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가요를 따라 부른 5살 재롱둥이를 찍은 동영상이 저작권 침해라고?”
최근에 한국음악저작권협회는 인기 가수의 노래를 어정쩡하게 따라 부르는 귀여운 딸내미의 모습을 담아 포털사이트에 올린 UCC 동영상이 저작권 침해라며 삭제를 요구하여 법정 공방으로 이어졌다. 영화 「배트맨 3」는 배트맨이 모는 차가 통과한 정원을 자신이 설계했다며 디자이너가 저작권료 소송을 냈기 때문에 개봉을 못할 뻔했다. 자유의 땅 인터넷과 창의성의 영역인 대중문화에서 이렇게 웃지 못할 희극이 현실화되려고 한다. 저작권은 혁신 증진을 위한 인센티브로 기능하도록 만들어진 법이다. 그러나 이런 건전한 취지는 점점 희석되고, 기득권의 재산권 확보를 위한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 저작권을 사후 70년이나 더 인정한다고 해서 죽은 자가 과연 혁신과 공익에 어떤 기여를 할 것인가? 저작권, 과연 누구를 위한 법이며, 어디까지 보호해야 하는가? 우리는 국가 권력에 대항하여 민주주의와 표현의 자유를 지켜 온 국민인데, 앞으로 그 자유를 국가 대신 기업과 거대 이익집단의 횡포에 속수무책으로 내놓아야 할 판이다. 스마트폰의 와이파이 접속마저 현실로 이루어지기까지 힘든 과정을 거쳤으며, FTA 타결로 저작권법이 훨씬 더 강화되고 있는 지금, 저작권에 대해 모두 고민하지 않으면 안 될 때이다.
“과도한 저작권을 당연한 재산권으로 생각하는 독자가 이 책을 읽는다면 생각을 바꿀 것이다. 지금의 저작권법은 애초에 지적재산을 보호하려고 했던 정신이 지닌 가치를 잃어버렸다. 내 자녀에게 좋은 세상을 만들어 주고 싶은 사람은 모두 이 책을 읽어야 한다.”
―팀 오레일리(오레일리 앤 어소시에이츠 설립자)
“인간의 창의력이란 바로 자연에서 나온다. 모든 아이디어도 궁극적으로는 이런 자연과 같은 공유재다. 마치 우리가 자연 환경을 파괴하고 있는 것처럼, 인간의 탐욕은 저작권법의 신성화라는 이름으로 이 정신의 무한한 자연을 오염시키고 있다. 아이디어를 배타적으로 소유하려는 욕망은 마치 산소를 독차지하려는 것처럼 상당히 위험하고 이기적이고 근시안적인 행태다. 이것은 소수의 기득권자만을 부유하게 만들 뿐, 우리 후손들이 풍요한 문화를 꽃피우지 못하도록 질식시킬 것이다. 이 책을 읽고 믿어라, 그러면 감사하게 될 것이다.”
―존 페리 발로(‘그레이트풀 데드’의 작사자/하버드 법대 연구원)
“현행 저작권법은 인터넷 정보의 다양성과 개방성, 그리고 혁신의 가능성을 위협하고 있다. 이 책은 정보기술의 미래를 고민하는 독자에게 필독서다.”
―미치 케이퍼(전자프론티어재단(EFF) 설립자)
★ 지적재산권 분쟁, 남의 일이 아니다
2011년 12월 18일, 다섯 살짜리 딸이 가수 손담비 씨의 노래를 따라 부르는 동영상을 네이버 블로그에 올렸다가 동영상 게시 중단 조치를 당한 우모(39)씨가 (사)한국음악저작권협회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저작권협회는 20만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이 났다. \”우씨는 개인 블로그에 자기 딸이 춤추고 노래하는 장면을 담은 동영상을 올리며 대중문화가 어린아이에게 미친 영향 등에 대한 비평 등을 함께 기재했다.\”며 \”해당 동영상은 우씨의 딸과 관련된 독자적인 저작물인 만큼 가수 손담비 음악의 상업적인 가치를 도용해 영리 목적을 달성하고자 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또 \”우씨의 딸이 노래 부르는 장면은 전체 동영상 가운데 15초 정도로 극히 짧고 그마저도 음정, 박자, 화음이 본래의 저작물과 상당 부분 다르다.\”며 \”따라서 우씨의 동영상이 본래 저작물을 본질적인 면에서 사용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UCC 형태로 제작된 해당 동영상 게시까지 제한할 경우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다양한 문화ㆍ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 자유를 지나치게 제약하게 될 것\”이라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NHN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는 \”NHN은 저작권자의 요구가 있을 경우에는 저작물 게시를 중지시킬 의무가 있다\”며 \”NHN이 법령에 따라 해당 동영상 게시를 중단했고, 우씨에게 재개시절차도 안내한 만큼 온라인서비스 제공자로 주의의무를 위반했다고 볼 수 없다.\”며 손배 청구를 기각했다.
최근에 일어난 이 개인 UCC 소송은 지적재산권에 대한 핵심적인 현안에 대한 시사점을 던진다. 첫째, 영리 목적이 아니며 상식적인 차원에서 저작권 문제가 없다고 판단되는 이용에서조차 얼마든지 저작권 소송에 얽힐 수 있다는 점이다. 즉, 지적재산권의 문제는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라는 점을 명백히 보여 주는 사례다. 둘째, 한국음악저작권협회와 같은 이익집단 내지는 기업이 저작권 보호 영역을 무한대로 확대하고자 한다는 점이다. 이제 저작권에 대해 제대로 짚고 넘어가야 할 때가 되었다.
★ 지적재산권을 무조건 보호해야 한다는 생각은 틀렸다!
지적재산을 자동차 같은 현물 재산과 똑같이 생각하는 경향이 문제다. 지적재산은 무조건 보호해야 하는 신성불가침의 사유재산처럼 여기는 사고는 사회적으로 큰 문제를 야기한다. 이 책의 감수를 맡고 서문을 써 주신 윤종수 판사는 이렇게 말한다. “버스 운행 정보를 정부가 쥐고 있으면 별 도움이 안 되지만, 공개하면 일반인이 이를 활용한 스마트폰 앱을 만든다. ‘서울버스’ 앱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 외에 지역 복지 시설, 세금, 교통정보 등 정부와 지자체가 쥐고 있는 수많은 정보를 공개하면 많은 사람이 이를 활용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정책과 예산 검증도 좀 더 용이해질 것이다.”
영화 「12몽키스」와 「배트맨 3」는 개봉되지 못할 뻔했다. 각각 영화에 나오는 의자 하나가 자신이 디자인한 스케치와 비슷하다며, 배트맨이 모는 차가 통과한 정원을 자신이 설계했다며 디자이너들이 저작권료 소송을 냈기 때문이다. 이처럼 지적재산권을 무한대로 확장한다면 창작자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함으로써 공익을 증진하고 창의력을 폭발시키려는 애초의 의도는 오히려 좌절되고 만다.
국내에서는 애국가 저작권 논쟁이 있었다. 애국가도 저작권 보호 대상이므로 영리적 방송이나 프로스포츠 경기장에서 애국가를 연주하거나 방송할 경우에는 작곡가 안익태의 유족에게 저작권료가 지급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2005년경 이 문제가 불거지면서 국민 정서에 어긋난다는 비판이 많았고, 결국 이런 논란을 전해들은 유족들이 애국가의 저작권을 정부에 무상양도하면서 일단락되긴 했지만, 이것은 저작권법의 경직성이 일반인들의 인식과 얼마나 어긋날 수 있는지 보여 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 지적재산권은 보호냐 포기냐의 흑백논리가 아니라 ‘견제와 균형’의 문제다
지적재산권의 문제는 완벽한 보호냐 아니면 통제를 완벽히 포기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미국음반산업협회(RIAA)와 미국영화산업협회(MPAA) 같은 이익집단들은 정책 입안가들과 대중을 구워삶아 저작권 문제는 미국의 기본 가치를 지키기 위한 전쟁이며, 저작권 보호 정책을 도입하려고 로비하는 사람들이 미국 전체를 대변한다고 설득함으로써, 그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공산주의자로 낙인찍는 데 성공했다. 그들은 ‘모 아니면 도’라는 식으로 논쟁을 몰아갔기 때문이다. 즉 저작권을 보호할래, 아니면 말래 하는 식으로. 하지만 저자는 “적절한 균형을 갖춘 저작권 시스템”을 지지한다. 이 싸움은 “혁신과 창의성의 미래를 선택하는 데 있어서 정부의 역할을 제한하는 ‘견제와 균형’의 가치에 관한 싸움”이며 따라서 ‘모 아니면 도’ 식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저작권이 영구해야 한다고 믿지 않고서도 저작권을 지지할 수 있다. 하늘 아래 모든 것에 특허가 부여돼야 한다고 믿지 않고서도 특허 시스템을 지지할 수 있다. 이런 도구가 혁신의 기회를 망칠 정도까지 강화돼야 한다는 것을 믿지 않고서도 이런 도구를 지지할 수 있다. 나는 바로 이런 균형을 믿는다. 미국 헌법의 기초자들도 그랬다. 이 투쟁은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이 가진 비전처럼 균형을 추구하느냐 아니면 현대 로비스트처럼 극단을 원하느냐의 선택이다. 이것은 어느 쪽의 비전이 아이디어의 미래를 좌우해야 하는지를 결정하는 문제다.
―「책을 낸 뒤에 다시 쓰는 서문」
저작권법은 ‘견제와 균형’의 가치로 판단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에서 ‘퍼블릭도메인’을 주장하는 사람은 히피나 좌파로 낙인찍히고, 지적재산을 ‘물질적인 사유 재산’으로 지키려는 사람은 자유 시장주의자나 성장론자로 승승장구하고 있다는 점에 저자는 안타까움을 금치 못한다.
사회는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자원에서 혜택을 얻는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 반드시 필요한 자원, 또는 일단 생산되고 나면 경합성을 띠는 자원에 대해 어떤 식으로든 통제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는다면 어떤 혜택도 얻을 수 없다. 열쇠는 양쪽의 이익을 모두 얻을 수 있는 자유와 통제 사이에 균형을 잡는 일이다.
이 책의 논지는 언제 어디서나 혁신과 창의성에는 자유 자원이 필수불가결하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다. 성숙한 사회라면 통제하지 않고 자유롭게 놔둬야 가치가 생기는 자원은 공적, 사적으로 통제를 받지 않도록 보호한다. 즉 무조건 통제해야 한다거나 무조건 자유로워야 한다거나 하는 흑백 논리가 아니라, 통제할 것과 통제하면 안 되는 것이 있다는 게 이 책의 핵심이다.
★ 혁신과 창의력을 위한 인센티브, 저작권 본래의 의도를 되찾아야 한다
저작권 역사의 첫 두 세기는 검열의 세기였다. 저작권은 검열자들의 도구였다. 인쇄는 허가된 출판소에서만 가능했다. 국가는 협력하는 출판소에만 허가를 내줬다. 여기서 역사는 또 되풀이된다. 다만 보호받는 쪽이 정부가 아니라 기업체라는 점이 다를 뿐이다.
소유권에 집착하는 사람들, 그리고 문명의 발전은 강력한 재산권 행사에서 나온다고 믿는 사람들은 이 대목에서 멈추고 다시 읽어 보길 바란다. 우리 시대의 가장 중요한 혁신 공간인 인터넷은 자유로운 플랫폼 위에서 만들어졌다. 리눅스 개발에 리누스 토발즈 다음으로 중요한 역할을 한 알란 콕스는 오픈 코드의 가치를 공격한 마이크로소프트의 주장에 이렇게 반박했다. “컴퓨터 시대의 가장 큰 도약은 지적재산권(IPR) 때문에 가능했던 게 아니라 지적재산권이 걸림돌이 되는데도 불구하고 이뤄졌다.”
―「4 디지털 세계의 공유재」
저작권은 도덕적인 문제일 수도 있고 정치적인 문제일 수도 있고 헌법상의 문제일 수도 있다. 어쨌든 지난 수세기 동안 가장 큰 정치 논쟁은 자원의 관리를 정부가 하느냐 시장이 하느냐였고, 시장이 이겼다. 저작권법은 일반인들이 기업을 비판할 수 있는 능력을 사실상 무력화하는 도구로 전락했다.
전자프런티어재단(EFF)의 설립자 존 페로 발로는 1996년 「사이버스페이스의 독립선언문」에서 인터넷은 “국가 권력이 미치지 않는 곳으로 모든 문제는 황금률에 근거한 사회계약에 따라 구성원들이 스스로 해결”할 것이라는 새로운 희망과 가능성에 대한 자신감을 내보였지만, 현실은 정반대의 길을 가고 있다.
나는 이 책이 새로운 사고를 할 수 있는 단초가 되기를 희망한다. 레식 교수의 말대로 과연 무엇이 최선인지 심각하게 고심해 볼 수 있는 계기기 되기를 바란다. 지적재산권이 중요하다고 해서 더 많이 보호될수록 좋은 것인지, 통제가 필요하다고 해서 그것이 더 많은 통제가 바람직하다는 것을 의미하는지 생각해 보자. 우리가 미덕처럼 알고 있는 다다익선이 어떤 경우에는 선이 아니라 악이 될 수 있다는 간단한 가정을 고심해 보자. 지적재산권 전문가이든 네트워크 전문가이든, 아니면 그냥 문외한이든 간에 지금 누리고 있는 혁신이 소중하다면, 그 혁신이 어디서 왔는지 진정성을 가지고 생각해 보자.
―윤종수, 「누가 혁신을 가로막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