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시의 사유 구조

박주택

출판사 민음사 | 발행일 2012년 9월 14일 | ISBN 978-89-374-8577-0

패키지 양장 · 신국판 152x225mm · 384쪽 | 가격 22,000원

책소개

현대시를 지탱하는 사유의 구조는 무엇인가?
 
 
‘죽음과 욕망, 주체의 과잉’으로 파열된 연대의 기록이라고 정의되는
현대시에 대한 반성과 성찰
 
현대시는 어떠한 창조적 상상력으로 시적 공간을 확보할 수 있는가
 
 
소월문학상, 현대시작품상, 편운문학상, 이형기문학상 등을 수상한 우리 시단의 대표적 시인이자 문학평론가로도 활동 중인 경희대 국문과 박주택 교수가 『현대시의 사유 구조』를 펴냈다.
1990년대 이후 서정시가 이룬 커다란 성과는 시적 주체의 목소리나 상상력이 다양하게 개화했다는 활력보다는, 개개의 작품들에 내재해 있는 탈이념적 혹은 탈근대적 열정과 그 섬세한 형상화에 있다. 그 결과, 빠른 속도로 경험해야 했던 ‘근대’의 자기 전개 과정에 대한 근본적인 반성과 성찰을 수행했고, 나아가 그를 대체할 수 있는 대안적 사유와 방법에 대해 진지하고도 다양한 축적을 진행해 왔다. 많은 시인들이 근대적 사유의 항구적 타자로 존재했던 ‘자연’과 ‘여성’을 서정시의 가장 중요한 소재와 기율의 원천으로 복원한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이 책은 생태 환경시와 여성시를 중심으로 1990년대 이후 한국 시 속에 나타난 사유 구조를 면밀히 탐구해 보고, 앞으로 한국 시가 어떻게 깊이 있는 사유를 시 속에 끌어들여 인간과 세계에 대한 심원한 의미를 파헤치면서도 역사로부터 검출된 의미를 미학적으로 재구성하여, 도전과 좌절, 열정과 승리와 같은 인간 역사의 노정을 미래로 열어 놓고 경험과 사유들을 시의 영역 안에 풀어 놓을 수 있을지 그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 준다.

편집자 리뷰

■ 이 책의 구성
 
우리의 근대 문학은 외국 문학의 복합적 사조를 한꺼번에 수용하여 여러 문학적 경향이 병존하는 특수성을 지니고 있다. 이에 따라 문학적 경향은 혼돈과 무질서의 형국을 띠고 발전해 왔다. 여기에 문학의 분단을 초래한 분단 상황은 전통, 민족, 역사 등과 같은 민족 문학의 구성 요소들을 각기 다른 제도 속에 배태시키며 그 가치를 상이하게 구성하는 바람에 한국 문학은 그 자생적 토양이 만들어지기도 전에 원론적인 문제에 매달릴 수밖에 없었다. 1990년대 이후 등장한 무수한 담론이 우리 문학에 다양성을 제공했지만 현실과 삶의 문제를 올바르게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팽배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이처럼 근대와 탈근대가 혼효되고 있는 가운데, 외국 문학의 대타적 인식으로서의 동양 담론 혹은 한국 문학 담론에 대한 관심과 연구는 우리 문학이 직면하고 있는 자기 인식적인 면을 검토하는 한편 우리 문학의 전망 부재 현상을 새롭게 해결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 책은 이러한 의미에서 시와 역사를 살피고 역사 속에 내면화된 정신을 살펴봄으로써 현대시가 어떠한 상상력으로 시적 공간을 확보할 수 있는지 타진해 본다.
 
1부
이 책의 1부는 항구적 타자로 존재했던 ‘자연’과 ‘여성’을 서정시의 가장 중요한 소재와 기율로 복원한 것에 착목하여 이들 시가 과연 오늘날 사회적 맥락 안에서 의미를 생산하며 그 가능성으로 기능하는가를 진단했다. 주체의 깊이 있는 성찰을 통해 타자와 교섭할 때 인간을 위한 시학으로 생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탈근대 담론의 주요한 글쓰기 방식인 상호 텍스트성과 패스티시를 살펴봄으로써 이들의 기획이 기법적인 형식에 치우쳐 자칫 정신적 측면을 해칠 수 있다는 것을 지적했다. 아울러 정지용 시에 나타난 영향의 흔적과 식민지 근대 주체의 현실 극복 과정을 탐색했다. 마지막으로는 고행과 자기 정화의 과정을 거쳐 환생(apophrades)에 이른 정지용의 시가 낭만적 아이러니에 의해 현실의 비애와 고통에 직면하며 위의(威儀)의 문학을 세울 수 있었다는 것에 주목했다.
 
2부
2부는 ‘대중 교화’를 바탕으로 민족의 정체성을 구성하려는 카프(KAPF)와 ‘민중 정서’를 기반으로 원초적 생명력을 회복하고자 했던 백석의 의지가 동궤하다는 점에서 백석 시와 카프 그리고 민족과 전통의 문제를 제기했던 ‘국민문학파’와의 상관성을 연구했다. 또한 백석 시에 나타난 자연 이미지가 어떤 방식으로 내적 갈등과 만나는지를 살펴보며 동양적인 허정(虛靜)의 세계로 낙원의 원상(原象)을 체현한다는 점을 고찰했다. 다음으로는 이육사 시가 근대가 이식되는 지배 구조 속에서 저항적 실천을 생성하며 근대 주체의 낙원 의지를 실현하고자 했다는 점에 착목했다. 끝으로 박용래 시에 나타난 응시와 욕망을 연구하여 그의 시가 삶과 죽음을 변증법적으로 연결해 주려는 욕망을 지향하고 있음을 라캉의 방법론을 원용하여 살폈다.
 
3부
3부는 북한 시문학과 우리의 현대시를 살핀 부분이다. 먼저 필자는 1980년대 이후 1990년대까지 북한 시가 김정일 송가시를 비롯하여 조국 통일의 시, 노동 의식 고취 시, 연애시 등 다양한 세계를 펼쳐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한 2000년대 이후 북한 시가 다양한 주제나 다양한 종류의 성과작을 창작해야 한다는 문예 창작 방법에도 불구하고 인간 내면에 대한 서정이나 일상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이 이루어지지 않은 점을 진단했다. 우리의 현대시에 나타난 시간을 살펴본 부분에서는 이윤학, 정끝별, 최승호, 남진우의 시가 의지 실현의 장소인 시간을 기원으로 삼고 있다는 점에 관심을 가졌다. 또한 남성성을 시에 착목한 이육사, 유치환, 조정권, 이성복, 김기택의 시를 살펴보며 개별 주체의 특성을 아울렀다. 황동규론에서는 그의 시가 경험과 실재 사이의 관계를 고민하며 인식 너머의 것을 전각하는 것을 살폈다. 끝으로 최동호 시가 한국적인 신성함을 추구하며 문명과 문화의 시대성을 자각한다는 점에 초점을 맞추었다.
 
4부
4부는 개별 시인론을 중심으로 먼저 송재학 시가 주체의 영역 안에 끈질기게 윤리적 규범을 뿌리내리고 있음을, 윤의섭 시가 대상에서 근원적 본질을 선택하여 그것을 상상력의 빛으로 외부에 투사하고 있음을 살폈다. 고통과 절망, 황폐와 죽음과 같은 비극적인 이미지들을 절애에까지 몰고 가는 이윤학 시와 결 고운 언어로 한국적 성정에 영혼을 불어넣으며 경험과 감각적 속성들을 시화하는 고두현의 시 그리고 오규원, 문정희, 최승자, 함기석, 권혁웅, 이수명의 시들이 내용이나 형식은 다르지만 자신을 둘러싼 현실을 각자 독특한 개성으로 표현하며 본질에 천착하고 있는 것에 주목했다.
 
 
시의 몫은 개인과 사회의 현실적 존재를 미래로 새롭게 구축하는 일
 
오늘날의 시 쓰기는 역사적, 사회적, 정치적, 문화적 조건들과 시적 질서와 진화, 새로움을 향한 치열한 노력과 의지 그리고 이를 바라보는 독자들의 반응까지를 세심하게 살펴보아야 하는 종합적 통찰력과의 싸움이다.
시가 사회 문화적 실천과 전략들을 담고 있는 담론의 자장 안에서, 자신만의 미학적 전략을 갖는다고 할 때 생태 환경시와 여성시는 역사적 맥락 안에서 그 의미와 방향을 담아낸다. ‘고갈’로서의 시는 서정의 갱신과 전환기적 모색을 요구한다. 더욱이 시는 역사와 시간의 과정으로부터 검출된 의미를 미학적으로 재구성하여 보다 인간다움을 방향의 근간으로 삼아 도전과 좌절, 열정과 승리와 같은 인간 역사의 노정을 미래로 열어 놓고 경험과 사유들을 영역 안에 풀어 놓는다. 시가 역사와 현실의 요청을 내부로 끌어들여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할 때 ‘외화(外化)된 실재(the real)’로서의 미학은 완성될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환경 생태 담론이 지닌 전략적 가치를 일궈 내지 못하거나, 반복적인 주제적 언술로 계몽적 시선을 견지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문명과 대립되는 지점에 자연을 놓고 자연을 숭엄하고 아름다운 대상으로만 상상하는 태도 역시 경계해야 한다. 주체의 철저한 성찰을 통해 타자의 본질과 교섭할 때 생명적 이미지들은 인간을 위한 미래의 미학으로 생착할 수 있을 것이다. 여성시 역시 여성들의 가치와 정체성을 확보하며 여성이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를 총체적으로 인식해야 한다. 유행 담론으로서의 여성적 소재, 반여성적인 것에 순종하는 순종적 온정주의 등은 지양해야 한다. 시의 몫은 개인과 사회의 현실적 존재를 미래로 새롭게 구축하는 일이다. 삶과 역사에 대해 깊이 있는 성찰을 하고 시의 성숙과 진화를 위해 스스로가 위대함에 이르러야 함을 소구하는 노력을 기울일 때 우리 시는 새롭게 역사의 내관(內觀)에 존재할 것이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 본문 중에서
 
이 책에서 논의하는 1990년대부터 오늘에 이르는 시는 민중시로 대표되던 1980년대의 시와는 확연하게 구분되는 특징을 지닌다. 그것은 1980년대를 감싸고 있던 현실과 역사의 테제인 민족, 민중, 분단, 통일과 같은 거대 서사가 결절되면서, 다원주의, 해체주의, 탈권위주의와 같은 탈근대 담론이 대두되기 시작한 것과 맥을 같이한다. 여성, 자연, 감성, 허구, 환상, 타자, 육체 등에 대한 관심은 이러한 징후의 지배 코드로서, 이는 언어, 이성, 절대, 진리, 존재의 형이상학과 같은 권력적 층위들을 내파한다. 이에 따라 시는 해체와 상호 텍스트성, 키치와 패러디 등과 같은 새로운 서정의 모습이 1990년대 문학의 기반을 이루기도 했다. 새로운 담론과 서정에서 출발한 1990년대 시의 맥을 잇고 있는 2000년대 시는 민중시로 구획되는 80년대의 양상을 벗어나 다양한 시적 전개를 맞이한다.
이 책은 오늘의 시가 1990년대에 비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인식 아래 생태 환경시와 여성시를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또한 비판과 대안이라는 하나의 관점을 채택하여 현대시의 시적 공간을 확보하는 데에도 관심을 가질 것이다.

목차

책머리에
 
1부
 
현대시 담론에 관한 비판과 전망
상호 텍스트성과 패스티시 비판
정지용 시에 나타난 근대성 연구
『정지용 시집』에 나타난 동경과 낭만적 아이러니 연구
 
2부
 
백석 시의 영향성 연구
백석 시의 자연 이미지와 욕망의 구현 연구
낙원의 원상(原象)과 영혼의 풍경―백석론
이육사 시의 낙원 의식 연구
박용래 시에 나타난 응시와 욕망 연구
 
3부
 
주체의 시, 서정의 시―1980·1990년대 북한 시문학의 탐색
주체사상과 최근 시의 시적 변화―2000년대를 중심으로
시간의 영혼을 찾아서
역동성과 정합(整合)의 언어―남성시를 중심으로
탈근대의 우주 영성―황동규론
신성과 인성, 기계성과 생태성―최동호론
 
4부
 
얼음과 섬, 절과 숲―송재학론
적멸과 불멸―윤의섭론
성찰적 인간학―이윤학론
정관(靜觀)과 원융(圓融) ―고두현론
생의 불모지에서 피어나는 꽃―오규원, 문정희, 최승자, 함기석, 권혁웅, 이수명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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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소개

박주택

1959년 충남 서산에서 출생했으며 경희대학교 국문과 및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1986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시집 『꿈의 이동 건축』, 『방랑은 얼마나 아픈 휴식인가』, 『사막의 별 아래에서』, 『카프카와 만나는 잠의 노래 』, 『시간의 동공』과 시선집『감촉』, 시론집『낙원 회복의 꿈과 민족 정서의 복원』, 평론집『반성과 성찰』, 『붉은 시간의 영혼』등이 있다. 현대시작품상, 편운문학상, 이형기문학상, 소월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현재 경희대학교 국문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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