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표현을 쓸 수 있다니! 모든 묘사가 탁월해서 기뻐하며 읽었다. 문장들을 읽는 내내 거의 기쁨에 찬 상태였던 것 같다. 연인의 사랑에 대한 정의를 책 한 권으로 풀어 냈다. 모호한 감정들을 어떻게 그렇게 보여줄 수 있는지! 읽으면서도 꽤 자주 머릿속에 느낌표가 떴다.
마지막의 예견되었던 탄식은 예외없이 비져나왔고 그 순간을 위해 마음으로 준비하고 있었으나 짙은 안타까움은 막을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그렇지만 그만큼 만족도가 높았던 책.
익숙한 연인인 로제의 뜨뜻미지근하지만 (그러나 세상이 보기에 가장 보기 좋은) 견고한, 안전한 사랑과 열네 살 아래 시몽의 설익고 뜨거운 사랑, 그리고 불편한 사랑.
설익은 만큼 거침없고 솔직해서 연인이 있으나 고독한 폴은 시몽을 떨쳐내기가 쉽지 않다. 한순간의 사랑이 어린 시몽에겐 전부이나 폴은 다른 시간을 살고 있어 어린 시몽이 쏟는 그 전부가 나중에 빛바랠 것을 안다. 그리고 익숙한 연인의 자유분방함을 눈감아 주는 폴.
내면 묘사 최고였다. 근래 읽은 책 중 그런 면에서 제일인 것 같다. 뭔가 리뷰를 더 길게 쓰고 싶은데, 쓸 말이 없다.. 읽어야 알 수 있는.. 그냥 이 얇은 책을 한번 더 읽고 그 안의 문장을 한번 더 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