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영은 정말 사랑스러운 캐릭터다. 인표 역시 사랑스럽다. 이토록 사랑스러운 두 선생이 펼치는 이야기들은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한국소설이라기보다는 일본소설의 느낌이다. 아무래도 이런 컨셉의 한국소설을 접해보지 못해서 일 것이다. 이로써 한국소설의 또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보건교사 안은영>을 읽는 시간은 앞서 적은 책들보다는 더 걸렸다. 다만, 한 자리에 읽지 않고 출·퇴근 시간에만 읽다보니 그런 것일지도 모르지만. 이 책은 한 사립학교의 보건교사 안은영이 겪은 열 가지 사건을 이야기한다. 자잘한 사고는 있어도 큰 사고는 일어나지 않던 이 학교에 어느순간부터 사건이 시작된다. 이 책은 열 가지의 사건을 중심으로 서술하지만 그 흡입력이 어마어마하다. 그러나 심각하거나 섬뜩한 추리소설의 느낌보다는 상큼한 청춘로맨스를 보는 기분이랄까. 그렇다고 사랑이야기나 애교가 넘치는 문체를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덤덤하지만 사랑스러운 이 소설, 참 매력있다.
이야기의 매력인지, 주인공 은영의 매력인지 아직까지 구분이 안 된다. 다만, 은영을 제외한 수십 명의 등장인물을 역시 모두 매력있다. 스스로를 극복해나가는 과정이 현재 내가 가지지 못한 부분이라 매력을 느끼는 것 같다. 가장 와닿았던 주인공은 역사교사 ‘대흥’이다. 그렇게 사회운동에 앞서는 학과 동기들 사이에서도 온건했던 대흥은 꼭 해야할 이야기는 한다. 눈이 반짝이는 학생들을 생각하며 교과서를 선택하는 과정에서도, 자신의 의견을 소신있게 펼친다. 나라면 그렇게 할 수 있을지 생각하다가 다시 자괴감에 빠졌다.
소설에 등장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치료하는 은영의 모습에서, 진정한 ‘보건교사’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들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은영 역시 성장한다. 그리고 그녀를 옆에서 바라보는 인표도 성장한다. 그렇게 등장 인물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다같이 성장한다. 내 삶도 이러면 얼마나 좋을지 생각하게 된다. 나로 인해 다른 사람이 영향을 받고, 성장하며 그 영향력을 또 다른 사람에게 나누고, 그 과정을 통해 내가 다시 성장하고… 이토록 이상적인 이야기를 식상하게 펼쳤다면 나는 또다시 책을 덮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각자의 매력을 통해 이 이야기를 ‘은~근한’ 에너지로 표출한다. 은영이 발산하는 에너지를 받고 ‘나도 누군가의 보건교사가 되었으면’ 이라는 엉큼한 상상을 해보며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