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다니네

조용호

출판사 민음사 | 발행일 2013년 6월 28일 | ISBN 978-89-374-8794-1

패키지 변형판 135x205 · 208쪽 | 가격 12,000원

책소개

“물 위에 그리운 사람이라도 떠 있나요?”

 

정처 없는 마음과 속절없는 사랑…….

머무르길 거부하는 생의 부력을

서정적 문장과 아련한 장면으로 그려 낸 일곱 개의 이야기

 

1998년 《세계의 문학》으로 등단한 조용호의 소설집 『떠다니네』가 민음사에서 출간되었다. 두 번째 소설집 『왈릴리 고양이나무』를 펴낸 지 8년 만으로 《현대문학》, 《문학동네》 등 주요 문예지를 통해 발표해 왔던 7편의 단편소설을 묶었다. 소설집을 관통하는 주요 모티프는 이별 후의 삶이다. 표제작 「떠다니네」는 사고로 아이를 잃고 아내와도 이혼한 남자가 동남아 여행을 떠나는 이야기로, 정처 없이 떠도는 인간의 부박한 마음을 씨앗 상태로 물 위를 떠다니다 최적의 장소를 찾았을 때 물속에 뿌리 내리는 나무 맹그로브와 비교하며 탁월하게 표현한다. 침선(沈船) 낚시에서 우연히 건져 올린 향로로 시작되는 「모란무늬코끼리향로」는 죽은 남편의 유물인 향로를 전달받게 된 여자의 예상 밖 선택을 통해 이별의 고통을 기다림의 희망으로 극복하는 모습을 감동적으로 보여 준다. 2009년 이상문학상 우수상 수상작인 「신천옹」은 자유와 책임감 사이에서 갈등하는 가장의 모습을 하늘에서는 신선같이 화려하지만 육지에서는 바보같이 허둥거리는 새 신천옹을 통해 효과적으로 드러낸다. 조용호 특유의 담백하고 서정적인 문장은 이번에도 어김없다. 그중에서도 가장 빛나는 작품은 「달과 오벨리스크」. 사랑하는 사람을 놓치고 후회하는 장면에서 나타나는 아련하고 정확한 문장의 연속은 독자들을 저마다 가슴 속에 묻어 두었던 ‘그때 그곳’으로 데려다줄 것이다.

편집자 리뷰

■이별 후에 오는 것들

세상의 관심은 만나고 헤어지는 일에 집중되기 십상이지만, 실상 우리는 사랑과 전쟁이 지나간 곳에서 생의 대부분을 살아간다. 열정도 냉정도 없는 그곳은 폐허일까.

 

“오늘은 바다가 장판처럼 펼쳐진 날이다. 파도가 0.5미터 이내일 경우 바다는 저수지나 호수처럼  표면이 고르다. 뱃사람들은 이런 날을 장판 날씨라고 부른다.”                                                -31쪽, 「모란무늬코끼리향로」에서

 

폐허가 아니라 장판이다. 몰아치는 폭풍도 부서지는 파도도 없는 이곳으로, 조용호가 세 번째 소설집을 들고 돌아왔다. “울음 가득한 몸으로는 일상의 가혹함을 견딜 수 없어”(장은수 문학평론가) 집 밖으로 떠돌기 바빴던 조용호의 인물들은 이제 눈물과 슬픔에서 조금 멀어진 듯하다. 절정 같았던 순간을 통과한 주인공들은 나름의 방식으로 ‘이별 그 후’를  살아간다. 열렬히 사랑하고 비참하게 무너질 때 했던 것이 도망치듯 떠나는 일이었다면, 이제 그들은 괜한 데 힘 빼지 않고 표정 없이 짐을 꾸린다. 일탈을 일상화하고 일상을 낯설게 함으로써 고통의 파편을 제 삶의 무늬로 새길 줄 알게 된 것이다. 시간이 주는 선물인 “장판 날씨” 를 등에 업고 장판처럼 평편한 표정으로, 가끔 울지만 너무 울지는 않으면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그들. 2001년 발표한 첫 번째 소설집 『베니스로 가는 마지막 열차』와 두 번째 소설집 『왈릴리 고양이나무』에서 보여 준 슬픔의 정조는 여전하다. 그러나 종전의 작품들이 떠다니는 사람에 대한 정서적 슬픔에 초첨 맞췄다면 이번 작품들은 남겨진 사람들의 기다림에 귀 기울인다.

 

■맹그로브가 되고 싶은 사람들

조용호의 ‘그들’은 이별을 겪으면 떠난다. 어딘가를 떠나는 행동 자체가 이별과 닮아서인지 헤어진 슬픔은 떠나고 돌아오는 과정을 반복하며 희석되고 가벼워진다. 이번 작품 역시 떠나고 돌아오는 삶의 운율에 따라 슬프고 아련한 감정이 흐른다. 카자흐스탄 알마타․몽골․히말라야 산기슭……. 배경을 이루는 곳은 한반도뿐만 아니라 동서를 가로지른다. 그러나 떠나는 사람보다 남겨진 사람에 더 집중하는 것은 종전과 구분되는 『떠다니네』의 특징. 「베인테 아뇨스」의 주인공은 이혼 3년 차 중년 남성이다. 묶인 데 없이 자유로운 방식으로 사진 찍고 글 쓰면서 연명하는 주인공은 집으로 돌아올 때마다 누군가가 왔다 갔음을 느낀다. 아내일까, 헤어진 연인일까. 의심에 의심을 거듭하던 주인공의 발걸음은 마침내 요양원을 향한다. 수척한 아내가 그를 반긴다. 「떠다니네」는 사고로 아이를 잃고 그 여파로 아내와도 이혼하게 된 남자가 이혼 서류에 도장 찍은 날 동남아 패키지여행을 신청하면서 시작한다. 아내와의 재결합에 대한 일말의 기대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뚜렷한 의지 없이 충동적으로 시작한 여행이다. 성과라면 맹그로브숲을 보게 된 것. 물속에 뿌리내린 채 떠다니며 엄청난 산소를 발생하는 나무 맹그로브. 물 위를 떠다니며 깊지도 얕지도 않은 생각과 대화로 소일하던 남자는 맹그로브의 매력에 사로잡힌다. 이별을 겪고 정처 없이 방황하던 주인공들은 모두 뿌리를 원한다. 벗어나고 싶은 마음 한편에 정박하고 싶은 마음도 있다.

 

■기다림, 이별의 낭만

그들은 두고 온 사람들에게 뿌리 내렸어야 했을까. 「달과 오벨리스크」는 남겨진 고통에 대한 한 편의 시다. 주인공인 나는 입사 1년 차에 해외 연수를 떠난다. 대학시절부터 사귀어 온 여자친구의 만류를 뿌리치고 떠난 연수였다.

 

“그때 나는 혈기 방장한 청춘이었다. 그네를 내 심장처럼 여긴 것은 맞지만, 그네에 대한 사랑 못지않게 바깥세상에 대한 궁금증과 세속적인 출세에 대한 욕심도 버릴 수는 없었다.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면 나는 끝까지 어느 한쪽도 포기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리 길지 않은 나의 부재가 그네와의 단절로 이어진다면, 겨우 그 정도라면, 우리의 인연도 거기까지일 거라는 마음도 없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결코 그런 일이 일어나리라고는 믿지도 않았다. 하연은 안타까운 눈빛으로 순순히 나를 놓아주었다. 그리하여 나는 떠났다. 하지만 상파울루에 가서 여러 번 국제전화를 하고 편지를 띄워도 그네와는 더 이상 소통할 수 없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마음 한 귀퉁이가 허물어지기 시작했다. 1년을 다 채우지 못하고 열 달 만에 서둘러 돌아왔을 때, 그네는 이미 다른 남자의 아내가 되어 있었다. 후회는 늘 늦게, 뼈저리게 온다.

-176쪽, 「달과 오벨리스크」에서

 

 

두 사람은 세월이 흘러 다시 만나 뜨겁게 사랑하지만 그 사랑은 이루어지지 못한다. 그토록 사랑했는데 여자는 왜 남자를 떠났을까. 아니 그 전에 그토록 만류했는데도 남자는 여자를 떠나야만 했을까. 「별이 빛나는 밤에」는 한국으로 떠나온 노동자 바토르와 본국에 남겨진 아내에 대한 이야기다. 떠나온 바토르는 한국에서 불의의 사고로 죽고 남겨진 아내는 그야말로 혼자가 된다. 여차한 사정으로 바토르의 아내에게 남편의 죽음을 알리러 가는 길. 그러나 정작 아내를 만난 ‘나’는 그가 죽었다는, 준비한 말을 한마디도 하지 못한 채 돌아온다.

 

“부탁 하나만 할게요.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바토르를 볼 수 없다는 말만은 제발 하지 마세요. 당신이 이 자리에서 만약 그런 말을 입 밖에 낸다면, 모든 악신의 이름으로 저주할 거예요. 바토르는 반드시 돌아와요.”

-76쪽, 「별이 빛나는 밤에」에서

 

기다리는 힘은 사랑하는 열정보다 뜨겁고 이별하는 고통보다 오래간다. 때로 기약 없는 기다림은 고통으로 비유되곤 하지만, 소설 속 주인공들이 보여 주는 기다림은 이별마저 낭만으로 만들 만큼 신성하다. 그 신성함은 「모란무늬코끼리향로」에 이르러 절정에 달한다. 침선 낚시 중 향로를 건져 올린 ‘나’는 향로를 주인에게 주기 위해 남쪽 마을을 찾는다. 이미 재혼해 다른 남자와 소박하게 살고 있던 여자는 죽은 남편의 유품을 돌려주며 제자리에 갖다 놓아 달라고 부탁한다. 모종의 배신감을 느낀 ‘나’는, 그러나 후일 우연히 향로에 새겨진 문구를 통해 여자의 진심을 알게 된다. 그녀는 기다림을 통해 사랑을 완성한다.

 

“석양 무렵이면 섬진강은 선홍빛으로 울어요. 바다에 지는 석양빛과는 많이 달라요. 서해를 물들이는 지는 해의 빛은 마지막처럼 서러운데, 저 강물에 드는 빛깔은 희망을 줘요. 살아라, 살다 보면 반드시 다시 만난다, 다만, 견디어라, 견뎌라…….”

-29쪽, 「모란무늬코끼리향로」에서

 

헤밍웨이가 말한 “진실한 문장 하나”는 조용호 소설이 주는 가장 큰 즐거움이자 『떠다니네』를 관통하는 최상의 아름다움이다. 더할 것도 뺄 것도 없는 적확한 문장의 연쇄는 길 잃은 마음에 이정표가 되어 줄 만하고 물기 어린 아련한 문장은 사랑 잃은 마음에 공감의 기쁨을 줄 만하다.

 

 

■ 발문 중에서

문화부 기자, 자유 기고가, 학원 강사, 중소기업 회사원……. 직업이 무엇이든 이들은 대체로 젊음에서 벗어나 중년에 이른 남성이다. 낮이면 초원에 흩어져 풀을 뜯다 저녁이 되면 어김없이 몰이꾼을 따라 우리로 들어가는 양 떼처럼 반복되는 일상을 살아가는 그들. 팍팍한 현실을 감내하는 그들은 평온을 찾을 수 있는 어딘가를 마음 한편에 작은 불씨처럼 간직하고 있다. 그건 때로 낭만적 사랑이라는 외피를 입는다. 지순한 사랑에 대한 낭만적 그리움이야말로 조용호로 하여금 꾸준히 소설을 쓰게 하는 원동력이 아닐까. 현실을 살아가는 데 그보다 훨씬 서툰 내가 그를 보면서 ‘저 대책 없는 낭만주의자’라는 말을 떠올리는 것도, 사랑을 향한 그의 순정한 믿음 때문이다.

―이혜경(소설가)/ 발문에서

목차

차례

모란무늬코끼리향로

베인테 아뇨스

별이 빛나는 밤에

떠다니네

신천옹

푸른바다거북과 놀다

달과 오벨리스크

 

작가의 말

발문_ 떠다니네, 노랫가락에 실려/이혜경

작가 소개

조용호

1998년 《세계의 문학》에 단편을 발표하며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소설집 『떠다니네』 『왈릴리 고양이나무 』 『베니스로 가는 마지막 열차 』, 장편소설 『기타여 네가 말해다오』, 산문집 『꽃에게 길을 묻다』 『키스는 키스 한숨은 한숨』 『여기가 끝이라면』 『시인에게 길을 묻다』 『노래, 사랑에 빠진 그대에게』 『돈키호테를 위한 변명』 등이 있다. 무영문학상, 통영 김용익문학상을 받았다.

전자책 정보

발행일 2013년 6월 28일 | 최종 업데이트 2013년 6월 28일

ISBN 978-89-374-8795-8 | 가격 8,400원

“물 위에 그리운 사람이라도 떠 잇나요?”

정처없이 떠도는 삶과 속절없이 변해 가는 사랑을

유리같이 맑고 투명한 문장으로 그려낸 일곱 편의 러브 스토리

문화부 기자, 자유 기고가, 학원 강사, 중소기업 회사원……. 직업이 무엇이든 이들은 대체로 젊음에서 벗어나 중년에 이른 남성들이다. 낮이면 초원에 흩어져 풀을 뜯다 저녁이 되면 어김없이 몰이꾼을 따라 우리로 들어가는 양 떼처럼 반복되는 일상을 살아가는 그들. 팍팍한 현실을 감내하는 그들은 평온을 찾을 수 있는 어딘가를 마음 한 편에 작은 불씨처럼 간직하고 있다. 그건 때로 낭만적 사랑이라는 외피를 입는다. 지순한 사랑에 대한 낭만적 그리움이야말로 조용호로 하여금 꾸준히 소설을 쓰게 하는 원동력이다. 현실을 살아가는 데 서툰 사람들마저 이런 작가를 보고 ‘저 대책 없는 낭만주의자’라는 말을 떠올릴 만큼, 사랑에 대한 그의 순정한 믿음을 그리고 있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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