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1774년 作, 괴테 나이 25세

약혼자가 있는 여인을 마음에 품다가 절망에 빠져 도망치듯 귀향 후 불과 14주 만에 탄생하게 된 자전적 소설

 

한 폭의 그림을 감상한 것 같다

과연 괴테다ㅡ

 

이 소설이 당시 젊은이들에게 준 파급력은 대단했다고 한다. 베르테르처럼 노란 조끼에 파란 상의를 입기도 하고 여자들은 로테처럼 사랑받길 원했으며, 급기야 사랑에 실패한 남자들이 자살을 하기까지. 이러한 이유로 이 소설은 일부 지역에서 금서가 되기도 했으며 ‘베르테르 효과’라는 말까지 탄생케 했다.

 

책을 덮고 생각해보면 누군가 나를 베르테르처럼 사랑해주는 것이 마냥 행복할 것 같진 않다. 오히려 무섭지 않나?  요즘 정서에 맞지 않지만 읽는 동안만큼은 이런 생각을 모두 물리칠 만큼 괴테의 문장으로 읽는 베르테르의 사랑은 아름답고 처절하다.

 

놀라운 건 괴테의 가치관이 꾸밈없이 녹아있는데, 어떻게 그 시대에, 그 어린 나이에 이런 생각을 했나 싶으면서 도대체 어디까지 깨어난 사람이었을까 가늠조차 힘들다. 특히 인생철학과 아동인권에 관한 언급은 입을 헤- 벌리고 봤다.

 

다 떠나서 문장이 이렇게 감미로울 수가 없다. 이 맛에 고전을 읽지요ㅡ 나의 독서 인생 짧지만, 여태껏 책을 읽으면서 이 작가 살아있다면 꼭 한 번 만나보고 싶다고 느낀 최초의 작가 등극이다!

 

좋은 문장이 너무 많아서

새 노트에 필사를 해야 할 지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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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한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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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4

아아, 이렇게 벅차고, 이다지도 뜨겁게 마음속에 달아오르는 감정을 재현할 수 없을까? 종이에 생명을 불어넣을 수 없는 것일까? 그리고 그대의 영혼이 무한한 신의 거울인 것처럼, 종이를 그대 영혼의 거울로 삼을 수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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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2

모든 사람들이 똑같이 이 햇빛이 다만 1분 간이라도 더 오래 쳐다 보고 싶어 한다는 사실을 알아차린 사람은ㅡ그렇지. 그런 사람은 말없이 자기 자신 속에서 스스로의 세계를 창조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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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47

그 순간에 태양과 달과 별들이 조용히 계속해서 돌고는 있었겠지만, 나는 그때가 낮인지 밤인지를 가릴 수 없었다. 온 세계가 내 주위에서 사라져버렸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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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48

아아, 우리는 빨리 달려가지만, <그곳>이 <이곳>으로 변해 버리고 나면 결국 모든 것은 전과 마찬가지가 되고 말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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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51

하늘에 계신 거룩한 하느님, 당신의 눈으로 보시면 오직 나이 많은 어린애와 나이 적은 어린애가 있을 뿐이고, 그 밖에는 아무런 차이가 없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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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63

그녀는ㅡ아아, 천국을 이런 말로 표현해도 좋을까?ㅡ그녀는 나를 사랑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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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73

이 세상에서 <이것이 아니면 저것>이라는 소위 양자택일의 방식으로 처리되는 일은 아주 드물다. 매부리코와 납작코 사이에도 수많은 단계가 있는 것처럼, 인간의 감정이나 행동에도 가지가지 음영이 있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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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29

내게는 내 마음만이 유일한 자랑거리이며, 오직 그것만이 모든 것의 원천, 즉 모든 힘과 행복과 불행의 원인이다. 아아, 내가 알고 있는 지식은 누구나 다 알 수 있다. 그러나 나의 마음은 나 혼자만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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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29

내 마음속에 움트고 있었던 것은 정열이라기보다 오히려 변덕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만약 정열뿐이었다면 그분이 내 세우는 이유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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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10

로테! 로테! 안녕,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