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리타, 내 삶의 빛, 내 허리의 불꽃, 나의 죄, 나의 영혼. 롤-리-타. 혀끝이 입천장을 치고 내려오고 세 번째는 이에 다다르는 여정. 롤.리.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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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첫문장(문자 그대로 시작하는 문장 하나만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과 이어지는 문장을 얘기한다.)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편이다. 나쓰메 소세키의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의 첫문장인 ‘나는 고양이. 이름은 아직 없다.’를 보고 바로 책을 샀을 정도이다. 이 책 역시 그 첫문장에 이끌려 바로 샀지만 읽지는 않고 몇 년이 지나도록 책장에 꽂혀 있었다. 깨름칙한 제목답게 내용은 그야말로 대환장이었다. 고작 소아성애자인 변태 주제에 롤리타가 자기를 유혹했네 어쩌네 하는데 역겹기 그지 없다. 한국어 책에서는 ‘나는 어린이와 추잡한 관계를 가진 성범죄자가 아니다. 강간을 한 자는 찰리 홈즈다. 나는 그 치유자다.’라고 되어 있지만 영어 원문판을 보면 강간을 한 자인 the rapist와 치유자인 therapist로 표기되어 있어 주인공 험버트를 언어유희로 비판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한다. 보면 볼수록 인상이 팍 써지고 다 읽고 책장을 덮어도 욕이 안나올래야 안나올 수가 없다. 너와 나의 사랑은 결국엔 파멸이라니. 참 속 편하게 얘기한다 싶다가도 소아 성범죄자들이 이런 생각을 할 거라고 생각하니 더더욱 역겹다. 찝찝해서 두 번 다시 보기 싫은 책이지만 작가의 언어유희에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