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세계문학전집 76 | 노발리스 | 옮김 김재혁
출간일 2003년 5월 15일

그러나 걷잡을 수 없이 그의 마음을 앗아간 것은 우물가에 서서 반짝이는 넓은 잎사귀로 그를 툭툭 건드리고 있는 푸른빛의 키 큰 꽃이었다. 푸른 꽃 주위에는 온갖 색깔의 꽃들이 헤아릴 수 없이 많이 피어있었다. 달콤한 향기가 주위에 진동했다. 그의 눈엔 푸른 꽃밖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는 한참 동안 이루 말할 수 없이 사랑스러운 눈길로 푸른꽃을 응시했다. 마침내 그가 그 꽃을 향해 다가가려고 하자, 푸른 꽃은 갑자기 움직이더니 모습이 변하기 시작했다. 잎사귀들은 더욱 반짝이는 빛을 띠면서 점점 솟아오르는 줄기에 바싹 매달렸다. 푸른 꽃이 그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꽃잎들이 푸른색의 넓은 옷깃 모양을 만들어 보였다. 그 순간 어여쁜 얼굴이 하늘거렸다. 야릇하게 변해가는 꽃의 모습을 보면서 그의 달콤한 놀라움은 더 커져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