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도장

김재혁

출판사 민음사 | 발행일 2007년 1월 19일 | ISBN 978-89-374-0748-2

패키지 양장 · 변형판 124x210 · 132쪽 | 가격 7,000원

책소개

고려대 독문과 교수이자 릴케 연구자로 이름 높은 시인 김재혁의 두 번째 시집 『아버지의 도장』이 민음사에서 나왔다. 아름답고 지적인 이미지로 마음의 풍경을 생생하게 전달하는 데 능숙한 시인은 이번 시집을 통해 따듯한 서정을 절제된 언어로 보여 준다. 낯선 난해함이 새로움의 미덕처럼 보이는 요즘, 그가 보여 주는 시의 행보는 흥미롭다. 제목에서 이미 선명하게 드러나는, 익숙하고 오래된 ‘아버지의 도장’에서 그가 바라보는 것은 무엇일까?

편집자 리뷰

■ 일상과 기억의 시간 속에서 피어난 색채와 음향의 이중주김재혁의 시는 독특한 이미지와 상징, 그리고 견고한 서정으로 가득 차 있다. 일상을 말하되, 그것을 색채의 대비로 읽어 내는 시인의 감각은 그가 마음속에 그려 내는 풍경을 우리에게 선명히 보여 준다. 시인에게 일상이란 그것이 늘 그렇듯 비켜 나갈 수 없는 어떤 것이다. 시인은 “생활의 뼈만 남기고/ 붉은빛 속으로” 완전히 사라지고 싶은 열망에 사로잡히며 일상으로부터 갈등을 느끼기도 하지만, “또 다른 생활의 방”으로 향하는 그 일상 사이에서 시인이 발견하는 것은 “보도블록의 따스한 숨결”과 “안개의 포근한 입김”과 같은 것들이다. ‘생활의 공간’이란 순수와 생의 열망이 퇴색된 공간이기도 하지만 그것은 또한 ‘기억의 공간’이며 현재와 과거를 잇고, 생활과 생활을 이어 욕망의 간격을 줄일 기회를 얻는 공간이기도 하다. 시인이 포착해 낸 일상으로부터의 괴리는 다시 일상의 공간에서만 회복될 수 있다. 시인은 이 과정에서 느끼는 우수를 선명한 색채 이미지와 청각적 이미지로 드러내며 아름다운 하모니를 그려 낸다. 시인에게 일상이란 생활의 영역만을 말하지 않는다. “올라갈 수 없는 무덤과 나 사이에 생이 펼쳐져 있다”라고 시인은 무덤과 자신 사이에서 생을 바라본다. 생의 모호한 경계에서 시인이 바라보는 시간은 여전히 일상적이다. “아까 들리던 아이들의 소리는 이승에 남은 것 같”고, “간혹 보이는 전봇대가 아직은 눈에 익다.” 시인의 눈은 이렇게 다가오지 않는 시간을 일상적으로 바라보는가 하면 지나온 일상의 시간을 바라보기도 한다. “마음에 새겨지는 붉은 인주 같은 추억들”과 “나와의 붉은빛 인연”들. ‘아버지의 도장’이 시인에게 선사하는 아름다운 기억들이다. 기억은 시인이 시 속에서 존재하는 양식이며 일상은 그가 존재하는 공간이다. 지나간 시간과 곧 다가올 시간, 그리고 시간의 켜 사이사이에서 시인은 일상을 포착해 내고 기억을 잡아낸다. 그리고 그 안에서 피어나는 강렬한 색채와 음향의 이중주. 선명하고 생생한 시의 이미지 속에서 시인이 그려낸 일상과 기억들은 비로소 활기차게 살아 움직이기 시작한다. ■ 작품 해설 중에서김재혁의 시는 시각적 이미지와 청각적 이미지가 상호 침투하거나 변용되면서 새로운 이미지로 융합되는, 색채와 음향의 이중주를 들려 준다. “멀리 빨강 노랑 파랑으로 흔들리는 네온사인들이 개구리들의 노랫소리 같다”(「개구리」)에서처럼 색채 이미지와 청각적 이미지는 긴밀히 결부되어 있다. ‘시간의 주름’ 위에 피어나 ‘너털웃음’ 같은 소리로 터지는 “검은빛 붉은 꽃,” 우리는 이 꽃을 피운 생성 과정의 비밀과 정체를 가리켜 ‘변용의 시학’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오형엽(문학평론가, 수원대 교수) ■ 김재혁 시에 관한 평 중에서시가 아주 속도감 있고 재미있게 읽힌다. 형상화가 신선하고 표현이 활기차다는 것이 김재혁 시가 갖는 첫째 미덕일 터이다. 가령 아내에게서 “빈틈없는 고전의 깊이”를 발견하고(「아내」), “안개의 싱그러운 속살을/ 한 입 베어 먹은 나의 심장이/ 조금 부풀어 오르던 것”을 기억한다는(「안개」) 진술 등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러한 예사롭지 않은 눈은 “난해 시인”을 사로잡은 “아무도 모르는 밀교 의식”을 발견하고(「난해 시인」), 세상 곳곳에서 “무언가를 위해 날뛰는/ 저 많은 골렘, 골렘, 골렘들”(「골렘」)을 본다. 릴케, 귄터 그라스 같은 작가들의 작품이 키워드가 된 시 역시 전혀 관념적이지 않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의 시적 사유와 형상화의 과정이 현실과 전혀 유리되어 있지 않음을 말해 주는 대목이기 때문이다. -신경림(시인) 김재혁은 \’묘사\’의 시인이 아니라 \’표현\’의 시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대상에 대한 객관적 묘사에 앞서 자신의 마음을 생생하게 드러내고 표현하고자 하는 시인이 김재혁인 것이다. 바로 이 때문에 김재혁의 시를 읽다 보면 그 어느 시인보다도 언어를 앞에 놓고 고심하는 시인의 모습이 읽혀진다. -장경렬(문학평론가, 서울대 교수)지적인 이미지를 구축하여 견고한 서정을 펼쳐 내는 김재혁의 시 쓰기는 최근의 우리 시가 상실해 가고 있는 특장을 떠올리게 만든다. 모더니즘이나 이미지스트의 계보를 잇는 그의 상상력은 예리한 관찰력을 밑천으로 삼아 언어의 명징한 하모니를 연주해 내는 솜씨를 보여 준다. -이경호(문학평론가)● 김재혁1959년 충북 괴산에서 태어났다. 고려대 독문과 및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독일 쾰른 대학에서 수학했다. 1994년 《현대시》로 등단했으며 시집 『내 사는 아름다운 동굴에 달이 진다』가 있다. 그 밖에 『릴케전집』(1~2), 『겨울 나그네』, 『결혼의 열다섯 가지 기쁨』, 『푸른 꽃』, 『넙치』(전2권) 등의 역서와 『릴케의 예술과 종교성』, 『릴케의 작가정신과 예술적 변용』, 『릴케와 한국의 시인들』 등의 저서가 있다. 현재 고려대 독문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목차

자서1. 안개안개아내아버지의 도장막노동하는 밤인터뷰하는 거닐리우스또 백 원만 아저씨캠퍼스의 여인안암동 구두닦이 아저씨노을과 대화하는 사내충남상회 아저씨가을 산옛날 우표첩을 보며북한산 딱따구리한국의 꽃비를 모르는 소녀에게2. 묘비명봄 안개손 또는 주먹정릉에서고요난해 시인심장 속 장미카프카 또는 나묘비명시와 누드새파란,저 하얀,먼지물고기의 입넙치햇살까치집에서골렘이 가을에시어느 색소폰 연주에 부쳐싱싱한 나무 관을 보면서용안사 석정에서시집어느 생무슨 꽃구레 화엄사에서나는 왜 여기서 이러고 있나장미 날다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석양주3. 정물나무들유기농 시정물무덤에 핀 아카시아졸음저수지머슴개구리섬채송화난초합장4. 추억사랑편견철학시기심여자마늘추억술비담배벼락까치책영안실신발태풍허무의 바다생각의 열매작품 해설 : 변용의 시학ㅡ색채와 음향의 이중주 / 오형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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