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학자 김상욱과 타이포그래퍼 유지원이 만났다. 과학과 예술의 경계를 넘나드는 책인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두 학문의 경계는 없다고 말하는 책이다. 예술을 사랑하는 과학자와 과학을 사랑하는 예술가의 합주가 경쾌하고 아름답다.
과학과는 담을 쌓고 살아온 나이지만, 과학만큼 인간의 호기심을 충족시켜주는 분야는 또 없다고 생각한다. 과학에 대해 찾아오는 비정기적인 갈증 해소를 위해 종종 과학서적을 찾아 읽고있는데, <뉴턴의 아틀리에>처럼 한 층 힘을 뺀 과학서적은 두 팔 벌려 환영이다.
로망스어 계통의 언어를 전공한 탓에 알파벳을 접하고 쓸 일이 많았다. 교환학생 시절 우연히 타이포그래피 전시를 관람할 기회가 있었는데, 글씨체가 예술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된 순간이었던 것 같다. 이후 TED를 통해 FUTURA(인류 최초 달 착륙에 함께한 폰트)와 폰트가 인간사에 미치는 영향을 소개하는 강연을 보며 타이포그래피라는 예술분야에 더욱 관심이 갔다.
그래서 나에게 이 책은 좋아하지만 아직은 어려운, 익숙하지만 관심단계인 두 분야의 접합점과도 같다. 복잡한 물리 개념을 예술작품으로 이해하고 서체라는 흥미로운 분야를 과학적으로 해석하니 과학을 두려워할 것도, 예술을 주저할 것도 없는 것 처럼 느껴진다.
한 단어를 두고 두 사람이 서로 다른 주제를 이야기하는 구성이 매력적이다. 김상욱은 김상욱은 주로 물리학, 생물학 등 과학적 관점에서 예술작품을, 유지원은 서체와 조형, 음악 등 예술적 관점에서 과학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두갈래의 글의 결국 인간의 감성에서 만난다. 예술도 과학도 인간이 의미를 두기에 존재하는 영역이기 때문일것이다. 타이포그래퍼의 책 답게 두 사람의 글에 사용되는 서체가 다르다는 섬세함도 너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