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읽고 자야지 했는데 침대에 누워서 순식간에 다 읽었다. 이런 게 펄프픽션의 맛일까. 주인공 프랭크의 1인칭 시점으로 전개되는 누아르 소설, 미국 하드보일드 문학의 대표작이라고 한다. (헤밍웨이로부터 시작된) 감상에 빠지지 않고 냉철한 문체로 현실을 그린 문학 사조라는데, 이 소설은 워낙 대사가 많아서 그런지 그렇게 건조하다는 느낌은 없었던 것 같다. 하드보일드 누아르 영화를 생각하면 지나칠 정도로 대사가 없고 건조한 작품을 떠올리다 보니 말이다. 이야기가 법정 드라마로 가면서 대사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서 오히려 늘어지는 느낌이 들기도 했지만, 이야기가 워낙 단순하다보니 잘 따라갈 수 있었다.
불륜, 보험금 사기, 사고사 위장, 복수, 사형… 1934년에 출간됐다니 당시엔 얼마나 파격적이고 자극적이었을까? 이런 소재와 이야기가 ‘프로토타입’이 되어 통속극이 되어버린 요즘의 현실이 왠지 씁쓸하다. (그리고 언제나 현실은 허구보다 훨씬 파격적이고 잔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