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국

그 유명하다는 첫문장만 수십번 들으면서 읽어야지, 읽어야지 하고 계속 미뤄두다가 독서모임 도서로 선정되어 이제서야 읽었다.

눈이 내린 곳은 눈으로 인해 아름답게 묘사하면서, 인물들의 마음 속은 시리게 묘사되어 마음의 허무와 쓸쓸함이 더 부각되게 느껴졌다.

자신을 그토록 애닳게 사랑하는 고마코의 마음은 헛수고라고, 그래서 자기가 뭘 해줄 수 있느냐고 안하느니만도 못한 대꾸나 하는 시마무라가 자신이 좋아하는 옷감인 지지미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상상하며 ‘온 마음을 바친 사랑의 흔적은 그 어느 때고 미지의 장소에서 사람을 감동시키고야 마는 것일까?’ 하고 생각하는 장면에서도 외부의 아름다움과 내면의 냉소의 대조가 느껴져 쓸쓸했다.

설국에 대해 문학적 아름다움이 깃들어 있고 심리적 깊이와 인간관계에 대한 허무 등이 담겨있다고 하는데 사실상 설국에서 말하고 싶은 메세지를 내가 정확하게 읽어내지는 못한 것 같다.

그냥 시마무라와 같이 눈의 고장에 여행을 간 기분으로 잠시 머물렀고, 깨끗하다 못해 눈이 부신 이미지들 때문에 더 서글픈 마음이 들었다.

그냥, 그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