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멸하는 자의식

출간일 2010년 3월 19일

p104
이 서스펜스를 계속 끌고 가지 말자. 문제는 사랑이 아니다. 문제는 불멸이다.

#농담 과 #참을수없는존재의가벼움 이 과거를 다루는, 좋든 나쁘든 과거의 향수를 역설적인 감정으로 다뤘다면, <불멸>은 불멸을 바라는 미래에 대한 바람을 다룬 현재를 그리고 있었다.

p259
난 내 인생의 비참한 꼴을 보지 않을테야. 인생이 내게 전부 다 주든가, 아니면 내가 떠나 버리든가, 둘 중 하나야.

각기 다른 방향에서 한 점으로 오는 듯하다가 결국 마지막 7부 즈음하여 작가 자신의 취향으로 수렴하면서 경악했지만, 여러 인물의 소리와 여러 파편으로 나뉘어진 쿤데라의 문학적 계보가 대단하다 싶을 정도로 이삭 줍기 되서는 하나의 새끼로 꼬아지지만 이 취향의 오만함과 완벽하게 시대착오적인 성적 대상화는 경악스럽다.

p401
그 욕망은 그녀의 존재 밑바닥에 심겨 있었고, 그녀 내부에서 서서히 움터 마침내 검은 꽃으로 활짝 피어난 거지.

p453
정사를 나누는 도중, 취기와 향수 탓이었던지 그는 그만 그 옛 여자친구의 이름을 부르고 말았다. 이 무슨 재앙인가!

남녀 모두의 목소리를 대변하면서도 전시되는건 여성뿐인데다가 그 태도가 너무 선명해서 어… 아… 진짜…

p533
만약 내 독자가 내 소설을 한 줄이라도 건너뛴다면 소설을 전혀 이해할 수 없을 텐데, 그렇지만 행을 건너뛰지 않는 독자가 어디에 있단 말인가?

저자의 가장 슬픈 사랑 이야기라는데… 이다지도 강한 자의식이 내게는 버겁고 어울리지 않은 옷 같아서 중후반까지 쥐여 가던 기분이 말미에 다 녹아서 흘러나갔다.

#팬텀스레드 의 결말이 자꾸 생각났다. 잘 가다가 하다하다 아내의 죽음 후 처제와 결혼하는 소프트 포르노 같은 결말이라니… <팬텀 스레드>에 비교 당할 수밖에 없다. 묵찌빠를 다 이기는 이 오만한 영욕과 불멸의 롤플레잉.

p.s. 쿤데라는 애트우드한테 한번 끌려가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