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간일 2000년 12월 2일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새는 신에게로 날아간다. 신의 이름은 아브락사스.❞

❝내 속에서 솟아 나오려는 것. 바로 그것을 나는 살아 보려 했다. 그러기가 왜 그토록 어려웠을까?❞

❝그래요. 자신의 꿈을 찾아내야 해요. 그러면 그 길이 쉬워지지요. 그러나 영원히 지속되는 꿈은 없어요.
어느 꿈이든 새 꿈으로 교체되지요.
그러니 어느 꿈에도 집착하면 안 돼요.❞

 

어려서 읽었을 때는 위와 같은 문장들에 사로잡혀 주로 나의 정체성을 자문했었다.

이후로 몇 번 재독 했으나, 이 위대한 작가의 위대한 작품을 제대로 남긴 기억이 없기에 현재 나의 시점에서 본 개인적 사유를 적는다.


[ 인간 정신의 복잡성과 자기 발견에 대한 끊임없는 추구 ]

작품의 핵심은 ‘정체성’에 있다.
독자는 인물 ‘에밀 싱클레어’를 통해 여러 감정과 경험을 공유한다.

영성, 철학을 내러티브에 녹여 기존의 규범에 도전할 뿐만 아니라, 삶의 근본적인 질문들을 숙고하게 한다.

교훈주의로 그치는 것이 아닌, 독자가 싱클레어와 나란히 동행하여 그 감정을 오롯이 교류하도록 눈높이를 맞춘다.

명쾌한 해답을 얻기보다 삶에 대한 깊은 질문들을 하게 하는 것이다.

[ 읽기의 경험을 예술성으로 승화 ]

소설의 언어는 마치 ‘단어 교향곡’과 같다. 문장에서 예술성이 느껴져 시와 같은 여운을 준다.

극적인 문체로 감정을 오롯이 전이 받고, 싱클레어의 입장을 통해 우리 자신의 미묘한 관점 변화를 경험하게 한다.
이는 헤세가 창조성, 성찰의 시금석이라 칭송받는 이유이다.


[ 인간 경험에 대한 심오한 탐구 ]

작품은 인간의 내면을 내비치는 거울, 삶의 심오한 질문에 대한 고해성사와 같다.

일방적인 흐름이 아닌, 독자의 성찰의 길로 이끄는 것.
위대한 인류의 마스터피스로 전해지는 까닭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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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에 다시 읽는다면 또 어떤 감정이 들런지.

글을 남김으로써 과거의 나, 미래의 나를 연결하는 계기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