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 없음

“그게 온다고 한다”

빨간색, 검은색 눈이오다가 회색 눈으로 바뀌며, 전세계는 겨울이 되었다. 햇빛도 거의 없고 춥디 추운 겨울. 회색으로 모든 것이 뒤덮여 색깔이 사라진 세계. 그런 세계에서 사람들은 먹을 것도 희망도 잃어 회색인간이 되어간다.

그런 세계속에서의 사랑하는 두남녀와 그들의 반려견 반의 이야기이다. 그들은 컨테이너 박스에서 살고 있다. 그는 구두를 수선하고, 그녀는 의사다. 그들은 컨테이너에서 살아가고, 회색인간이 되어 떠나간 이들을 제외하고 그들에게 구두를 고치러오는 사람, 주변인들과 겨우 관계를 맺어가고 있다. 누구도 현실을 낙관하지 않고, 말그대로 오는 그것을 기다리는 시간들. 그 시간들과 외로움을 견디지 못해 현실을 부정하거나, 현실을 떠나 회색인간이 되거나 자살하는 이들 속에서 그와 그녀는 서로의 온기를 느껴가며 살아간다.

그의 반려견이 였던 반을 통해 그와 그녀는 처음 만났고, 반은 죽어가고 있다. 그리고 그들도 현실에 대항하지도 떠나지도 않은채 온다는 “그것”을 기다리지도 않으면서 그저 하루하루를 살아낸다.

그것이 뭔지는 모르겠으나, 사람이 누군가와 함께 있다는것에 대한 안정감. 재미있게도 그것은 가족애에서 오는 사랑은 아니였다. 그녀의 가족은 회색인간들과 떠났으니까. 하지만 그녀는 그를 만나 그 현실에서도 행복했고, 그것과 상관없이, 그리고 정말 매서워지는 날씨와 달리 잔잔한 일상을 누리고 있었으니까. 다른 디스토피아 소설과는 다르다. 디스토피아는 그래도 살아는 있을수 있는 세상이니까. 이 세상은 누가 살았는지, 누가 살지 못했는지. 모르는 세상이다. 그런 세상속에서도 인간은 사랑하는 이와 함께 있어서 일상을 살아내고, 하루를 버텨내는 힘을 가질수 있음을 보여주는 소설 같다. 그래서 디스토피아와 다른 느낌이였을까.

 

이런 현실속에서 나는 아마 회색인간이 될꺼같다.(포기가 빠른편이라..) 그 인간이 어떤 존재들인지는 모르지만, 어쩌면 모두 죽은 이들일지도 모르지. 그림자가 없는. 아니면 그과 그녀가 죽은이들이였을까.  회색빛 세상속에서 그들의 삶은 가을 노을과 같은 느낌이다. 유일하게 색을 가진.

 

Goo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