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러키 스타트업

장르를 ‘시트콤 소설’이라 명명한 이 책은 정말 유쾌하고 골때린다. 인터넷 썰을 보듯 비속어가 거리낌없이 등장하고 깃털처럼 가벼운 에피소드의 향연이다. 그치만 소리내어 깍깍 웃을 정도로 재밌으면서, 중간중간 굉장히 인상적인 메세지도 등장해서 만족스럽게 봤다. 여혐을 하기위한 남혐을 하는 사장님이라던가, 나를 감정쓰레기통으로 삼지 말라는 친구야말로 나의 이야기를 쓰레기로 생각한게 아닐까 한다는 문구들이 불쑥 등장해 머릿속에 꽂혀들어왔다.

너무 가벼운 소설을 싫어하는 자에겐 추천하지 않지만 독태기에 접어들었거나 그저 재밌는 책을 읽기 바란다면 적극 추천할만한 책이다. 전에 정지음 작가의 또다른 책인 ‘젊은 adhd의 슬픔’을 읽으며 작가의 말재주는 흥미롭지만 내용 자체가 내가 공감하기 어려운 adhd환자의 수기라 아쉬웠는데, 이 책이 딱 그 단점(나에게만 단점이었을 수 있다)을 보완한 소설이라고 느껴졌다. 작가의 재기발랄한 문체와 우당탕탕 굴러가는 스타트업의 생활 시너지가 너무 좋다. 하지만 만약 내가 정말 언러키 스타트업에 다니고 있다면 이 책을 결코 웃으면서 볼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