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애들을 끌어당기는 것은 그런 흔하고 평범한 이유가 아니다. 그게 뭐든 내 짐작이나 예상 밖에 있는 어떤 것이 분명하다. 그렇지만, 어쩌면. 그건 딸애의 착각이 아닐까. 아직은 어리석고 순진한 이 애들의 오해가 아닐까. 그래서 며칠이 지나면, 몇 달이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없던 일처럼 될 수 있지 않을까’ -p.62
이 소설의 화자에겐 ‘여성’을 애인으로 둔 딸이 있다. 게다가 딸과 그의 파트너는 엄마의 집에 잠시 들어와 살게 된다. 글의 화자인 엄마는 딸의 상황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지도 그렇다고 내버려두지도 못한다. 하지만 소설은 전체적으로 소란스럽지 않게, 시끄럽지 않게 전개된다. 비록 엄마는 고민과 갈등을 끊임없이 겪지만 엄마, 딸, 딸의 애인과의 관계를 망가뜨리는 결말로 가지 않는다.
‘모든 게 제자리로 돌아와 있으면 좋겠다. 내가 이해하고 받아들이려 노력하지 않아도 되는 순조롭고 수월한 일상. 그러나 이제 나를 기다리고 있는 건 끊임없이 싸우고 견뎌야 하는 일상일지도 모른다. 그런 걸 받아들일 수 있을까. 견뎌 낼 수 있을까.’ -p.197
수육 접시를 ‘그 애’에게 밀어주며 많이 먹으라고 말하는 엄마. 아득한 내일에 대해 생각하기 보다는 오늘 일을 마무리 하겠다는 엄마의 다짐엔 딸을 이해해보려는 노력 혹은 체념이 담겨 있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