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부터 자신도 모르게 어떤 운명에 맞춰 살아온

어린 시절부터 자신도 모르게 어떤 운명에 맞춰 살아온 사람만의 변하지 않는 특질이 그에게서 느껴졌다는 것을 나는 나중에야 깨달았다. 30년이 지나 사람들이 추하게 변해 갈 때도 그들은 마음속 분노와 함께 침착함을 잃지 않는 이상한 젊음, 고요하면서도 질투심에 사로잡힌 것 같은 용기를 여전히 지니는 것이다. 그날 밤 비랄보에게서 발견한 가장 뚜렷한 변화는 바로 눈빛이었는데, 초연한 듯하면서도 모순으로 가득한 흔들림 없는 눈빛은 지식으로 무장한 청년의 눈빛, 바로 그것이었다. 마주대하기에 너무나 벅찬 시선이었다.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