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유명한 데는 다 이유가 있다

?‍?1929년에 발표된 글을 2023년에 읽으며 내가 얼마나 시대에 뒤떨어졌는지 깨달았다는 슬픈 이야기..

➡️ 버지니아 울프의 단편 소설 네 편과 두 편의 에세이가 실려있는 <디 에센셜> 두 번째.

 

울프의 작품은 어렵다는 인식이 팽배해서 그런지 가독성이 뛰어나고 분량도 매우 적은 <유산>과 <V양의 미스터리한 일생> 앞부분에 배치함으로써 진입장벽을 낮춘 것 같은데 아주 영리했다고 본다.

 

➡️ 제인 오스틴, 에밀리 브론테, 조지 엘리엇 등의 여성 작가들을 문학사 안에 위치시킨 최초의 시도이자 여성 문학 비평의 정전으로 평가받는다는 대표작 <자기만의 방>도 악명만큼 어렵진 않으니 지레 겁먹지 않으셨음 좋겠다.

 

울프가 ‘여성과 픽션’을 주제로 한 강연 요청을 받고 강단에 서기까지 이틀 간 자신의 견해를 숙고한 과정과 결론을 정리한 에세이인데 버지니아 울프하면 떠오르는 #페미니즘 #모더니즘 #의식의흐름기법 을 전부 경험할 수 있으니 꼭 일독해보시길. 고작 이틀 간 이 정도의 사유와 글쓰기가 가능한 천재성도 놀랍다.

 

사실 의식의 흐름 기법은 나랑 좀 안 맞는데도 울프의 글을 계속 읽을 것 같다. 주된 이유는 그녀의 통찰력에 반했기 때문이고, 100년 전의 그녀가 현재의 나보다도 훨씬 깨어있어 배울 점이 많기 때문이며, 자신의 주관을 밝힌 후에 ‘진실이란 여러 가지 그릇된 의견들이 모두 개진된 후에야 비로소 얻어질 수 있다’고 말하는 자세까지 존경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 누구도 아닌 ‘자기 자신’으로 살아가고 싶다면, 자기 자신이 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늘 되뇌이던 울프의 글을 꼭 만나보길.

 

? 픽션이나 시를 쓰려면 일 년에 500파운드의 돈과 문에 자물쇠를 채울 수 있는 방이 필요하다. (중략) 연간 500파운드란 심사숙고할 수 있는 능력을 상징하며 문에 달린 자물쇠는 스스로 사고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p.266~269

 

?“아무리 사소하고 아무리 광범위한 주제라도 망설이지 말고 어떤 종류의 책이라도 쓰기를 권하고 싶습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여행하고 빈둥거리며 세계의 미래와 과거를 성찰하고 책을 읽고 공상에 잠기며 길거리를 배회하고 사고의 낚싯줄을 강 속에 깊이 담글 수 있기에 여러분 스스로 충분한 돈을 소유하게 되기 바랍니다.”-p.273

 

?‍? 기지를 발휘해 연간 500파운드를 만들라면서 울프는 그 돈을 스스로 번 게 아니라 숙모에게 상속받았단 건 쫌 아쉬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