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호프 단편선

한 달에 한 권 고전 읽기. 이로서 네 권째가 됐다.
체호프 단편선은 제목 그대로 체호프의 수많은 단편 중 특히 독자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작품을 위주로 담았다 한다. 단편이기는 하나 짧은 단편이 있는가 하면 긴 단편도 있는데 다소 황당한 결말을 맛보거나 난해하거나 심오한 작품도 여럿 실려 있다.

재채기로 인해 사소한 일을 자신의 어리석음으로 크게 일을 벌리면서 결국 죽음에 이른다는 <관리의 죽음>. 상대가 권력자가 아니였어도 이토록 두려워 했을까… 결말을 읽고 다소 황당했던 작품이다.

자신의 삶이 두렵고 무서워 친구에게 고백을 하지만 절친한 친구의 배신에 제일 가까운 존재가 더 무서울 수도 있다는 <공포>. 그는 친구가 머문 방에 일부러 자신의 모자를 둔 것일까…

자기에게 언제나 헌신적인 사랑을 보여주는 남편이 병으로 죽어가자 남편의 헌신과 사랑, 안락함이 얼마나 소중했는지를 뒤늦게 깨닫고 뉘우치며 자신의 일탈을 후회하는 올가의 이야기 <베짱이>. 평온한 삶을 따분해할 게 아니라 감사하며 살아야 한다. 돌아 왔을 때는 이미 늦는다는 거.

어느 날, 아마추어 작가는 자신의 작품에 대한 조언을 얻으러 유명한 작가 파벨을 찾아와서는 끈질기게 매달리자 결국 동의를 한 파벨에게 자신의 작품을 읽어주기 시작한다. 하지만 파벨이 더이상 듣고 싶어 하지 않자 작가는 고집스레 파벨에게 매달리고 파벨은 참지 못하고 작가를 죽여버린다는 이것 또한 황당한 이야기가 아닐 수 없는 <드라마>. 아~결말의 마지막 문장이 참으로  어이가 없고 허탈한 웃음만 나오더란다.

아그뇨프는 일 때문에 머물렀던 집을 떠나면서 그 집의 딸인 베라와의 추억을 아쉬워 한다. 아그뇨프를 배웅을 하던 베라가 갑자기 그에게 사랑 고백을 하네. 얼씨구나 좋다 해도 모자를 판에 이 바보같은 남자는 그녀에게 호감을 느끼고 있었으면서 다가오는 부담감에 그만 거절를 하더라는(이런 등신). 그러면서 후회와 갈등은 왜 하누?. 베로치카의 용기있는 고백이었지만 그의 거절은 그녀에겐 엄청난 수치심이었을 것이다. 읽는 이가 다 안타까웠던 <베로치카>

두 명의 미녀가 있다. 하나는 전형적인 미녀, 그러나 두 번째 여자는 미녀라 하기엔 생김새가 부족하다. 하지만 작가는 이 두 명의 여성의 미를 너무나 멋지게 묘사함으로 아름다움의 본질을 아주 잘 표현해 준 작품인 <미녀>. 물론 생김새도 중요하지만 내적인 면도 중요하다는 머 그런 거?.

병에 걸린 남편을 구하려고 필사적으로 매달리는 여인이 갑자기 손에 든 거울을 떨어뜨린다. 그녀는 흠칫 놀라며 눈을 휘둥그레 뜬다. 눈물로 범벅된 창백한 얼굴이 거울속에 있다. 꿈을 꾼 것이다. 안도의 숨을 쉬는 그녀 <거울>. 꿈속 세계에 대한 독특한 묘사가 인상적이었다.

사형과 종신형을 놓고 서로 더 인간적이라고 주장하던 은행가와 젊은 변호사의 내기를 그린 이야기 <내기>. 세상엔 돈이 전부가 아니라는 깨달음을 준 작품이랄까?. 개인적으로 결말이 마음에 들었던 작품이다.

티푸스에 걸려 혼수상태였다가 깨어난 남자는 자기를 간호하던 사촌 누이가 그에게 병을 옮아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도 그 슬픔보다 자신이 살아 있다는 기쁨을 이기지 못하고 권태와 돌이킬 수 없는 상실감에 빠진다는<티푸스>. 역시 인간은 이기적이고 잔인하다.

체호프가 죽기 2년 전에 썼다는 걸작 <주교>. 결핵으로 힘든 고비를 넘기면서 그는 알고 있었다. 자신의 생명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그래서 일까, 주교의 모습에 작가 자신의 모습이 잘 투영되어 있는 듯하다. 남들이 부러워 하는 자리에 있다한들 마냥 행복하기만 할까…

‘체호프 단편선’은 10편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책이 얇아서 금방 읽을 수는 있지만 머랄까… 인생의 대해, 인간의 삶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는 책이랄까?.
한편으로는 웃음도 주지만 결코 가볍지만은 아닌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