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격(失格) :
1. 격식에 맞지 아니함.
2. 기준 미달이나 기준 초과, 규칙 위반 따위로 자격을 잃음.



‘인간’이라고 불릴만한 최소한의, ‘상식적인 기준’이라는 것은 무엇일까. 또 얼마나 기준에 맞지 않아 ‘인간 실격’이라고 했을까.



심드렁하고 무기력해 보이기까지 하는 어느 남자의 자화상을 본다. <인간 실격>이라는 제목과 더불어 그의 표정을 본다. 힐끔 쳐다보는 그의 눈동자는 ‘당신은 인간의 자격이 있는가?’라고 반문하는 것처럼 무표정한 얼굴을 딛고 새초롬하게 반짝인다. 그래서 <인간 실격>이 제목이 더 와닿는다. 책을 다 읽고 나니 작가의 사진과 글과 그림이 마치 한 몸에서 잉태한 자웅동체처럼 느껴진다.



자신의 이야기를 타인화해서 각색했지만, 결국 작가 본인의 이야기다. 이는 시대를 살아가는 인간의 보편적이며 이중적인 모습을 그대로 반영한다. 우리는 무수히 많은 가면을 쓰고 진심을 외면하며 보이는 것이 전부인 것처럼 행동한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명목 아래, 표면화된 행동과 감정을 수면 위로 떠올려 반응한다. 무엇이 진짜이고 가짜인지 구분하지 못한 채, 내 진정한 모습이 무엇인지 알지 못한 채.



그렇지만 독자인 나는 자기 모습을 끝까지 가식으로 남기지 않은 작가를 보며 위안을 얻는다. 자신의 역겨운 본모습을 감추기 위해 오랜 시간 익살스러움을 연기하며 스스로를 조롱했던 그. 치밀하게 예민하고 신경증적인 모습으로 때때로 안타깝지만 자신과 주변에 대한 이중적인 모습을 증오, 끝내 자신이 되기 위한 치열한 몸부림을 통해 세상에 던진 메시지를, 나는 오랫동안 질겅질겅 곱씹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