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터프루프북x한편] 내가 되는 연습

안담, 일움, 김민주, 김종은, 김혜림, 영이

출판사 민음사 | 발행일 2024년 7월 31일 | ISBN 978-89-374-4612-2

패키지 소프트커버 · 변형판 127x182 · 76쪽 | 가격 15,000원

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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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워터프루프북 출간!

책과 함께 여름을 보내는 특별한 순간,

워터프루프북과 인문잡지 《한편》의 만남

 

『내가 되는 연습』을 보내는

편집자의 편지

여름이에요. 덥고 습한 여름. 가벼운 옷차림으로 다닐 수 있는 여름. 나무가 우거지고 물비린내가 나는 여름. 하루에 두 번 샤워를 하는 여름. 합법적으로 휴가를 떠날 수 있는 여름. 올여름에는 무슨 일이 일어날까 궁금합니다.

두 손 가볍게 보내고 싶은 여름에 한 권의 책을 읽는다면, 그건 나를 위한 책이어야 좋겠어요. 욕조에서도 해변에서도 읽을 수 있는 워터프루프북에 올해는 내가 되는 연습을 하는 이야기들을 띄웁니다. 한 해의 절반이 지나 한번 쉬어가는 여름을 맞아서요.

내가 되는 연습이란 뭘까요? 저는 『데미안』을 생각합니다. 나 자신으로부터 사는 게 왜 그렇게 어려운 일일까 자문하는 첫 구절을요. 수많은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사는 이 넓은 세계 속에서 내가 누구인지 알아 가는 일은 간단하지가 않죠.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원하는 걸 얻기 위해서 뭘 해야 하는지를 알아내기란 더욱 어렵습니다. 안다고 생각했지만 내 욕망에 내가 충격받고, 솔직해지려고 마음먹자 눈물이 솟아나고…… 인생은 실전이라고 하지만, 나로 살아가기 위해 연습하는 일은 끝나지 않을 것만 같아요. 그래서 이 어렵고 또 중요한 연습을 인상적으로 수행한 사람들을 찾아봤어요. 안담, 일움, 김민주, 김종은, 김혜림, 영이 여섯 사람의 내가 되는 연습은 물론 서로 다른데, 치밀하고 진실해서 귀감이 됩니다.

작가 안담의 「작가–친구–연습」은 글방에서 배운 것을 회고합니다. 지금 활발하게 활동하는 1990년대생 여성 작가들이 다녔던 어딘글방에서는 작가가 되는 법만이 아니라 작가의 친구가 되는 법까지 가르쳤대요. 친구가 나보다 글을 잘 쓸 때를 견디고, 나에 관해 내 생각과 다르게 묘사해도 받아들이는 연습이요. 얼마나 힘들었을까요?

청소년 활동가 일움의 「외모 통증 생존기」는 외모 고민이 나에게 통증을 준다고 표현합니다. 외모가 전부가 아니라는 걸 알고 있지만, 그렇다고 외모 문제가 사라지는 건 아니니까요. 특히 여성 청소년에게는 또래들의 시선과 어른들의 훈수라는 이중의 굴레가 씌워지는데요. 관심과 돌봄을 받고 싶은 욕망과 외모를 내 마음대로 할 권리 사이에서 저항하고 아파하는 일움의 이야기는 강렬합니다.

음악평론가 김민주는 「미디어중독자의 행복한 삶」에서 성공한 덕후 이야기를 펼쳐요. 스마트폰 중독을 우려하는 어른들은 오프라인 세계의 고통을 감싸 안는 온라인의 삶을 모르죠. 힘든 학교생활 속에서 글쓴이는 최애의 음악에 위로받고, 비평을 쓰면서 동료들을 만나게 돼요. ‘어떻게든 살아간다면 행복은 있다’고 하니, ‘살기 싫다’고 혼잣말하는 나에게 하는 말 같네요.

포항공대 화학공학과에서 온 김종은의 「익명을 설득하는 학생자치」는 학부생의 경험을 생생하게 전합니다. 남초인 학교에서 페미니즘을 말하자 신변을 위협하는 반발이 일어났는데, 이때 총여학생회의 장으로서 대응한 이야기예요. 비장한 결의로 시작했다기보다 그저 할 사람이 없어서 나섰지만, 학생들에게 꼭 필요한 일을 관철하려 단호하게 행동한 기록은 우리에게도 용기를 줍니다.

편집자이자 비평가인 김혜림의 「K 카다시안의 고백」은 픽션으로 쓴 웃기고도 슬픈 실패담이에요. 좁고 폐쇄적인 비평장을 벗어나 누구든 자유롭게 원하는 이야기를 해 보자고 비평 플랫폼 ‘노마드’를 연 이야기. 문제는 말할 수 없는 여러 욕망들이 공존한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욕망들은 공유되지 못했고 플랫폼은 터졌어도, 현실을 향한 질문은 더 날카로워졌으니 결코 무의미하지 않은 실패입니다.

작가 영이의 「내 영역」은 트랜스젠더로서 최근 거치고 있는 신체적 트랜지션의 경험을 전합니다. ‘내 영역’을 침범하는 자들에 대해 분노하면서 정작 자신의 몸은 돌보지 않았던 그는 호르몬 대체요법을 하면서 자기 보존 본능을 난생처음으로 느끼게 되는데요. 내가 나로 머무는 일을 혐오하는 세계에 외치는 목소리는 아주 생경하면서도 친숙하게 마음으로 파고듭니다.

글쓰기, 외모, 미디어 중독, 학교생활, 플랫폼, 성 정체성…… 나와는 처지가 다르고 성향이 다른데도 각자의 고민을 따라가다 보면 스스로에 대해 알게 되는 글들입니다. 인문잡지 《한편》에서 가려 뽑은 여섯 편을 손길이 가는 대로 읽고, 나 자신의 이야기를 써 보면 좋겠어요. 이것이 저의 휴가 계획이기도 하답니다.

 

 

‘워터프루프북’이란?

워터프루프북은 채석장이나 광산에서 버려지는 돌을 재활용한 친환경 방수 종이 ‘미네랄 페이퍼’로 제작되었습니다. 물에 완전 젖더라도 변형 없이 다시 말려서 보관할 수 있습니다. 해변가, 수영장, 계족, 욕조 등 습기에 구애 없이 워터프루프북을 마음껏 즐겨 보세요!

젖지 않는 책과 함께하는 특별한 경험, 민음사 워터프루프북이 인문잡지 《한편》과 여섯 번째 시리즈로 출간되었습니다. 2018년 첫선을 보인 워터프루프북은 지난해 동시대를 함께 사는 젊은 시인, 소설가, 평론가 8인의 일상과 문학론을 담은 ‘매일과 영원’ 시리즈의 에세이를 소개했습니다. 올해의 워터프루프북은 작가, 활동가, 연구자의 ‘책보다 짧고 논문보다 쉬운’ 한 편 앤솔로지로 여러분 곁을 찾아갑니다.

#실패하고다시시작한기록 #성장서사 #두려움과자부심을 키워드로 꾸린 『내가 되는 연습』은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사는 이 세상 속에서 나 자신을 찾아가는 여섯 필자의 글을 전합니다. #도파민중독탈출 #필터버블 #살아있는이야기듣기를 키워드로 한 『스크롤을 멈추면』은 진짜와 가짜가 혼동되는 온라인 플랫폼에서 잠시 거리를 두고 자신만의 시선으로 세계를 바라본 여섯 꼭지를 담았습니다.

끊임없이 이미지가 흐르는 시대에도, 생각은 한편의 글에서 시작되고 한편의 글로 매듭지어집니다. 여느 때보다 무덥고 습한 여러 한가운데, 지금 이곳의 문제를 풀어 나가는 기쁨을 찬찬히 누려 보세요.

편집자 리뷰

■ 본문 중에서

 

글방에서 우리는 작가되기뿐만 아니라 작가의 친구되기도 훈련했다. 인용하는 연습뿐만 아니라 인용당하는 연습도 했다. 기꺼이 서로의 글감이 되어 줄 수 있는가? 글방에서 우정은 그런 의미를 포함하고 있었다.

─ 안담, 「작가-친구-연습」

 

나는 내가 선택한 옷을 입고, 얼굴과 머리를 다듬고, 내가 가기로 한 곳에 서 있다. 퀴어 페미니스트로 스스로 정체화하면서 나는 외모에 대한 강박으로부터 자유롭기를 선언했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외모 통증’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 일움, 「외모 통증 생존기」

 

미디어중독자 덕후는 넓고 원만한 인간관계를 가지고 있는 인싸(인사이더(insider)의 약자로, 오프라인의 여러 조직에 속해 적극적으로 사회 생활을 해 나가는 사람)의 반대항에 있다. 오프라인에서 겪는 여러 불화와 폭력, 고통은 미디어중독을 이끄는 강한 동인이고, 나 역시 그렇게 중독자가 되었다. 이때 덕질은 불행에 빠진 이들이 그저 머무르기만 하는 곳일 뿐 오프라인 세계의 불행을 없애지는 못하는 것으로 상정된다. 그러나 중독자로 살아오며 상상 밖의 방식으로 행복해져 보니, 인생은 그렇게 함부로 속단할 수 있는 게 아닌 것 같다.

─ 김민주, 「미디어중독자의 행복한 삶」

 

학생 자치의 뜻을 바로 세우기 위한 첫걸음으로 학생들이 새롭게 답하고 고민해야 할 질문은 대학에 왜 페미니즘과 같은 정치적 이슈가 필요한지, 왜 학생 간에 서로 갈등하고 대립해야만 하는지다. 이 질문에 답하려면 익명의 그림자에서 나와야 한다.

─ 김종은, 「익명을 설득하는 학생 자치」

 

K는 자기 자신에게 물었다. 노마드라는 비평 플랫폼에서 교환하고자 했던 욕망, 얻고자 했던 부산물, 우연과의 마주침이 지금 가능한지. 답은 ‘아니다’였다.

─ 김혜림, 「K 카다시안의 고백」

 

결속하는 동시에 배제하는 무리 동물의 습성에서 벗어나 단독자들 각자가 집과 집 사이 경계에서 만나는 세계를 상상한다.

─ 영이, 「내 영역」

목차

안담 「작가-친구-연습」 11

일움 「외모 통증 생존기」 20

김민주 「미디어중독자의 행복한 삶」 31

김종은 「익명을 설득하는 학생 자치」 41

김혜림 「K 카다시안의 고백」 52

영이 「내 영역」 63

작가 소개

안담

무늬글방의 대표, 엄살원의 주인장, 얼룩개 무늬의 가디언. 쓰고 읽고 말하는 일로 돈을 벌고 가끔 연극을 한다. 우스운 것은 무대에서, 슬픈 것은 글에서 다룬다. 그러나 우스운 것은 대개 슬프다고 생각한다.

일움

대구 청소년 페미니스트 모임 어린보라, 청소년 인권행동 아수나로의 상임활동가. 청소년 인권과 페미니즘의 교차성을 연구한다. 지역에서 퀴어 여성 청소년의 외모–섹슈얼리티 말하기 모임 등을 만들어 가며, 몸에 대해 말하는 것에 관심이 많다.

김민주

대중음악을 사랑하며 보고 느낀 것을 쓰는 사람. 웹진 《아이돌로지》에 정기적으로 기고하고 있다. 비평 프로젝트 《알 수 없는 평론가들》에 「김도훈으로 보는 K–R&B의 시대」를 실었다.

김종은

포항공대 제33대 총여학생회 ‘비상’ 회장. 포항공대 화학공학과에 재학 중이며 총여학생회와 신문사 등 교내 자치 단체에서 활발하게 활동했다. 페미니즘을 비롯한 다양한 정치·사회 활동에 관심이 있다.

김혜림

2020년 4월 ‘콜리그’라는 이름의 메일링 서비스를 론칭했고, 2021년 8월까지 비평공유플랫폼 콜리그의 운영진으로 활동했다. 잡지 《오큘로》와 《마테리알》에 투고했다. 지금은 지식 정보 콘텐츠 플랫폼 북저널리즘에서 세상에 대한 글을 쓰고 『한국에서 박사하기』, 『내일의 뉴스레터』 등을 만들었다.

영이

폭력과 고통, 그리고 분열의 상관관계에 관심을 갖고 글을 쓴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학과 예술사를 졸업하고 전문사에 재학 중이다. 『정서 지도 그리기』, 『밑 빠진 독(毒)에 물 붓기』, 『월간 종이』 등을 제작하고 전시 ‘STARRY STARRY NIGHT’, ‘oh-my-god-this-isterrible-please-don’t-stop’, ‘good mourning’을 번역했으며 연극 「오페라 샬로트로니크」 드라마터지를 맡았다. 2023년 제2회 『게임제너레이션』 게임비평공모전에서 「게임과 행위 원리: 놀이와 협박」으로 수상했으며. 웹진 《연극in》과 《게임제너레이션》에 비평을 게재하고 있다. https://twitter.com/monthly_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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