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을 “물로 된 불”이라 표현하고 있는 문인수는 존재는 슬픔에 싸여 있다고, 존재의 본질이 바로 슬픔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생산의 기저에는 언제나 눈물이 굽이굽이 흐른다. 그렇다면 그의 눈물의 미학의 근거는 무엇일까? 고향과 유년으로의 회귀성, 또는 그것을 확대한 의미로서 집으로의 귀로 의식이 바로 문인수 눈물의 미학의 근원이다. 이번 시집은 그런 회귀성, 귀로 의식이 현실의 시간과 공간에 막혀 이루어질 수 없는 꿈으로 인식되면서 슬픔이 되는, 보다 비극적으로 심화된 양상을 보여 준다. 심화된 유배 의식이나 개별화, 단편화된 사물 의식이 특히 두드러지면서 미세한 묘사를 통한 강렬한 표현성을 획득한다. 눈물 또는 젖음의 인식이 적극성을 띠고 생기를 발하면서 보다 역동화되고 있는 그의 최근작들은 아름답다.─이하석
自序
1 비/ 슬픔은 물로 된 불인 것 같다/ 가오라면/ 오징어/ 논갈이/ 마을/ 이무기/ 장 속의 새/ 수탉 생각/ 까마귀/ 소/ 폭발하는 풍경/ 나무 속의 새/ 소금쟁이
2 밤바다/ 섬/ 허수아비/ 달, 나의 부메랑/ 봄날/ 겨울 이야기/ 사월 스무하룻날의 달/ 저녁 별/ 그믐달/ 불을 모으며/ 낡은 배/ 이어도/ 지게
3 터널/ 시린 것들은 잠을 덮는다/ 뿔이 뿌리는 슬프다/ 하관/ 여름 눈물/ 덜컹거리는 잠/ 거울/ 목련 아래/ 꿩/ 배/ 가을 기차/ 절명시/ 비탈의 흙/ 검은 풍경 무수한 정작은 와글와글거린다/ 그렇다면 평화란 말이냐 기를 내리며
4 달팽이/ 정선 가는 길/ 부엉이 소리/ 하늘 세 뼘/ 허공/ 바위/ 정선 노래비/ 골뱅이 국/ 호미/ 정선, 아우라지의 빈 배/ 정선 뜨는 길/ 먼 정선 고추잠자리/ 새똥/ 소쩍새 소리
작품 해설 | 슬픔으로 된 뿌리─이하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