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치나 맞지 않으면 다행이지

제목부터 범상치 않은 “명치나 맞지 않으면 다행이지”는 이 책의 수많은 단편 중 하나의 제목이다. 이 소제목의 단편은 우리가 소위 길거리에서 만난 빌런이라고 해야할까. 싶은 사람들을 다 모아놓은 사람들에게 저자가 하는 말같다. 버스에서 카드 안찍혀서 난감해하는 사람뒤로 신경질 내는 사람, 마트에서 카트로 남에게 피해입히는 사람, 남에게 민폐 끼치는 아줌마, 소위 개저씨라 불리는 아저씨, 내 자식밖에 몰라 오로지 내새끼 내새끼하는 부모 등등 우리의 눈쌀을 찌푸리게 하는 사람들의 유형을 분류했는데, 문득 이 챕터를 읽고있다보니, 뜨끔뜨끔 하기도 하다.. 특히 버스..ㅠ 아… 또라이 질량 보존의 법칙이 돌이켜보니 진짜 나일수도 있었겠구나.(아니면 ing 인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는..

 

이 책은 저자가 다양한 주제를 놓고, 본인의 생각을 자유롭게 풀어쓴 산문이다. 내내 유쾌하고, 내내 우습다. 개인적으로 “글자꼴로 말해요”라는 챕터를 보면서는 버스안이라 크게 소리내어 웃지도 못하고 끅끅대며 웃느라 눈물이 찔끔찔끔 났다. 주변의 그 많은 안내를 보면서 단 한번도 주제별로 별점을 매겨볼 생각을 못했는데, 디자이너의 창의력을 이런곳에서 느낄줄이야..(내가 둔한건가..)이 글을 읽고나니, 주변의 안내문을 그저 스쳐지나가지 못하겠다는 생각을 한다.

 

디자이너이면서 대학의 교수시다보니 우리나라 대학교육에 대한 부분은 글은 가볍게 다가오지 않았다. 대학은 입학이 목적이 아니라, 그 안에서 배워가는 공부가 목적이 되어야하는데, 입학이 목적이 되었다가 취업이 목적이 되어가는 학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현재의 모습에 보다 복합적인 이유가 숨어있음을 알 수 있었다. 발전하지 않는 교수, 교육 시스템, 한치 앞만 겨우 내다보는 행정 등등. 아. 씁쓸하다. 그러고 20대에게 창의력이니, 미래니 같은 소리는 하지 말아야지.

 

“이런 환경에서 배움은 돈을 지불하고 어떤 능력을 구입한다는 느낌으로 다가오기 쉽다. 교육 상점에서 스펙 아이템을 골라담아 내 이력에 장착하는 셈이다….. 중략…

그렇게 장착한 스펙 아이템으로 다시 상위 개념인 취업아이템을 구입한다. 원 플러스 원으로 야근도 딸려온다. 얼핏 우습게 들릴 수도 있지만, 많은 사람이 이런 패턴에 익숙하다” p. 81

 

와. 이말은 정말 명치를 한대 맞은 느낌이다. 근데, 정말 차라리 교육 상점에서 스펙 아이템을 골라담아 이력에 장착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사실 대학에서 스펙 아이템이란 대학 이름 말고 뭐 있긴 한가.. 싶은 생각도 들었다. (너무 시니컬해지는 건가..) 대학에서 배움을 정말 돈으로 골라담아 스펙이라도 짱짱하게 쌓을수 있다면, 더 낫지 않나. 뭐 이럴려고 대학가는건 아니지만 말이다.

가볍게 쓴 글 같지만, 가볍지 않다. 우리를 둘러싸고있는 사회에 대해 “이건 아니지 않니?”라는 말을 유쾌하게 돌려까….. 지만, 그렇기에 “아닌 현실”은 무거워 지는법. 이렇게 유쾌하게 한바탕 웃고 돌아온 지금은 아.. 한숨…. 그래도 책은 진짜 재밌다는건 안비밀.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