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제목만으로도 이미 유명한 책. 책인줄도 몰랐던 시절부터 “욕망이라는 전차”라는 말은 참 많이 들었던 것 같은데,, 문득 책이라는 사실을 알고 궁금해졌다.(희곡인지는 책을 읽으면서 알았다는…머쓱..)

 

‘아름다운 꿈’이라는 의미를 가진 벨 리브에 설던 블랑시는 모든 것을 잃고, 동생 스텔라가 사는  ‘극락’이라는 동네로 온다.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를 타고.

스텔라는 스탠리와 결혼해 현재 임신한 상태이다. 블랑시는 자신의 생각과 달리 방 두개짜리의 자그마한 집에서 교양이라고는 눈꼽만치도 없는 남자 스탠리와 살고 있는 동생이 그저 안쓰럽다. 두 자매는 오랜만에 만남으로 반갑지만, 스탠리는 아내와 아내 언니의 벨 리브가 어찌되었는지만 그저 궁금하다. 블랑시는 그런 스탠리에게 벨 리브는 이미 빚으로 파산하여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전하지만, 스탠리는 그 사실을 믿을 수가 없고, 블랑시의 가방에서 나온 각종 사치품들을 보며, 그녀가 자신을 속인 것이 아닌가하는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

블랑시 역시 자신을 보고도 전혀 예의를 갖추지 않고, 거칠게 나오는 스탠리가 싫고, 그렇게 계속 해서 둘은 대립한다.

스탠리와 함께 일하는 미치와 블랑시가 깊은 관계로 발전하게 되자, 스탠리는 블랑시의 과거를 미치에게 폭로하고, 미치는 그녀를 떠난다.

과거의 영광을 되살리면서도, 과거로부터 떠나고 싶었던 블랑시는 스탠리로 인해 모든 것이 무산되었음을 알고, 그와 대립하며, 파국으로 치닫는데.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욕망에 사로잡힌 이는 과연 누구였을까하는 생각을 했다. 개인적으로 진짜 ‘욕망’이라는 이름을 가진 전차를 타고 파국까지 치닫는 인물은 누구였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책속의 결말에서는 분명히 보이긴 하지만, 사실 인생의 끝을 모르는 상황에서는 결국 누구의 결말도 모르는 셈이니까.

오로지 힘과 성으로 지배하는 남자 스탠리는 욕망 그 자체의 인물이다. 모든 사람을 자신의 발 아래 두고 지배하려는 현실 욕망의 인물. 그 힘에 대항하던 인물이 블랑시였으나, 블랑시 역시 자신만의 욕망에 사로잡혔던 인물이다. 과거의 영광을 꿈꾸며, 현실을 제대로 보지 않고, 그 욕망 역시 자신이 아닌 타인을 통해 그리고 싶은 나약한 인간이다. 그래서 가장 먼저 무너진 인물인지도.

개인적으로는 스텔라라는 인물이 내게는 와닿았다. 어쩌면 보통의 나와 닮았으니까. 언니와 남편의 대립 속에서 결국 힘의 역학을 택하는 어쩌면 가장 현실적인 인물 이니까. 현실의 힘에 안주해, 자신의 삶을 영속하고 싶은 욕망을 가진 인물이기에.

하지만 인생의 말미를 놓고 본다면, 누구의 욕망이 가장 근접할 수 있는 것이였을까.

인간의 욕망이랑 채워질 수 없는 것이라는 것을 깨닫기 전까지는 절대 완성할 수 없는 것이니, 모두가 다 파국인 것일까?.

 

얇은 희곡이 이토록 촘촘하게 인간 군상을 적나라하게 보여 줄 수 있다니. 그저 놀라울 따름.

진짜 추천!!!

 

“블랑시  : 네가 지금 말한 건 동물적인 욕망, 그냥 욕망일 뿐이야! 좁은 길을 오르락 내리락 하면서 프렌치 쿼터 지역을 쿵쿵거리며 달리는 저 낡아 빠진 전차 이름 말이야..” p.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