헛된 기다림

시리즈 모던클래식 63 | 나딤 아슬람 | 옮김 한정아
연령 15세 이상 | 출간일 2013년 3월 15일

아프가니스탄 토라보라 산악지대 인근에 70대의 영국 출신으로 아프가니스탄의 진보적인 여성인 카트리나와 결혼한 마커스는 텔레반의 침공으로 아내를 투석형에, 아프간의 두 군벌인 굴 라술과 나비 칸의 싸움에 딸 자민을 잃고 홀로 살아가는 노인이다.

 

 

어느 날 자신의 남동생인 베네딕트의 행방을 알고있는 , 같이 탈영했다가 되돌아 온 동생의 전우로부터 자민과 동생이 같이 도망쳤단 말을 듣고 생사확인을 위해 러시아로부터 마커스를 찾아온다.

 

 

데이비드- 베트남 전에서 행방불명이 된 형 조나선을 찾아나섰던 그는 대학 시절 아프간 여행 중 미국 대사관에서 인질범으로 잡혔던 경험으로 보석상을 가장한 CIA요원으로 활동 중 자민이란 여인을 만나고 사랑을 하지만 이마저도 이뤄지지 못하고 자민을 잃게되고 그녀가 낳은 베테딕드가 강제로 범한 결과의 생명인 아들 비흐자드도 같이 행방불명이 되면서 마커스와 연을 맺게 된다.

 

 

카사- 부모가 누군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알카에다 반군에 소속이 되어 철저한 알라의 신의 계시에 의해서 자신의 생명을 버릴 각오가 되어 있는 청년으로 마커스의 집에 본의 아니게 상처를 입고 그의 집에 머물게 된다.

 

 

두니아- 이슬람의 여성으로서 학교 선생을 하고 있지만 눈에 가시인 그녀가 교육을 한단 명목아래 남.녀간의 공학과 교육 자체에 대한 거부감을 갖고 있는 사람들의 표적이 되어 잠시 그들의 눈을 피하고자 마커스의 집에 오게된다.

 

 

작가의 태생이 파키스탄이다.

 

 

소설적의 배경이 되는 아프가니스탄의 옆에 붙어있고 무엇보다 관심을 끈 것은 무슬림이 장악하고 있는 나라에서 지금까지 몸살을 앓고있는 아프가니스탄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습들을 그려내고 있다는 것이 다른 시각에서 그려진 것보단 훨씬 사실적이고 냉정하다는 느낌이 우선 든다.

 

 

같은 이슬람을 믿고 있는 나라라고 해도 우리가 알고있는 터키의 정교분리가 아닌 정교일체의 나라에서 벌어지고있는 여러상황들이 위의 각기 다른 국적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들어서 서로의 상황과 상처들이 그려지고 있기에 비교해 보는 면이 훨씬 크게 다가올 수밖에 없지않나 싶다.

 

 

그 전에는 주로 이슬람이란 종교가 가진 특색과 그 안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취재한 르포형식의 글을 읽었다면 소설로서는 오르한 파묵이란 작가를 통해서 소설로서 이슬람과 그 안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 좀 더 어둡고 침침한 어떤 보이지 않는 장막의 이야기인 것은 샤리아르 만다니푸르의 <이란의 검열과 사랑이야기>를 들 수가 있겠다.

 

 

그런데 이 소설은 아프가니스탄이 걸어 온 현대의 굴곡진 역사를 함께 한다.

 

 

불교가 왕성했던 흔적인 불상이 마커스의 향수공장에 묻혀있는 불상의 표현에 이어서 이슬람이 들어오면서 영국의 침공, 소련, 탈레반, 미국의 침공에 이르기까지 현대의 역사를 같이 하고 있고 이 와중에 주인공들은 모두 그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역사의 한 이면에 희생을 당한다.

 

 

책을 아끼고 사랑했던 두 부부가 책을 보호하기 위해 책에 못을 박고 천장에 박아 걸어놓은 장면을,아프간의 무력과 파벌간의 다툼 속에서 희생된, 종교적인 가르침에 어긋났단 이유 하나로 희생이 되어지는 사람들의 모습을 아주 생생히 기록하고 있다.

 

 

딸의 정확한 죽음의 과정을 알지 못하는 마커스의 마지막 기다림은 손자와의 만남이다.

 

 

손자가 어떻게 사라졌으며,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조차 모르지만 위험을 무릅쓰고 기다리는 마커스 앞에 데이비드는 차마 자민이 어떤 식으로 죽음을 당했다는 사실을 알릴 수가 없고, 아들같이 여겼던 카사와의 마지막 만남은 어쩌면 종교, 문화적인 차이에서 오는 갈등, 개인 대 개인으로선 아무런 관심이 없지만 국가의 이익과 이념 앞에선 적을 죽여야만 하는 비극의 아이러니를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기에 읽으면서도 고개를 돌리고 읽고 싶지 않는 구절이 나옴에도 불구하고 다시 보게 만드는 힘이 있는 소설이다.

 

 

매트에 대고 기도를 하면서 알라가 계시한 의미를 자신의 현 시점에서 갖고 있는 의무에 대해 달리 해석하는 카사와 두니아, 마커스를 통해 돈이 가지고 있는 악의 도용적인 힘이 아니라 절실한 필요성을 느끼게 해줌으로써 고국 러시아로 돌아가 다른 길을 모색하는 라라의 결심은 희망의 기다림을 만들어주진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보게된다.

 

 

전쟁이 주는 상흔의 상처는 실로 엄청나다고 하지만은 이 아프간에서 현재에도 벌어지고 있는 자살폭탄 테러의 형성과정, 모슬렘들이 갖고있는 서방에 대한 비난적인 시선, 서방에서 바라보는 이슬람을 보는 시각적인 차이는 여전히 좁혀지지 않고 있음을 대화들을 통해서 느낄 수가 있다.

 

 

**모슬렘은 왜 자살 폭탄 테레리스트가 되는가? 그들은 짐승임이 분명하다. 그들이 인간이라면 그들이 저지른 행동을 설명 할 수가 없다. 요즘 서양인들은 계속 이렇게 떠들어 댄다. 그렇다면 유나이티드 항공 93편에 탑승했던 사람들은 어땠는가? ‘야만인’이 아닌 ‘문명인’이었던 그 미국인들은 자기들의 삶과 조국과 땅과 도시와 전통과 관습과 종교와 가족과 친구와 동포와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공격받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자 적을 저지하기 위해 목숨을 잃을 위험을 무릅쓰기로 결심했고 결국에는 삶을 포기했다. 그들이 모슬렘 순교자들과 다른 게 뭐란 말인가? -p246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면서 한 사람의 이야기가 계속 이어지다가도 다른 사람의 현재나 과거로 바로 넘어가고 알라의 계시 말과 신화가 곁들여진 문구는 확실히 한 사람만의 이야기를 넘겨집고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하는 독자들이 있다면 좀 참을성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작가의 눈을 통해서 투영이 된 등장 인물들을 통해서 우리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세상은 무엇인지, 혹 그 나라의 안전과 국민들을 구하기 위한단 전제 하에 행해지고 있는 무자비한 살상의 힘이 과연 정당성이란 도덕적인 무대 위에서 긍정의 박수를 받을 있는지 궁금해진다.

 

 

빨리 읽혀지는 책은 아니었다.

 

무엇보다 종교적인 힘이 주는 여파가 사람들에게, 역사 속에서의 진실성을 이해하는 과정과 문화가 주는 서로 다른 시각에서 오는 견제의 힘과 생각, 이해의 관계도, 그러한 가운데서도 사랑을 느끼고 , 용서를 빌고 용서를 하는 과정을 어떤 식으로 풀어나가야 하는지에 대한 많은 생각을 던져준 진지한 책이었기에, 천천히 읽어보는 것이 좋겠단 생각이 들었다.

 

 

** “약자들의 용서는 당신들 강자들이 들이마사는 공기 같은 거예요. 데이비드. 몰랐어요?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 조금 전에 분명히 느꼈을 거예요. 약자들의 용서가 있어야 당신들은 계속 살아갈 수 있는 거예요.”

 

 

곱씹어 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