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인 39세의 실내장식가 폴(여자임!)은 오랜 연인인 로제를 사랑하지만 그로 인해 종종 고독감을 느낄 때가 많아진다. 그러던 중 14살 연하의 청년 시몽을 알게되고 그의 열정적인 애정 공세를 받게 되면서 두남자 사이에서 갈등하며 흔들린다. 소설은 폴을 중심으로 사랑하는 연인들의 심리와 그 내면을 섬세하고 진솔하게 묘사하고 있다. 재미있게 금방 읽히는 책이었지만, 개인적으로는 결말이 좀 아쉽기도 하고 폴이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사강의 책도 읽어보고 싶었고 종종 인용되는 책 속의 글귀도 궁금해서 선택한 책인데, 과연 듣던대로 ‘통속 소설과 순수문학의 아슬아슬한 경계’에 자리잡은 작가의 책 답게 하이틴 로맨스(?)의 느낌도 있으면서 사랑에 대한 예리한 통찰도 담겨 있었다.
그녀를 외롭게 하는 로제에게 아무 말도 못하고 끌려가는 폴,, 오직 믿고 사랑하는 건 폴 뿐이지만 자유와 창녀가 필요한 로제,, 너무 열정적이지만 한편 어리광을 부리는 시몽,, 세사람 모두 좀 모호하고 이해가 안 가는 면이 있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사랑이라는 것 자체가 참으로 비이성적이고 이해못할 감정이 아니었던가. 모두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자기 그릇 만큼의 감정과 열정으로 사랑을 하는 것이리라.
다 읽고 드는 생각은, 결국 사랑을 유지하는데 중요한 것은 사랑에 빠지게 만든 상대방의 좋은 면과 장점이 아니라, 상대의 단점과 싫은 면을 참고 견딜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라는 것.
“그리고 당신, 저는 당신을 인간으로서의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고발합니다. 이 죽음의 이름으로, 사랑을 스쳐 지나가게 한 죄, 행복해야 할 의무를 소홀히 한 죄, 핑계와 편법과 체념으로 살아온 죄로 당신을 고발합니다. 당신에게는 사형을 선고해야 마땅하지만, 고독 형을 선고합니다.” (p.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