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정의 요정

일기들

유리관

출판사 민음사 | 발행일 2024년 6월 28일 | ISBN 978-89-374-9217-4

패키지 반양장 · 변형판 98x164 · 268쪽 | 가격 16,000원

시리즈 탐구 | 분야 인문/역사/문화

책소개
편집자 리뷰

박살 난 이 세계를 교정해야 한다
지옥에서 온 교정공의 일기

교정이란 무엇인가. 온갖 원고의 상상도 못할 오류들을 찾아내 고치는 싸움이다. 이 ‘무명용사’의 일기는 너무나 보편적인 우리의 노동 환경을 증언한다. 실상 우리 모두가 아무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일을, 전혀 가능하지 않은 조건 속에서 각자 떠맡고 있으니까. 산산조각 난 세계 속에서 말을 통하게 한다는 것은 원고를 넘어 사람들 사이의 관계를 고치는 일로 이어질 수밖에 없지만, 이 지점에서 우리는 늘 걸려 넘어진다. 이 넘어짐을 정확히 보려는 고통스러운 노력 속에서 교정공의 일기는 그 어디에도 없는 문학이자 철학이 된다. 바로 우리 일하는 사람들의 책이다.
— 박동수(『철학책 독서 모임』 저자)


‘로써’와 ‘로서’를
‘든’과 ‘던’을 구분해야 한다
망해 가는 세상에서 파괴된 한국어를,
대학교수와 출판노동자의 사회적 관계를,
한국에서 읽고 쓰는 일을 고치려고 하면서
미쳐 가는 한 교정공의 일기

『교정의 요정』을 소개하자면, 늘 떠오르는 일화가 있습니다. 제가 민음사 편집부에 막 입사했을 때의 일입니다. 이름을 대면 누구나 알 만한 사회과학계의 거장의 원고가 주어졌어요. 설레며 한글 파일을 열자, 화면에 견명조체로 된 무시무시한 글자들이 출현했습니다. 이 세상이 나아갈 길에 관한 글인데, 글을 구성하는 한국어가 박살 나 있었던 것입니다. 편집자로서 내가 해야 할 일은 원고 이전의 상태인 글더미를 말이 되는 문장으로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첫 책 『교정의 요정』을 펴낸 유리관 님은 출판노동자입니다. 그가 교수들의 원고를 교정하는 일을 하면서 미쳐 가고 있다는 건 놀랍지 않습니다. 제가 놀란 것은 직장에서 그가 태업을 하면서 쓴 일기들의 존재 때문입니다. 그는 ‘로써’와 ‘로서’를 틀리는 사람들을 돕고자, 그 유명한 「로써와 로서의 구분」을 올려 1000회가 넘는 대리 교정을 수행한 파워블로거입니다. 조용한 사무실에서 꼭 슬리퍼를 끄는 상사에게 저항할 방법을 궁리하고, 노동절 집회에 나가서 우리의 미래에 관해서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유리관 님이 그런 생각을 했다는 것을 우리는 일기를 통해 알 수 있습니다. 그렇게 웃기고 늘 화가 나 있고 교수XX를 X로 XX하고 싶어 하는 그가 알고 보니 문창과를 나왔으며, 노동자 집안에서 태어났고, 사회지도층과는 다른 입장에서 이 세상을 바꾸려는 사상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요.
2018년 9월에서 2024년 4월까지 유리관 님이 쓴 일기와 산문들을 엮으면서 저는 너무 많이 웃은 끝에 이상한 용기를 얻었습니다. 이런 말은 좀 그렇지만 막상 교정지의 오자 외에는 아무것도 고치지 못하는 방구석 정덕(정치 오타쿠)이 난맥상인 한국 정치와 한국 문학에 관해 늘어놓는 이야기에서 힘을 얻은 것입니다. 가히 도스토옙스키의 장광설에, 브레히트의 서정시에 비할 글들입니다. 지난 3월의 총선에서 자신이 속한 당의 실패에 대해 쓴 마지막 일기까지 일독을 권합니다. 다른 곳이 아닌 바로 이 세상을 바꾸고 싶어 하는 사람들과 돌려읽고 싶은 일기예요.

일기는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훔쳐보고 돌려읽는 일기의 재미와 묘미
탐구 시리즈의 에세이 라인 ‘일기들’

새로운 세계를 보는 새로운 시대의 시각. 민음사 탐구 시리즈의 ‘일기들’이 출간되었다. 박살 난 이 세계를 교정하고자 지옥에서 온 출판노동자의 『교정의 요정』, 500여일 간의 호르몬 대체요법 과정을 기록한 트랜스젠더 여성의 『호르몬 일지』, 연세대 한국어학당 노조 지부장의 비밀일기인 『지부장의 수첩』은 내밀한 기록을 통해 반드시 세상에 전해야 할 이야기가 있다. 각각 세대도 분야도 다른 저자들이 쓴 ‘일기들’은 세 권을 함께 읽을 때 더 큰 연결을 이룬다. 이는 가장 개인적인 것이 정치적인 것이 되는 회로이니, 구체적인 연결은 책장을 넘기는 사람의 손끝에서 드러날 것이다. 2022년 『철학책 독서 모임』으로 시작해 3만 부 판매를 기록하며 독자들의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는 탐구 시리즈는 2024년 하반기 청년 정치와 페미니즘을 주제로 계속된다.

목차

들어가며  망해 가는 세상에서

1부  지옥의 교정공
피와 해골 신도
무명용사
나를 좆되게 하려는 모든 사람들과 사람 아닌 것들
로써와 로서의 구분
지옥에서 밭 갈기
울어라!
2018년 9월 12일
교정기관차
이차원의 교정공들
최악의 저자
든과 던의 구분
핵 광야의 피케팅과 라디오 방랑
2019년 9월 21일
나의 교정 노하우들
교정의 요정
번제물
띄어쓰기
교정의 골짜기
엉덩이: 두 개인가?
아 다르고 어 다른 세상에서 上
아 다르고 어 다른 세상에서 下

2부  문학과 일기
독서, 모임
아버지의 해방일지(2022)
우리의 사람들(2021)
인간만세(2021)
모든 것은 영원했다(2020)
연년세세(2020)
엘리자베스 코스텔로(2003)
황금 물고기(1997)
먼 별(1996)
토성의 고리(1995)
다섯째 아이(1988)
리옴빠(1927~1949)
드리나 강의 다리(1945)
일리아스 또는 힘의 시(1941)
2019년 12월 1일
미쳐 가는 교정공
오늘일기 챌린지
2022년 5월 2일
연자매
2022년 6월 7일
늪괴물

3부  교정공기
개꿈
2023년 1월 18일
신발을 끄는 녀석들이 있다
2023년 3월 24일
2023년 4월 25일
불타는 들판
2023년 9월 25일
2023년 11월 13일
<h2>교정공이 되어</h2>
문필공화국(멸망편)
2024년 1월 3일
2024년 3월 26일
심청이–정신, 反심청이–정신
2024년 4월 2일
2024년 4월 9일
시를 위한 옹호
2024년 4월 11일
일기의 끝

작가 소개

유리관

일해야 한다, 일하고 싶다, 일하기 싫다 사이에서 흔들리는 출판노동자. 생계 외 마음의 보전을 위한 취미로 읽기와 쓰기를 하며, 문예계 팀 블로그 곡물창고(gokmool.blogspot.com)에서 사이버 창고관리인으로도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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