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지 않고 쌓이기만 하는 눈. 낭만과 비극이 공존하는 세상속에서도 무뎌지지 않는 유대가 있다. 짐승도 사람도 거짓도 진실도 전부 너무도 쉽게 눈 속으로 사라지는 세상에서 반항하듯 고개를 쳐드는 감정도 있다. 이건 멸망해가는 세상이든 아니든 달라지지 않는 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우린 모두 어디론가 영영 함께 떠나고싶은 사람을 찾기 위해 버티고 있다.

 

소설 앞부분의 첫 눈이 내리던 날의 묘사가 책을 덮고도 기억에 남았다. 종말 속에서의 그 어수선하면서도 어스름한 분위기, 그 속에서 모루와 이월이가 처음으로 대면할때 별다른 연유도 없이 그 순간이 낭만적이라고 생각했다. 이후에도 둘의 유대가 나는 소설속 가짜 눈에 대한 묘사만큼이나 좋았다. 사실보다 사람이 먼저라 알고 싶으면서도 모르고 싶은 마음, 알고도 어쩔수 없다는 마음, 말해야 하지만 입을 다무는 마음같은 것들이 너무 애틋해서, 이런 마음을 품고 끝없는 설원을 달리는 두 사람이 생존만을 남겨둔 세상 속에서도 행복을 찾을 것이란 확신이 들었다.

 

특별한 기억을 남겨준 책이다. 너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