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인문학

김동훈
연령 8세 이상 | 출간일 2018년 10월 30일

최근 매거진B를 접한 이후로 ’브랜드’는  내 머리속 화두였다.

그러던 차에  <브랜드인문학>이란 책은 어쩔 수 없이 내 눈을 사로잡았다.

현대에는 신전이 아닌 거리와 매장에서 동일한 그 신들를 숭배한다. 헤라, 에르메스, 나이키, 스타벅스, 모큐리, 박카스, 오리온….

얼핏 봐서 프라다, 지방시, 발렌시아가, 베르사체, 샤넬,페라가모, 까르띠에, 아르마니 등이 각 챕터 제목을 장식하고 있다보니 명품브랜드들 소개와 그들의 역사, 뒷이야기들의 책으로 짐작했지만 완전히 빗나간 예상이었다.

정말 진지하게 인문학적인 접근법에 시가 인용되고 문학이 인용되고 철학이 나오고 질 들뢰즈, 펠릭스 카탈, 오디세이아, 소유의 종말들이 등장해버리니 초반에는 솔직히 읽기가 난감해졌었다.

브랜드는 주이상스다. 나는 브랜드 스타벅스를 돌아오요 부산항으로 그 로고 세이렌을 고래사냥으로 읽느다. 송창식의 고래사냥에는 어떤 주이상스가 있다.

세계 유수의 브랜드 이야기 틈에 순간 피식하게 되는 포인트가 있는데…..한 챕터가 민음사를 다룬다ㅋㅋㅋ 아무리 민음사에서 출간된 책이지만 무슨  PPL도 아니고 뭔가 싶지만 창업자 박맹호 회장의 스토리를 읽다보면 어느 정도 수긍이 된다.

“나는 민음사를 종합대학 하나 정도의 영향력을 지닌 아카데미즘의 센터로 만들고 싶다. 브랜드가 백성의 소리, 설움을 삭이고 시로 울려퍼질때 그 사회는 계속 개혁된다.”

인문학자이자철학자라고 할 수 있는 저자답게 솔직히 하는 말이 좀 어려웠고 장화했다. 그리고 표현이 웃긴데 너무나도 피상적이지 않았다. 너무나도 본질적인 뭔가만을 추구하는 내용이다. 정체성, 감각과 욕망, 주체성, 매체성, 시간성, 일상성 등의 워딩으로 브랜드란 것에 대해 땅속 깊이 지구 반대편까지 뚫을 기세로 파고 든는 내용들이다.

이렇게 까지 어렵게 해석할 필요있나 싶을 정도지만 그만큼 내가 평소 세상을 수박 겉핥기로 봤나 싶은 의문에 휩싸이기도 했다. 결국 이 책은 브랜드라는 좁은 주제에 한정지을 수 없는 인문학 책이었다.채

큰 주제문을 꼽으라면 내 안에 잠들어 있는 잠재력은 감각이 자극받을 때 능력으로 현실화된다. 현대 사회에서 브랜드는 감각을 자극하는 ‘메시지’다. 특정 브랜드가 대체 어떤 지점에서 나의 취향을 만족시키는지 살피다 보면, 나의 무의식이 무엇을 욕망하는지 알게 된다. 결국 브랜드 취향은 나의 정체성을 이해하고 창의력을 깨우는 하나의 키워드가 된다.

10번 정도 반복해서 읽으니까 살짝 이해가 될랑 말랑…

디자이너로 성공한 샤넬은 한동안 모든 인터뷰에서 아버지가 미국으로 돈을 벌러 갔기 때문에 친척집에서 성장했다며 가상의 자아상을 꾸며댔다. 사실 그녀는 아버지에게 버림받아 시골 수도원에서 고아로 성장했다. 그러나 자신의 사업을 일구도록 도와준 연인 보이 카펠이 사고로 죽자 샤넬은 또다시 절망 속으로 침잠하다가 부모의 사랑을 그리워하던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된다. 그런데 그 악취 나는 과거 속에는 샤넬은 수도원 시절 수녀원들이 가꾸던 시나몬, 레몬 같은 향기를 기억해 내고는 다시 일어나 향수 넘버5를 만든다.

프라다의 경우도 미우치아의 과거 잠재력이 혁신의 계기가 된다. 골목마다 전단지를 뿌리고 다니던 선동가였던 미우치아는 갑자기 쓰러져 가는 가업을 물려받게 되는데, 그녀는 사회당원이자 페미니스트로서의 신념을 특별한 패션 감각으로 승화시킨다. 당시에는 많은 디자이너들이 여성의 육감적인 몸을 드러내려고 애쓴 반면, “미우치아는 우아함을 살리면서도 여성의 자유로움을 극대화할 수 있는 단순하고 실용적인 디자인을 과감히” 선보였던 것.

발렌시아가는 왕실에서 왕가 사람들이 즐겨 입은 의상을, 그것도 3세기가 지난 시점에 세상 밖으로 끌고 나와 시민에게 입힌다. 그의 스페인 취향은 파리쿠튀르의 전통과 구별되는 극적 효과를 보였는데, 그것은 바로 신비감이었다.

여성의 몸을 옥쥐는 코르셋을 유쾌하게 비틀어 주목을 받았던 디자이너 비비언 웨스트우드는 17세기 프랑스 로코코 화가들에게서 영감을 받았고, 구스타프 클림트와 빈의 장식미술에 끌렸던 베르사체는 황금색 안에 성(聖)과 속(俗)을 섞어 버렸으며, 지방시는 패션 창작에 ‘고딕성’을 끌어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