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자이 오사무.

작가의 자전적 소설. 전반적인 책 내용은 제목만큼이나 어둡다.

다섯번 자살 시도 끝에, 다섯번째 성공(??)했다는 작가의 문체치고는

그늘짐 속에 발랄함도 있다. 그래서, 읽는데 지루함과 같은 어려움은 덜했다.

다만 1940년대 전후를 살아낸 작가의 시대적 배경을 감안하더라도

가부장적인 여성관이 불편하게 드러난다.

가령,

p.36.

여자라는 것은….

p.47.

저한테 창녀라는 것은 이성도 여성도 아닌 백치 혹은 미치광이처럼 느껴져서…..속된 말로 한다면 저는 창녀로 여자수행을 쌓았던 것이고,….여자수행은 창녀에게서 쌓는 것이 제일 엄격하고 효과도 있다고 하던데…

p.57.

(여자에게) 심부름을 시킨다는 것은 결코 여자를 실망시키는 일이 아니라, 오히려 여자를 기쁘게 하는 일이라는 사실 또한 저는 이미 알고 있었던 것입니다.

(작가나 화자 모두에게 많은 형제들이 있다지만, 주인공 화자 즐겼거나 살았거나 잠깐 사랑한 연인 외에는 누이나 어머니에 대한 언급은 없다. 반면 권력과 부를 가진 아버지에 대한 동경과 존경심은 틈틈이 드러난다)

주인공, 요조 본인이 형편없는 인간임을 고백하면서도 시종일관 여자가 줄줄 따르는 꽃미남으로 묘사되는 것만 없었어도 견딜만 했을텐데…그나마 ‘인격실격’ 이라는 제목 덕에 어느 정도 끄덕이며 독서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