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생활백서

박주영

출판사 민음사 | 발행일 2006년 6월 26일 | ISBN 89-374-8091-3

패키지 양장 · 변형판 135x205 · 332쪽 | 가격 9,500원

책소개

2006년 제30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창립 40주년을 맞은 민음사와, 제30회 <오늘의 작가상>에 공동 당선되어 백수생활에 종지부를 찍은 작가 박주영의 생일은 둘 다 5월 19일. 뭔가 흔치 않은 인연이다. 그녀는 또 다른 수상자인 작가 권기태가 《동아일보》 문학담당 기자로 재직할 당시 같은 신문의 신춘문예로 등단했고, 그 이듬해인 2006년 5월 박주영·권기태 두 사람은 제30회 <오늘의 작가상> 공동 수상자 명단에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역시 예사롭지 않은 인연. 이들 두 작가의 작품은 독자들이 원하는 소설은 무엇인지, 그리고 소설의 재미란 과연 어떤 것인지에 대해, 현재의 소설을 시험하며 각기 양극단에서 서로 다른 답안을 제시한다. 이제 막 불혹을 넘긴 민음사가 여기, 스스로 백수이고 싶은, 자발적 백수 이야기 한 편을 내놓는다.
■ 줄거리읽을 시간을 뺏기고 싶지 않아서 일하기 싫다고 한다면? 별 핑계도 다 있다고 하겠지만 자발적 백수인 우리의 주인공 ‘나(서연)’에게는 그것이야말로 내가 가장 잘 알고 있는 나만의 진실이다. 문제는 책 읽기 위한 시간을 더 많이 내기 위해서? 일을 하지 않으면 책을 살 돈이 없다는 것! 균형, 바로 그것이 문제다. 절판된 책들을 소유하고 싶은 나는 인터넷을 통해 책을 팔기로 한 남자와 접선한다.어리고 돈은 없고 시간만 많았던 시절, 그래서 가지고 싶었으나 다만 빌려 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던 책들을, 그냥 넋 놓고 바라보아야만 했던 책들을, 그는 가지고 있다. 남자는 실연한 옛사랑의 기억을 팔아버리듯, 나에게 옛사랑이 남긴 자신의 책들을 판다. 나는 남자의 책들을 넘겨받는 조건으로 남자의 ‘실연복수극’에 동참하기로 한다. 남들에게 오해 사는 일을 세상에서 가장 싫어하는 나이지만, 그보다 앞서는 건 언제나 책에 대한 호기심과 욕망이다. 누군가의 손길이 지나간 책은 더욱 흥미롭다. 나는 그의 책들을 통해 그의 사연을, 사랑을, 그리고 복수를 계획하고 돕는다. 어쩌면 그의 책들은 나로 인해 영원히 살아남을 것이다.사람들 눈에 띄지 않는 뒷자리 어딘가에 먼지처럼 고요히 앉아 책을 읽고 싶었던 고등학교 시절, 나는 영화광인 유희를 만났다. 훌륭한 성적이나 뛰어난 외모와는 달리 학교에서 주로 하는 일이 잠자기 아니면 분란 일으키기였던 문제아 유희. 유희는 대학 졸업 이후 툭하면 회사를 때려치우는 진짜 골칫덩이가 됐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 유희는 좀 제멋대로이긴 하지만 아주 잘 살고 있다. 보통 사람 같으면 벌써 탈이 났어도 여러 번 났을 인생이지만 기껏해야 회사 몇 번 때려치우거나(아니면 잘리거나), 연애 몇 번 잘못된 것뿐이다. 회사야 다시 들어가면 되고 연애도 다시 시작하면 되는 것 아닌가. 그런데 또다시 회사를 그만둔 유희의 이번 해결책은 좀 독특하다. 난데없이 소설을 쓰겠단다. 끈기라곤 전혀 없는 유희가 과연 소설을 쓸 수 있을까? 어차피 미래 따윈 현재 보다 중요한 적 없었다. 쓰고 있는 지금 행복하다면? 읽고 있는 지금 행복하다면? 그것으로 완벽한 것 아닐까.대학을 졸업하자마자 결혼했지만 아직도 로맨스를 꿈꾸는, 못 말리는 아줌마 채린은 나의 중학교 동창이다. 도서 대여점을 겸한 채린의 비디오 가게는 주인의 취향을 절대적으로 반영하듯 로맨스물 비디오와 연애소설, 순정만화로 가득하다. 취미가 로맨스이긴 하지만 이번에는 어떤 남자와 아주 제대로 사랑에 빠진 모양이다. 돌연 행방이 묘연해진 채린. 상처 없는 사랑보다 상처 많은 사랑이 우리의 기억 속에선 좀 더 끈질긴 것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채린도 남자를 단순히 흘려보낼 수 없고, 그도 그 여자를 향해 복수를 꿈꾸는 것인지 모르겠다. 나는 남자의 책들을 한 권, 한 권 읽어나가면서 그와 조금씩 가까워지기 시작한다. 남자는 내게 홍콩에 가자고 말한다. 홍콩의 하늘 아래에서 나는 아주 많은 것들을 떠올리고 또한 깨닫는다.자기 자신을 위해 채린이 사랑을 하고 유희가 소설을 쓰듯, 나는 오로지 나 자신만을 위해 책을 읽는다. 나는 꼭 이루어야 할, 남들과 똑같은 인생의 목표는 없다. 그러므로 앞으로도 책을 읽을 것이다. 누군가 예수를 믿고 부처를 믿듯 나는 책을 믿는다.

편집자 리뷰

■ 2006년 제30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 책 먹는 여자, 기억 파는 남자타인에 대한 탐험과 소유에 관한 철학적 사유가 담긴 『백수생활백서』에 더 이상 ‘책 읽어주는 여자’는 없다. 다만 “하루에 한 권 이상의 책을 비타민처럼 복용하는” 화자, ‘책 먹는 여자’ 서연이 있을 뿐이다. ‘책 읽어주는 여자’에서 진일보한 ‘책 읽는 여자’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해 서연은 다른 모든 것을 포기한다. “나는 희망이 없다. 아니, 있긴 있으나 단순하다. 그러므로 두려울 것이 없다. 나는 잃을 것이 거의 없다. 나는 가볍고 의미 없고 비생산적이다. 나는 그런 내가 마음에 든다.”라고 말함으로써 서연은 패배자가 아닌 몽상가, 작가가 아닌 독자로서의 완벽한 삶을 살게 된다.책을 읽는다는 것은 작가나 지식인이나 다른 그 무엇이 되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그 자체로서의 목적이다. 책 읽기는 그녀의 삶의 근거요, 형식인 셈이다. 인생과 달리 시작과 끝이 예정돼 있는 하나의 전체로서, 이미 완결된 수많은 소설들을 끊임없이 인용하며 그 인용 뒤에 겸손하게 숨어 만족하고 행복해하는 독자는 아버지의 집 한구석에서 소리 없이 기생하며 최소한의 경제적 수단으로 조금도 불편해하지 않는 서연의 삶과 표리를 이룬다.서연은 옛사랑의 그림자를 떠나보내기 위해 여자의 책을 처분함으로써 자신의 기억을 팔아버리는 한 남자를 만난다. 약간은 식물적이고 수동적인 서연과, 활기를 불어넣는 주변 인물들 간의 필연적인 만남과 대화, 사건 들은 웃음과 동시에 진한 페이소스를 자아내며 독자와의 공감을 불러일으킨다.책과 사람, 그리고 영화와 인생을 이야기한 이 작품에 대해 소설가 조경란은 ‘소설가라면 누구나 이십 대에 한번쯤 쓰고 싶어 했을 청춘소설’이라 말한다. “나는 책을 소유하기 위해 이 책을 썼다.”는 작가의 말처럼 깊이 있는 사유를 바탕에 깔고 있으면서도 아주 잘 읽힌다는 장점을 지닌 『백수생활백서』는 소설의 포괄성과 유연성을 하나의 그릇에 잘 버무려놓은 수작임에 틀림없다.■ 본심 심사평 중에서▶ 후기 자본주의의 도도한 위협에 압도되어 멸종되어 가는 듯한 인상을 주는 소설의 󰡐독자󰡑가 지금 어디로 피난 와서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 손가락으로 짚어 보이는 듯한 주제가 특히 매력적이었다. 화자는 불필요하게 톤을 높이는 일 없이 나직하고 담담한 어조로 숨 쉬듯이 말한다. 가끔 문장과 문장, 단어와 단어 사이에 엿보이는 깊은 수렁, 그것이 허무인지 무의미인지는 알 수 없다. 어쩌면 그것은 꾹꾹 눌러서 억제한 어떤 절규일지도 모른다. 화자는 그 깊은 수렁 위를 무심한 표정으로 건너간다. […] 오직 독자의 영역에서 한 발자국도 밖으로 나서기를 거부하는 이 길고 가느다란 삶은 마침내 가장 겸손한 독자를 오늘의 폭력적인 삶에 가늘고 길게 저항하는 치밀한 소설가로 탈바꿈시킨다. -김화영(문학평론가·고려대 교수) ▶ 그 자체로 불후의 도서관인 소설, 그 옆에 영화관이 있는 소설, 그 속에서 자족적인 삶을 사는 인간이 있기에 이 소설은 21세기적 유토피아 소설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장자의 나비가 책일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런 불가능한 이상을 실현 가능한 일상으로 느끼게 할 정도로 이 소설은 환상적이면서도 구체적이다. 반성하고 자학하는 주인공이 아니라 스스로를 사랑하고 만족해하는 주인공을 이제 우리 한국 소설에서도 갖게 되었다. -김미현(문학평론가·이화여대 교수) ■ 저자 소개박주영 부산에서 태어나 부산대 정치외교학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2005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중편소설 「시간이 나를 쓴다면」으로 등단했으며 2006년 제30회 <오늘의 작가상>을 받았다.

목차

■ 차례
1 정신이 선택한 어떤 모습2 그래도 모든 걸 기억해3 난폭한 욕망은 멈출 줄 모른다4 책을 읽는 동안 그녀가 머무르던 곳5 아마 그럴 일은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6 한 권씩 한 권씩 모든 책을 다 읽었다7 한 남자를 기다리는 일8 어느 곳에서도 찾을 수 없는 곳9 미리 알고 있었던 것처럼10 세상의 바보들에게11 아무도 소설 따위는 쓰지 않는다12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고독13 인간이 거주했던 모든 영역14 넌 인생의 목표가 없어15 목표를 향해 곧장 가는 것뿐16 내가 없는 거기에서 나를 사랑한다17 두 사람이 함께 공유할 미래18 너는 이곳에, 나는 저곳에19 끝까지 춤추는 거야20 불완전하지만 생생하게21 언제 시작되어 언제 끝났는지22 제일 슬픈 책들보다도 더 슬픈23 이것으로 끝을 내겠다24 언제까지나 그럴 것이었다25 책이 나를 필요로 했다

작가 소개

박주영

부산에서 태어나 부산대 정치외교학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2005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중편소설 「시간이 나를 쓴다면」으로 등단했으며 2006년 제30회 <오늘의 작가상>을 받았다.

 

독자 리뷰(1)

독자 평점

3

북클럽회원 1명의 평가

한줄평

책 좋아한다는 사람치고, 이 주인공 같은 생활을 생각 안해본 사람이 있을까? 기본적인 의식주 해결이 되는 상태로, 최소한의 노동으로 사고싶은 책이나 실컷 사보면서 지내는 생활. 그 생활이 좋기만 할 것인지는 주인공의 생활을 엿보면서 생각해봐야할 것이다. 책 속에 소개된 수많은 책들을 통해서 작가의 독서력을 짐작해 볼 수 있으며, 이 정도 책을 다 읽어내야 작가를 할 수 있는 것인가 , 나는 아직 멀었다....는 생각도 해보았다.

밑줄 친 문장

언젠가 책에서 읽었는데 너처럼 큰 목표를 달성하고 나면 사람이 묘한 정서 상태가 된다고 하더라. 그 책의 저자는 그것을 충만함의 우울이라고 표현했었지. 불행그럽게도 난 그것이 어떤 건지 잘 모르지만. 충만함이 우울. 아름답고. 어감이 좋은 말이다. 요셉이 말했던 '생기 부족증'보다는 인간적인 면이 더 느껴진다...... ㅡp52, 책속 에 소개된 마르쿠스 베르너의 이라는 책 중 인용된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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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책에 의한, 책을 위한 즐거운 인생
shurook 2017.5.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