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소설 귀신들의 땅. 민음사에서 재밌다고 소소하게 이슈중이었는데, 왠지 제목과 표지도 대작의 냄새가 나서 도서관에서 빌려보았다.
딸 다섯, 아들 둘 가족의 이야기가 각 인물들의 시점에서 펼쳐지는데, 꼭지가 길지 않고 문체도 어렵지 않아서 쉽게 읽혔다. 대만이 역사적으로도 문화적으로도 한국과 많이 닮아있어서 그냥 한국 70년대 이야기라고 해도 믿을 만큼 이질감이 없었다. 근데 사실 나는 “도대체 언제 재밌어지는거야”하면서 끝까지 다읽음…;; 결론적으로 재미없었단 말이죠? 나름의 반전도 있긴 한데 그래서 어쩌라고 싶은 반전이라 아쉬웠다. 할머니, 외할머니부터 다섯딸들에게로 내려오는 각자 다른 불행의 서사가 주된 내용인듯한데, 분명 시점이 바뀜에도 묘하게 주인공은 막내아들이다. 막내아들의 불행이라 하면… 게이여서 유학 중 독일에서 남친잘못사귀어 우발적 살인을 하고 교도소에 수감되어있다 출소한 것뿐인데도 이상하게 가장 불쌍하고 힘든 막내아들로 은은한 프레임이 씌워져있다. 아무래도 작가의 인생이 투영된 캐릭터라서 그런 걸까? 내내 흥미롭게 읽다가도 문득문득 그래서 하고싶은 말이 뭔데! 의 상태가 되고 만다.
솔직한 나의 감상은 그렇지만 커뮤니티를 뒤져보니 꽤나 감명깊게 읽은 사람도 꽤 있는듯해서 불호후기를 남기기가 좀 그렇다. 완전 별로! 까지는 아니고 그냥저냥 읽은 소설이었을 뿐. 소설의 분위기만으로 재미를 찾을 수 있는 독자라면 흥미롭게 읽을법한 책이다. 끈적한 대만의 더위에 걸맞는 습하고 꿉꿉한, 미스테리하면서 불쾌한 스토리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이 소설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