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들의 땅

천쓰홍 | 옮김 김태성
연령 17세 이상 | 출간일 2023년 12월 29일

축축하고 눅눅한 대만의 작은 마을 용징의 풍경이 그대로 눈 앞에 펼쳐 그려지는, 그래서 낮보다는 새벽에 보아야 하는 책이라는 어떤 리뷰의 말에 지극히 공감했다. 책장이 잘 넘어가는 책이지만 단순히 재밌다고만 할 수 없었던 이유는 매 에피소드마다 황당하고 부조리한 일상들과 그에 숨 쉬듯 따라오는 상처의 무게가 너무 크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용징에 터를 잡고 사는 첫째 딸 수메이와 넷째 딸 쑤제를 제외한 남은 형제들은 타이베이로, 독일로 뿔뿔이 흩어져 살고 있지만 떼어낼 수 없는 그림자처럼 고향 용징은 언제나 그들의 뒤꽁무니에 찰싹 붙어있다. 톈홍이 마침내 용징으로 돌아오는 시기는 귀문이 열리고 귀신이 돌아오는 중원절. 한 자리에서 만난 천씨네 온 가족은 살아있든 죽었든 어디에도 정착하지 못하고 떠도는 귀신과 같다.

 

첫째 딸 수메이부터 일곱째 막내 아들 텐홍까지, 비슷비슷한 이름이 헷갈려서 메모장에 쭉 쓰고 그때 그때 찾아가며 읽는 과정도 나름의 즐거움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