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이유는 없습니다. 다소 변명 같은 말을 많이 했습니다. 동생의 입버릇을 그대로 흉내 냈다는 느낌도 듭니다. 오시기를 기다릴 뿐입니다. 한 번 더 뵙고 싶습니다. 그뿐이에요. 기다림. 아아, 인간의 생활에는 기뻐하고 화내고 슬퍼하고 미워하는 여러 가지 감정이 있지만, 그래도 그런 건 인간 생활에서 겨우 1퍼센트를 차지할 뿐인 감정이고 나머지 99퍼센트는 그저 기다리며 살아가는 게 아닐까요. 행복의 발소리가 복도에 들리기를 이제나저제나 가슴 저미는 그리움으로 기다리다, 텅 빈 공허감. 아아, 인간의 생활이란 얼마나 비참한지! 차라리 태어나지 않는 편이 좋았겠다고 모두가 생각하는 이 현실. 그리고 매일 아침부터 밤까지 헛되이 뭔가를 기다려요. 너무 비참해요. 태어나길 잘했다고, 아아, 목숨을, 인간을, 세상을 기꺼워해보고 싶습니다.
가로막는 도덕을, 밀쳐 낼 수 없나요?//
솔직히 처음 읽었을 때는 나오지가 견딜 수 없을 정도로 싫은데, 나오지의 유서를 읽는 순간 나오지를 연민하게 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제는 연민을 넘어서 아주 조금은 공감하게 된다. 귀족과 평민의 경계에서 스스로 망가지기를 택한……. 모르겠다. 너무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