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이섬

전상국

출판사 민음사 | 발행일 2011년 5월 27일 | ISBN 978-89-374-8367-7

패키지 양장 · 변형판 135x205 · 292쪽 | 가격 11,000원

책소개

삶의 심연을 웅숭깊은 서사적 탐문으로 풀어낸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작가 전상국의 열 번째 소설집
 
 
전쟁과 분단의 뼈아픈 역사를 전혀 새로운 젊은 감각과
현재진행형의 생생한 언어로 그려 내다
불통의 상처에서 소통의 치유로 다가서는 이야기의 향연

편집자 리뷰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최고의 이야기꾼 중 하나인 작가 전상국의 신작 소설집 『남이섬』이 나왔다. 『온 생애의 한순간』 이후 6년 만에 펴낸 소설집 『남이섬』에는 두 편의 중편과 세 편의 단편이 실려 있는데, 이 책은 등단한 지 49년째를 맞이한 작가의 통산 열 번째 소설집이라 그 의미가 사뭇 남다르다. 전상국은 「작가의 말」에서 “「남이섬」, 「지뢰밭」 등을 통해 뒤늦게나마 내 본래의 관심사 언저리에 “돌아와 거울 앞에 선” 것만으로도 큰 얻음이”라고 고백하며 “나름의 소설 미학 찾기에 힘을 들였다.”고 밝혔다.
  또한 “「아베의 가족」의 비극을 겨레와 더불어 앓았던 작가답게 전쟁과 분단으로 인해 받아야 했던 상처의 이야기와, 그 상처의 고통을 함께 나누며 치유하려는 서사 기획은 전상국에게 언제나 진행형”이라고 말한 문학평론가 우찬제는 “20세기의 고단한 역정과 맥락을 헤아리면서 불통의 상처에서 소통의 치유로 나가려는 서사적 수고를 아끼지 않은 대표적 작가”라고 지적하며, 『남이섬』이 “한국 문학의 깊이를 더욱 심원한 것으로 만들고 그 저변을 확대”하고 있다고 평했다. 때로는 성찰의 언어로, 때로는 정념의 언어로, 감성의 언어들이 교감하고 삼투되면서 수사학적 상승효과를 발하는 소설집 『남이섬』은 파토스와 로고스가 농밀하게 교호하는 단편 미학의 절정을 빚어낸 최고의 소설집으로 우리에게 기억될 것이다.
 
 
■ 오랫동안 인간 내면의 선과 악을 천착하며 미학적 울림을 이끌어 낸 우리 시대의 이야기꾼,  “돌아와 거울 앞에” 서다
 
  21세기 이후 전상국의 소설 작업은 사람과 사람, 혹은 사람과 자연 사이의 허물없는 소통 가능성을 탐문하는 데 집중된다. 그 과정에서 세상과 인간을 성찰하는 작가의 원숙한 시선과 생철학을 느낄 수 있다. 실험적인 젊은 탈주의 감각만으로는 포착하기 어려운 삶의 심연이 작가의 철학적 깊이와 혜안을 통해 이야기의 향연으로 완성된 것이다.
  이번 소설집 『남이섬』을 관통하는 작가의 서사적 질문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첫째, 고통스러운 역사에서 비롯된 상처를 치유하기 위한 인간 개개인의 노력은 어떻게 전개되어야 하는가? 상처의 역사성과 개인성의 복합적 소통 문제로, 한국전쟁과 관련된 「지뢰밭」, 「남이섬」, 「드라마 게임」 등에서 던지는 공통 질문이다. 둘째, 진실의 소통은 가능한가? 「춘심이 발동하야」에서 관심을 집중한 질문으로, 실제의 삶과 허구적 삶, 즉 인생과 소설 양면에 걸친 진실의 소통 방식과 근원적으로 관련된다. 셋째, 인생의 허망함 혹은 허무는 초극 가능한 것인가? 또는 그것을 초극하거나 견디게 하는 윤리는 무엇인가? 이는 「남이섬」에서도 중층적으로 제기되며, 「꾀꼬리 편지」에서 보다 인상적으로 펼쳐진다.
  중편 「남이섬」은 한국전쟁 당시 남이섬을 무대로 한 격동 속에서 극적으로 목숨을 건진 두 인물 김덕만과 이상호를 통해 역사적 상처를 견디며 치유하는 하나의 환각적 방식과, 치유되지 못한 실존적 상처가 과도하게 덧났을 때 나타날 수 있는 비극적 단면을 겹의 이야기로 보여 준다. 한국전쟁 당시의 죽임과 죽음의 상처가 인상적으로 각인된 소설이 「남이섬」이라면, 살아남은 자들의 그 상처에 대한 윤리를 인상적으로 강조한 작품이 중편 「지뢰밭」이다. 작가는 이 소설에서 마음의 지뢰밭을 거두고 교감의 지평을 넓혀, 비극적 과거를 치유하고 희망의 미래를 기획할 것을 진정성 있게 제의한다. 오랫동안 분단 시대를 체험하고 성찰한 작가 전상국이 찾은 실천선(實踐善)이요, 실천윤리의 단면이라 할 수 있다.
  단편 「드라마 게임」은 어린 시절 미군기의 폭격으로 부모를 여읜 후 평생 땅굴을 파는 두더지 인생 허선구와 양갈보란 질시와 천대를 감내하며 동생 허선구와 그 가족들을 뒷바라지한 허정임의 삶을 통해 역사적, 실존적 상처를 조망하고 치유를 시도한다. 노년층을 대상으로 한 풍속소설의 일종이기도 한 단편 「춘심이 발동하야」는 성춘양에게 전략적으로 이혼당하고 “발광 같은 춘심 발동”을 보이다가 행방이 묘연해진 안병신의 수소문담이 펼쳐진다. 이 소설에서 문제적인 것은 진실이 소통되지 않는 인간관계가 편만화되어 있음을 환기하는 대목이다. 그 어떤 것도 진실의 소통과는 무관하기에, 인물의 실종담은 곧 진실의 실종담과 겹쳐지는 것이다. 
  열망하던 두 남자 초헌과 우목을 차례로 떠나보낸 한 여인의 사랑과 그리움이 아름답게 그려진 단편 「꾀꼬리 편지」는 “노년의 연애 감정을 그윽하면서도 열정적이고, 곡진하면서도 애잔한 파동으로 넘쳐 나고, 슬프면서도 아름답고, 정서적이면서도 생태적인 파토스와 로고스가 농밀하게 교호하는 소설”이다. 문학평론가 우찬제는 “노년기의 연애 감정 혹은 그리움이나 기다림의 감수성을 이토록 섬세하고 그윽하고 아름답게 그릴 수 있을까.”라고 말하며 “오로지 은발이 성성한 노년 세대의 영혼과 감수성을 진솔하게 투사할 수 있는 시선만이 포착할 수 있는 곡진한 ‘은빛 그리움’의 세계와 그 꽉 찬 그리움을 역설적으로 비워 내는 투명한 비움의 웅숭깊은 패러독스를 보여” 준다고 상찬했다.
  이렇게 한 편 한 편 빼어난 수작으로 가득한 소설집 『남이섬』은 한국 문학이 더 이상 청년 문학에만 집중할 수 없음을 온몸으로 증명해 보인다. 또한 전쟁과 분단의 뼈아픈 역사를 전혀 새로운 젊은 감각과 현재진행형의 생생한 언어로 그려 낸 문제적 작품으로서 우리 문단사에 영원히 기록될 것이다.
 
 
■ 작품 해설 중에서

소설집 『남이섬』은 심원한 은빛 상상력으로 빛난다. 한국전쟁과 같은 역사적 동인에 의한 상처이든, 사회적 맥락에서 불통의 현실에 의한 상처이든, 실존적인 죽음으로 인한 상처이든, 상처 받아 ‘마음의 감기’를 앓고 있는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섬세하고 너그러운 손길과 말길을 작가는 사려 깊게 보여 준다. 그러면서 상처 받은 상징적인 감기 환자들에게 치유와 소통의 감기(感起)를 부여하기 위한 넉넉한 상상의 도정을 펼친다. 그 과정에서 오랜 경륜을 바탕으로 사람살이와 세상과 자연에 대한 전면적 성찰의 감각과 깊이로 풀무질한 ‘은빛 상상력’이 돌올하게 부각된다. 한국 문학이 더 이상 청년 문학에만 집중할 수 없음을 작가 전상국은 조용하면서도 뜨거운 상징으로 웅변하고 있는 셈이다.
―우찬제(문학평론가․서강대 국문과 교수)

작가 소개

전상국

1940년 강원도 홍천에서 태어났다. 경희대학교 문리대 국문과 및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1963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당선되며 등단했고 현대문학상, 한국문학작가상, 동인문학상, 대한민국문학상, 윤동주문학상, 김유정문학상 등을 받았다. 작품집으로 <바람난 마을>, <하늘 아래 그 자리>, <아베의 가족>, <외등>, <형벌의 집>, <온 생애의 한순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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