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읽을 때의 느낌과 나이가 들고 읽을 때의 느낌이 사뭇 다른 책들이 있다.
이 책 역시 그렇다.
10대때 읽었을 땐 그냥 러시아 가문의 온통 바람피는 치정스토리인가 싶었는데,
나이가 드니 다른 감정과 분위기들이 보인다.
욕망과 삶을 지배하는 우울감, 삶을 살게하는 동력, 삶이 살아지는 운명들.
이 책은 겨울의 느낌이다. 눈 덮인 포근한 겨울이 아니라, 해질녘 노을이 가득차서 색은 따스하지만, 실제로 그 속에 서있는 사람들은 을시년스러운 낙엽마저 다 바스라져서 앙상한 나뭇가지만 남은 겨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