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터프루프북x한편] 스크롤을 멈추면

하미나, 정희원, 허성원, 김민호, 구기연, 오은정

출판사 민음사 | 발행일 2024년 7월 31일 | ISBN 978-89-374-4613-9

패키지 소프트커버 · 변형판 127x182 · 76쪽 | 가격 15,000원

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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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워터프루프북 출간!

책과 함께 여름을 보내는 특별한 순간,

워터프루프북과 인문잡지 《한편》의 만남

 

『스크롤을 멈추면』을 보내는

편집자의 편지

어느덧 올해의 절반이 지났습니다. 봄부터 이어진 여러 일을 갈무리한 후 주위를 돌아보니 여름휴가 이야기가 조금씩 들려오네요. 아직은 별 계획이 없다는 쪽이 다수이지만 ‘아직은’이라는 단서에서 ‘그래도 가긴 해야지.’ 하는 희미한 의지가 느껴집니다. 그래요, 바쁠수록 쉬어야지요. 틈이 없는 때일수록 틈을 내야 합니다.

여러분의 상반기는 어땠나요? 저는 한편으로는 어느 때보다 앞날을 가늠하기 어려운 현실 소식에 혼란해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도파민 중독용 숏폼 콘텐츠와 정보값 ‘0’의 바닥을 뚫고 내려가는 노이즈 정보, 플랫폼이 한 차례 걸러내 겉보기에 멀쩡한 온갖 이미지와 영상의 홍수 속에서 사지를 허우적댔어요.

팬데믹이 휩쓸고 간 지구촌 세상, 엄지로 쉭-쉭 넘겨 본 스크린 속 세상살이는 이전보다 훨씬 선명하고 멀끔한데, 동시에 이상하리만큼 과장된 느낌을 줍니다. 이것이 진짜인가? 모두 이렇게 제대로(혹은 미쳐서) 살고 있단 말인가? 눈을 슥 비비고 진짜 사람이 있는 곳에 가 보면 들리는 이야기는 거칠고 침울합니다. 전쟁이 일어났고, 고꾸라진 경제가 언제 좋아질는지 알 수 없고, 아픈 이들은 온몸을 던져 무언가 잘못됐다고 외칩니다. 하지만 이러한 사정을 나누고 머리를 맞댈 창구는 좁아지고 있습니다.

올해의 워터프루프북은 인문잡지 《한편》의 글을 두 개의 테마로 묶어 준비했습니다. 이 책은 ‘스크롤을 멈추면’ 드러나는 가상 이미지의 허약함과 강력함을 생각해 볼 여섯 편의 글로 채워 보았어요. ‘내가 되는 연습’과 함께 탐구할 스마트폰 세계의 이야기들이에요.

하미나 작가의 「곧바로 응답하지 않기」는 카카오톡, 이메일, 문자, 소셜 미디어의 알람을 끄고 단 몇 시간이라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을 견뎌 보자고 제안합니다. 공격적으로 쏟아지는 외부의 이미지와 메시지에서 거리를 두면 화려함에 가린 우리의 조각난 면면이 보입니다.

‘저속노화 선생님’으로 활약하는 노년내과의 정희원은 「지속가능한 몸 만들기」에서 바디프로필 사진 한 장을 위한 초단기 몸만들기의 위험을 조목조목 짚고, 진정 건강한 몸의 상과 이를 위한 실천법을 알려 줍니다. 또 어떤 가상 이미지가 있을까요? 「섹스 중계자들의 우화」를 쓴 퀴어 연구 활동가 허성원은 소셜 미디어에 자신의 성행위를 중계하는 사람들을 인터뷰해 그들이 왜 ‘섹스 중계’에 빠지게 되었는지 분석합니다.

예쁘고 멋진 몸을 피드에 남기고 싶은 욕구, 정말 기분이 좋아서라기보다 그렇게 해야만 할 것 같아서 관심 구하기를 멈추지 못하는 충동을 우리는 모르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진짜 우리인 것도 아닙니다. “이 플랫폼에서의 우리와 저 플랫폼에서의 우리는 다르게 연출”되니까요. “잠재적으로 언제나 쇄도하는 플랫폼‘들’이 우리를 독촉하며, 우리의 시간을 그것들 사이에서 분열되고 있다.”라고 프랑스철학 연구자 김민호는 「플랫폼들의 갈라지는 시공간」에서 분석합니다.

우리의 또 다른 조각은 과장된 화려함뿐 아니라 현실의 슬픔과 분노를 게시합니다. 2022년 이란 히잡 시위 현장과 활동가의 메시지는 24시간이 지나면 사라지는 인스타스토리를 타고 세계 곳곳의 이란 청년 그리고 그 연대인들에게 퍼졌습니다. 그보다 11년 전, 일본 후쿠시마시에 닥친 재해는 원전 사고라는 공포의 이미지로 굳어졌습니다. 하지만 후쿠시마의 주민들은 긴장과 불안 속에서도 그곳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인류학자 구기연이 「인스타스토리로 연대하기」에서, 인류학자 오은정이 「후쿠시마의 주민들」에서 찾은 이야기는 가상 이미지 너머에 살아 있습니다.

수많은 자극과 사건 사고 속에서 어떻게 진짜를 발견할 수 있을까요? 저는 아직 방법을 찾지 못했습니다. 다만 가끔은 스크롤을 멈추고 눈앞의 이미지를, 귓가로 넘어오는 소리를 가만히 노려보고 예민하게 귀 기울여 봅니다. 그리고 그렇게 발견한 틈을 잡아 벌려 봅니다. 책이 잠시간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을 만들어 줄 수 있다면, 워터프루프북을 집은 여러분 역시 가상의 바다에서 고요하게 바라볼 무언가를 찾을 수 있을지도요.

 

 

‘워터프루프북’이란?

워터프루프북은 채석장이나 광산에서 버려지는 돌을 재활용한 친환경 방수 종이 ‘미네랄 페이퍼’로 제작되었습니다. 물에 완전 젖더라도 변형 없이 다시 말려서 보관할 수 있습니다. 해변가, 수영장, 계족, 욕조 등 습기에 구애 없이 워터프루프북을 마음껏 즐겨 보세요!

젖지 않는 책과 함께하는 특별한 경험, 민음사 워터프루프북이 인문잡지 《한편》과 여섯 번째 시리즈로 출간되었습니다. 2018년 첫선을 보인 워터프루프북은 지난해 동시대를 함께 사는 젊은 시인, 소설가, 평론가 8인의 일상과 문학론을 담은 ‘매일과 영원’ 시리즈의 에세이를 소개했습니다. 올해의 워터프루프북은 작가, 활동가, 연구자의 ‘책보다 짧고 논문보다 쉬운’ 한 편 앤솔로지로 여러분 곁을 찾아갑니다.

#실패하고다시시작한기록 #성장서사 #두려움과자부심을 키워드로 꾸린 『내가 되는 연습』은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사는 이 세상 속에서 나 자신을 찾아가는 여섯 필자의 글을 전합니다. #도파민중독탈출 #필터버블 #살아있는이야기듣기를 키워드로 한 『스크롤을 멈추면』은 진짜와 가짜가 혼동되는 온라인 플랫폼에서 잠시 거리를 두고 자신만의 시선으로 세계를 바라본 여섯 꼭지를 담았습니다.

끊임없이 이미지가 흐르는 시대에도, 생각은 한편의 글에서 시작되고 한편의 글로 매듭지어집니다. 여느 때보다 무덥고 습한 여러 한가운데, 지금 이곳의 문제를 풀어 나가는 기쁨을 찬찬히 누려 보세요.

편집자 리뷰

■ 본문 중에서

 

사람들에게 어떤 삶이 더 좋은 삶인가를 가르칠 자격도 그런 소양도 없지만 적어도 나는 지금의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는 안다. 이는 일상에서 충분한 휴식을 취해야만 알 수 있다.

─ 하미나 「곧바로 응답하지 않기」

 

사람의 나이 듦을 공부하고 수많은 사람의 삶을 간접 체험하며 거듭 느끼는 것은 젊을 때 만든 과잉이 항상 반대급부의 고통을 낳는다는 사실이다.

─ 정희원, 「지속가능한 몸 만들기」

 

중독 없는 세계가 있을까? 나를 유지하는 일을 계속하기 위해 우리는 종종 반복의 안락함에 기댄다. 그렇다면 섹스 중계 중독자의 우화를 언뜻 보기에는 중독적이지 않은 우리의 일상 위에 겹쳐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세상에서 자기 자신을 유지하는 한 삶은 하나의 중독에서 다른 중독으로 계속 이행해 가는 과정이고, 중독이란 그저 삶의 또 다른 양상을 나타내는 이름일 뿐이다.

─ 허성원, 「섹스 중계자들의 우화」

 

구글, 페이스북, 트위터, 아마존 중 어느 것도 인터넷 전체가 아니고 그것들을 모두 합쳐도 인터넷 전체가 되지 않으며, 무엇보다도 원리적으로 그런 총괄적 전체는 불가능하다는 관점. 여행자는 이런 복수적 파편성을 자신의 존재론으로 채택하는 사람이다.

─ 김민호, 「플랫폼들의 갈라지는 시공간」

 

안전이 담보되지 않은 상황과 사회 비판의 공론장을 구축할 수 없는 한계 속에서 파편화된 목소리를 모으는 온라인 플랫폼에서의 연대는 느슨해 보이지만 강력하다. 이것이 바로 시위가 일어날 때마다 이란 정부가 인터넷을 엄격하게 차단하는 이유다.

─ 구기연, 「인스타스토리로 연대하기」

 

방사능을 측정하고, 검사하고, 진단하고, 상담하고, 설명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방사능을 그저 두려워하는 것이 아니라 행동의 방향을 정하고 실천을 조직한다.”

─ 오은정, 「후쿠시마의 주민들」

목차

하미나 「곧바로 응답하지 않기」 11

정희원 「지속가능한 몸 만들기」 22

허성원 「섹스 중계자들의 우화」 31

김민호 「플랫폼들의 갈라지는 시공간」 41

구기연 「인스타스토리로 연대하기」 50

오은정 「후쿠시마의 주민들」 60

작가 소개

하미나

작가. 하마글방의 글방지기. 서울과 베를린을 기반으로 활동한다. 『미쳐있고 괴상하며 오만하고 똑똑한 여자들』, 『아무튼, 잠수』를 썼고, 함께 지은 책으로 『상처 퍼즐 맞추기』, 『언니에게 보내는 행운의 편지』, 『걸어간다, 우리가 멈추고 싶을 때까지』가 있다.

정희원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교수. 서울대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서울대병원에서 전문의를, 카이스트 의과학대학원에서 이학박사를 취득했다. 의과대학 시절 호른을 연습하며 근육 유지의 중요성을 깨달았고 이후 내과 실습을 돌며 노인의학에 완전히 매료되었다. 우리 사회의 노화와 노쇠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지속가능한 나이듦』을 썼다.

허성원

서울대 여성학협동과정 박사과정에 재학 중이며, 성 소수자 대학원생/신진연구자 네트워크에서 활동하고 있다. 몇 편의 젠더 및 퀴어 이론 텍스트 번역에 참여했고, 퀴어 이론과 후기 식민 연구에 관심을 두고 한국 사회의 퀴어 수행성을 연구하고 있다. 「퀴어 정동 정치를 향하여: 독해 실천으로서의 퀴어 정동 이론」 등의 논문을 발표했다.

김민호

서울대에서 법학을 전공했으며, 동대학 철학과에서 데카르트의 『정념론』으로 석사 논문을 썼다. 현재 파리8대학 산하 철학의 현대적 논리 연구소(LLCP)에서 샤를 라몽의 지도 아래 『그라마톨로지』 이전부터 유령론 너머까지 이어지는 데리다 사유의 전개를 주제로 박사논문을 작성하고 있다.

구기연

문화인류학자이자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연구교수다. 한국외대를 졸업하고, 서울대 인류학과 대학원에서 문화인류학 석사학위,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이란 도시 젊은이, 그들만의 세상 만들기』를 썼으며, 경향신문에 국제 칼럼을 기고하고 있다. 서아시아 지역과 한국의 이슬람포비아 현상 그리고 무슬림 이주민에 대해 연구한다.

오은정

강원대 문화인류학과 조교수.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의 조선인 원폭 피해자들의 역사와 도쿄전력 후쿠시마 제1원전 폭발 사고 이후 지역 주민들의 활동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공저로 『오늘을 넘는 아시아 여성』, 『재일 한인의 인류학』 등이 있다. 『원자력의 사회사』 등을 번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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