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선가 추천을 받은 것 같은데 그건 기억이 나질 않고 이름에 끌려서 단숨에 읽어내려갔다.
폴과 로제, 폴과 시몽 그리고 로제와 시몽. 이들은 권태와 사랑 그리고 질투등의 감정으로 뒤엉켜있다. 늘 익숙한 만남에 권태로움을 느끼면서도 쉽게 변화를 주지 못하는 폴과 로제를 보면서 우리 주변에 있는 수많은 관계들이 떠올랐다. 늘 그 자리에 있을거라는 확신과 그러면서도 언젠가는 끝날 수도 있다는 불안에 이도저도 못하는 우리. 그 순간 눈 깜짝새에 들어오는 새로운 사람 그리고 시작하는 낯선 관계. 처음이라는 신선함에 물 흐르듯 감정을 맡겨보지만 결국은 원래의 자리가 그리워 돌아가는 폴을 보면서 뭔가 모를 씁쓸함이 느껴진다. 로제는 변하지 않을거니깐. 마지막에 또 늦을거라는 통화를 남긴 것처럼.
어쩌면 변화를 주지 않는 삶이 어떨지 알면서도 그대로 가는건 우리는 무의식 속에 고독을 받아들이고 있는건 아닐까. 어차피 누구든 삶의 일부분에서 고독함이 있다고 생각해서일까? 어쩌면 내가 폴이라도 다시 로제를 찾았을지도 모른다. 나보다 훨씬 어린 시몽과 새롭게 시작한다는것에 뭔지 모를 두려움을 느꼈을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의 [사람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아요] 라는 구절이 좋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