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의 멱살을 잡아라

찰스 부코스키의 이 시집을 읽으며 떠올린 것은 삶의 낯짝이다. 뻔뻔하고 집요하고 기회만 생기면 발목 잡고 하수구로 끌어내리려 하는 빌어먹을 놈팽이 같은 쥐어박고 처박아버리고 싶은 표정.

제목이 마음에 들었다.

팔로우 하고 있는 민음사 편집자 분이 두어 달 전 올린 표지의 제목을 보고 이마를 쳤다.

따뜻한 아랫목에 앉아 졸졸 흘러온 삶도 있겠고 그것이 노력이 일구어 낸 진귀한 열매일 수도 있겠지만 찬바닥에서 귀를 막고 쌍코피를 터트리며 살아왔는데도 때만 차면 누군가가 정수리 귀엣머리를 꼬집어 잡고 뒤흔들어 버리는 삶도 있다.

p258 <까막눈>

이젠 틀렸어

호구들아 호구들아 호구들아

네가

몰랐다 해도

놀랄 일은 아니지.

이제

알았다면, 호구야, 행운을

빈다

어둠 속에서

갈 데가 없겠지만.​

어쭙잖은 단어들을 모아 위로랍시고 주지도 않을 떡바구니 흔들어대는 것보다 호구라고 놀리더라도 개놈시키라고 쌍심지 켜며 멱살잡고 흔들수 있는 낯짝이 낫다.

다 망해버려라

p.s. 어쨌든 올해의 제목. <The last night of the earth poems>를 두권으로 나눠서 출간했고, 다른 한권은 #창작수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