서 학교에 갈때까지를 기록하는데, 꼭 외계인이나 다른 종족을 바라보듯 경이에 사로잡혀 쓴 관찰일지 같다. 그 관점이 조금 특이(?)해서인지 흔히 말하는 부성애가 느껴지진 않았다.
언어와 체계에 도전하는 실험극을 쓴 작가를 아들과 아버지로서 만나는 건 꽤 독특한 독서 경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