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눈의 고장이었다. 밤의 밑바닥이 하얘졌다. 신호소에 기차가 멈춰 섰다.” – p. 7-
이 책의 제목 [설국]이 바로 위의 첫 문장과 함께 눈 앞에 그려지면서 이내 글에 몰입하게 됩니다. 시마무라의 이야기도 흥미롭지만,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탐미주의가 느껴지는 이 작품은 그의 관조적인 시선을 흠뻑 느낄 수 있어서 기억에 남습니다. 그러고보니 그의 [이즈의 무희]처럼 아마도 이 작품의 배경이 된 지역을 실제로 방문했던 기억을 고스란히 이 작품에 담아낸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니가타 현을 장소로 펼쳐지는 이 이야기는 솔직히 그 이야기의 흐름 보다는 곳곳에서 만날 수 있는 자연의 배경에 전 오히려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책 제목으로 인하여 그렇게 유도된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지만, 굳이 그런 것을 따질 필요없이 자연스레 그의 글에 녹아드는 경험은 아마도 야스나리의 글이었기에 가능하지 않았나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