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작가 “톨스토이”, 그리고 이 책 “안나 카레니나”를 한 번 이상 들어봤을 것이다. 나는 책을 아직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하긴 이른 것 같고, 책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다. 이 책을 처음 기억하게 된 계기는 김영하 작가님의 강연을 우연히 듣고 나서였다. 그 전에도 여러 곳에서 이 책을 소개하는 것을 보았지만, 왠지 딱딱해 보이는 “고전”이라는 용어와 무려 3권이나 되는 양 때문에 읽고 싶은 목록에 올리기는 힘들었다. 강연에서도 이 책을 듣고 선뜻 ‘읽어봐야겠다’ 라는 마음보다는 ‘그런 책이 있나보다’ 라는 마음이었다. 김영하 작가님도 인정했다. 강연을 하면서 이 책의 내용을 모르는 사람들이 많으니 간략히 소개하셨는데, 그때 덧붙이셨던 말이 인상 깊었다. “‘스포하지 마세요, 저 언젠가 이 책 읽을 거에요’ 하시는 분이 계실 수 있는데, 지금까지 안 읽으셨다면 아마 앞으로도 이 책 안 읽으실 거에요.” 그리고 나는 생각했었다. 아마도 저 말처럼 이 책을 내가 읽을 일은 없을 것 같다고.
그러던 중, 책을 읽으면서 한 번 내가 느낀 것을 남겨봐야겠다는 마음을 먹게 된 계기가 된 책이 바로 박웅현 작가님의 “책은 도끼다”였는데, 이 책에서도 너무나 강력하게 추천하는 소설이 바로 “안나 카레니나”였다. 그리고 또 여기 저기… 책 좀 좋아한다 하시는 분들은 어쩜 이렇게 다 이 책을 꼭 손에 꼽는지… 내가 3권이나 되는 책을 과연 읽을 수 있을 것인가… 사놓고 책장의 장식용으로 전락하는 것이 아닌가… 고민 끝에 3권을 구입했다.
책을 처음 읽고 너무 놀라웠다. 재미있다. 이 책 고전이라고 딱딱할 줄 알았던 나에게 너무 재미있는 연애 소설 같았다. 아직 2권이나 더 읽어야 하지만 별로 두렵지 않다. 오히려 1권을 읽기 전에는 과연 읽을 수 있을지 고민했는데, 1권을 읽고 난 지금은 “김영하 작가님! 그때 왜 그렇게 말씀하셨어요! 한 번 읽어보라고 재미있다고 하시지…” 어쩌면 재미있다고도 말씀하셨던 것 같기도 하다. 내가 기억하고 싶은 말만 기억하고 있을 수도 있으니까…
주요 인물의 관계를 보면,
(남편) 스테판 오블론스키 – (부인) 돌리 알렉산드로브나
: 바람둥이에 유흥/소비 대마왕 남편과 남편의 외도로 충격받은 아내… 오블론스키는 본인이 어떤 가치의 기준이 있는 것이 아니라 주변에 따라 휩쓸리는 스타일. 혼자 살지 왜 결혼을 해서 남편과 아이들 뒷바라지만 하던 돌리를 바보로 만드는지 모르겠다.
(오빠) 스테판 오블론스키 – (여동생) 안나 카레니나
: 오빠의 외도로 풍비박산이 된 집안을 위해 부인을 위로하기 위해 여동생인 안나 카레니나가 모스크바의 오빠 집에 와 새언니를 위로함.
(친구) 스테판 오블론스키 – (친구) 콘스탄친 레빈
: 이 둘은 어떻게 친구가 되었을까?…키티를 좋아하는 레빈이 억지로 참아가며 유지한 친구 관계일까… 유흥 대마왕 오블론스키와 매사에 진지한 귀족인 레빈.
(남편) 알렉세이 알렉산드로비치 카레닌 – (부인) 안나 카레니나
: 일 중독자같은 남편. 사랑으로 결혼한 사이 보다는 집안끼리 한 결혼같은 느낌. 남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남들이 우리 부부를 어떻게 보는가지 서로의 마음이 아닌 것 같다.
알렉세이 브론스키
: 결혼 보다는 연애주의자, 돌리의 동생 키티를 만나던 중, 안나 카레니나를 만나 사랑에 빠지면서 안나와 불륜 관계로 발전한다.
정말 우리나라 막장 드라마 저리 가라 할만한 내용이라 그런지 재미있게 읽힌다. 각 인물에 대한 묘사를 보면 이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너무나 잘 느껴진다. 톨스토이가 그 만큼 고민하여 잘 썼다는 뜻이겠지. 특히 어떤 상황에서의 심리묘사는 정말 내가 그런 상황이라면 딱 이런 기분이겠다 싶은 느낌을 잘 짚어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