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이웃비

박지영

출판사 민음사 | 발행일 2023년 9월 8일 | ISBN 978-89-374-2796-1

패키지 반양장 · 변형판 115x205 · 472쪽 | 가격 16,800원

분야 한국 문학

책소개

“나는 아무나가 아니잖아요.”

“그럼요?”

“나는,”

 

아무나와 누군가 사이,

매일 마주치는 이웃에게

이달의 이웃비를 지불했나요?

 

 

 

 

 

『고독사 워크숍』 박지영 첫 소설집

이웃이 되기 위한 필수 지출 비용

‘이웃비’에 대한 8편의 이야기

편집자 리뷰

‘고독사를 준비하는 사람들의 은밀한 워크숍’을 다룬 장편소설 『고독사 워크숍』으로 화제를 모은 소설가 박지영의 첫 번째 소설집 『이달의 이웃비』가 민음사에서 출간되었다. 2010년 등단작 「청소기로 지구를 구하는 법」부터 2023년 현대문학상 수상작인 「쿠쿠, 나의 반려 밥솥에게」까지 8편의 소설이 실렸다. 10여 년을 가로지르는 소설들은 모두 수많은 연결로 어지러운 세상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고독한 사람들이 맺는 관계를 들여다본다. 『고독사 워크숍』이 “고독사 워크숍을 시작하시겠습니까?”라는 초대장에서 시작했다면, 『이달의 이웃비』를 관통하는 질문은 ‘이달의 이웃비를 지불했나요?’다.

 

■ 이웃, 아무나와 누군가 사이

이웃이란 누구일까? 가까이 살며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좋은 이웃’도 있지만, 어쩌면 이웃은 ‘아무나’와 ‘누군가’ 사이의 어색하고 부담스러운 존재다. 잦은 마주침과 새어 나오는 소리로 누구보다 내밀한 정보들을 알고 있지만 모른 척 지나치는 사람. 층간소음이나 이런저런 귀찮은 부탁으로 마주칠 일이 없을 때 가장 좋은 사람. 그러니까 서로 빚지지 않아야 좋은 관계. 빚을 지지 않는 것은 이웃뿐 아니라 친구와 가족 사이에서도 미덕으로 여겨진다. 그런데 박지영의 소설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어떤 이유로든 옆 사람에게 빚을 지고야 만다. 치매에 걸린 강만석(「쿠쿠, 나의 반려밥솥에게」), 정신 장애가 있는 병식(「이달의 이웃비」), 누군가의 후원이 필요한 미연(「경주는 왜냐하면」). 이들은 이웃의 도움이 있어야만 살 수 있고 어쩔 수 없이 이웃에게 불편을 끼친다. 살아가며 빚을 질 수밖에 없는 건 모두가 마찬가지다.

 

■ 이웃비, neighborhood fee

소설집을 관통하는 키워드인 ‘이웃비’는 이웃에게 지불해야 하는 비용을 의미한다. 『고독사 워크숍』은 “고독사하는 데도 돈이 든다.”라는 문장으로 시작되는데, 이때 ‘고독사 비용’은 월세와 장례비일 뿐 아니라 죽음 이후 나를 돌볼 이웃 사람들에게 치를 일종의 ‘이웃비’라고 할 수도 있겠다. 워크숍의 참가자들은 아이러니하게도 고독사를 준비하며 서로 연결된다. 스치는 인사와 짧은 댓글은 모두 이웃에게 지불하는 ‘이달의 이웃비’다. 박지영은 우리가 살아가며 이웃비를 주고받는 순간들을 포착하며, “접속되는 모든 것이 서로의 안전을 위협”(「팀파니를 치세요」)하는 세상에서 타인과의 접촉이 외로운 이들을 건져내 살게 하는 순간들을 보여 준다.

 

■ 별것 아닌 것을 주고받기

이웃비는 별것이 아니기에 별것이다. 「경주는 왜냐하면」에서 경주는 미연에게 계속해서 ‘별것 아닌 것’을 건넨다. 가끔은 그것들을 별것이라고 착각하면서. 하지만 실제 그것이 별것인지 아닌지보다 중요한 것은 별것 아닌 것을 건네받아 그것을 허투루 써 버리는 것, 스스로 그래도 되는 사람이라는 걸 경험하는 일이다. 결국 별것 아닌 것을 주고받는 마음이야말로 별것이다. 이 주고받음은 경주와 미연이 자신들의 꿈에 한 발짝 다가가게 만든다. 「누군가는 춤을 추고 있다」에서 ‘나’가 모욕당한 민주에게 건넨 작고 귀여운 와펜들은 두 사람이 서로가 겪어 온 모욕에 대해 이야기하며 함께 ‘모욕 모자’를 만드는 일로 이어진다.

 

■ 별것 아닌 것, 이웃비의 의미

별것 아닌 것, 쓸모없는 것들이 모여 가장 아름다운 것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 주는 데에 박지영 소설의 매력이 있다. 사람들이 잃어버리고 잊어버린 물건들을 모으는 청소기 수리 기사는 자신이 모으는 쓸모없는 것, 먼지 덩어리가 아름다운 지구를 이루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청소기로 지구를 구하는 방법」) 좌표 위 어디에도 찍히지 못한 숫자, 정수가 아닌 허수들의 만남은 새로운 가능성을 만들어 낸다.(「허수의 탄생」) 별것 아닌 것들을 주고받으며 얽혀들어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독자들 역시 나도 모르는 새 건네받은 것, 손에 쥔 따뜻한 것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 작품 소개

*쿠쿠, 나의 반려밥솥에게

치매 걸린 아버지의 간병인을 자처한 강선동은 그 대가로 형과 누나에게 자신이 제공하는 서비스와 애정에 대한 보상을 요구한다. 다정한 말과 포옹에 대한 비용은 별도 부과. 하지만 기대와 달리 돌봄 노동에 책정되는 최소한의 비용만을 받게 된 강선동은 치매 걸린 아버지의 일상을 영상화해 인기 유튜버가 되려는 꿈을 꾼다.

 

*경주는 왜냐하면

매듭장인인 엄마의 공방을 물려받은 경주에게는 ‘지독하게 얽히고 싶은’ 사람이 있다. 미연은 자기를 후원해 달라고 천연덕스럽게 말하는 여자애, 꼴랑 그만큼 후원해 줬다고 자기 인생에 개입할 생각은 아니지 않냐고 당돌하게 말하는 여자애다. 경주는 성인이 된 미연이 계속 자기에게 의지하기를 바란다. ‘침해적 관계’를 원한다. 인류학자 마거릿 미드는 다친 사람을 치유해 준 흔적, 부러졌다 붙은 흔적이 있는 뼈가 문명의 상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어쩌면, 곁에 붙잡아 두려고 의도적으로 부러뜨린 뼈야말로 인류 문명의 시작이 아닐까?

 

*이달의 이웃비

정신 장애가 있던 형이 죽었다. 평생의 짐이자 두려움이었던 형이 죽은 후, 동석은 당근마켓에서 주기적으로 이웃들과 거래하는 병식을 만난다. 병식은 필요치 않은 물건을 구매하고 거리를 청소하고 실종된 이들을 찾아다닌다. 이웃으로 남기 위해 지불하는 비용, 이달의 이웃비다. 동석과 형에게 이웃은 한 번도 되거나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하지 못한 것이다. 어쩌면 동석도 누군가의 이웃이 될 수 있을까? 동석은 병식과 함께 사라진 이웃들을 찾아다니기 시작한다.

 

*청소기로 지구를 구하는 법

남자는 고객들의 집에 방문해 청소기를 고쳐 주는 수리 기사다. 잘못된 방법으로 청소기를 사용하는 수많은 사람들. 집 안에서 물건을 잃어버리고도 잃어버린 줄 모르는 사람들. 고객들의 집에서 고객들이 잃어버린 물건들을 하나씩 가져오면서, 남자는 자신도 누군가 잃어버린 물건 같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언젠가는 쓸모없는 것들로 가장 쓸모 있는 것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평범한 누구든 영웅이 될 수 있는 시대니까. “매일 아침 하찮은 나 자신으로 살기 위해 깨어난다는 것”은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내 글에서 냄새 나?

‘나’는 개인 홈페이지에 「창조적 살인을 위한 99가지 제안」이라는 만화를 올리기 시작한다. 마지막 100번째 연재를 앞두고, ‘나’는 알 수 없는 냄새의 원인을 찾아 방 안의 상자를 연다. 악취 나는 상자 안에는 ‘나’의 과거의 얼굴 아흔아홉 개가 들어 있다. 웃어야 해서 웃었던 얼굴들. 생존을 위해 뒤집어썼다가 상자 속에 가둬 버린 초라한 얼굴들. 냄새 나는 얼굴들을 하나씩 꺼내어 닦고서야 100번째 연재의 상이 그려진다.

 

*팀파니를 치세요

시나리오 「사이렌」은 27년 동안 방공호에 갇혀 산 남자의 이야기다. 남자의 영상을 보며 주요 멘트들을 정리하고 프리뷰 대본을 만드는 것이 연수의 일. 그런 연수를 피시방 아르바이트생 무영이 지켜보고 있다. 무영은 연수의 입모양을 따라 말해 본다. 그런 무영의 목소리가 폴리아티스트 명에게 전해진다. 너무 많은 소리에 지쳐 버린 명은 무영이 보내 온 영상을 보다가 그동안 자신에게만 들려왔던 환청 같은 소리, 뜻을 알 수 없는 단어를 듣게 된다. ‘노포크의 만두 여왕님. 노포크의 만두 여왕님.’

 

*누군가는 춤을 추고 있다

구립 아트센터에 소품 강좌를 하러 가던 ‘나’는 민주가 모욕당하는 장면을 목격한다. 모욕하려는 의지가 분명한 말들과 그 말을 듣는 사람. 민주는 황급히 자리를 떠나려는 ‘나’를 불러세워 자신의 모욕을 지켜봐 달라고 부탁한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나’는 민주의 손에 작고 귀여운 와펜들을 쏟아놓는다. 이후 민주가 ‘나’를 찾아와 말한다. “모욕 모자를 만들고 싶은데요.” 모욕 모자를 만들기 위해 두 사람은 그동안 모욕인 줄도 모르고 받았던 모욕들을 꺼내 놓기 시작한다.

 

*허수의 탄생

구시가지의 가로수들이 주사된 독극물로 인해 죽는 일이 발생했다. 도대체 누가 이런 일을 벌이는 걸까? 수학 학원에서 강사로 일하는 봉서는 범인을 찾아 나선다. 상가 앞의 죽은 가로수를 좌표 (0,0)으로 삼고 걷기 시작한다.

 

■ 추천의 글

“『이달의 이웃비』가 긍정하는 무쓸모, 잉여, 비밀, 빈 괄호, 공백, 허수 등은 모두 어쩌면 우리가 종종 망각하는 예술의 술어들이다. 현실과 쓸모와 효율성과 생산성 등이 압도적인 자연이 된 세계에서 다른 세계를 상상하게 할 틈새가 어딘가 한 군데쯤은 있어야 한다는 믿음. 공상과 무쓸모와 비효율과 여가와 유희 등이 한편으로는 인간을 살아내게 해 왔다는 믿음. 어쩌면 그런 것이 소설집 전체를 가능하게 한 동력이다.”

―김미정(문학평론가)

■ 작가의 말

“나는 여전히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면 마이쭈와 초코파이, 그와 유사한 작고 다정한 것들을 건네고 나눠먹는 것으로밖에 마음을 표현하는 법을 모른다. 그래서 내 소설의 인물들은 자꾸만 별것도 아닌 것을 건네주고 건네받곤 하는 모양이다.

별것도 아닌 것을 굳이.

그것이 여기 담긴 여덟 편의 단편에 담긴 마음.”

목차

쿠쿠, 나의 반려밥솥에게 7

경주는 왜냐하면 63

이달의 이웃비 137

청소기로 지구를 구하는 법 225

내 글에서 냄새나? 261

팀파니를 치세요 297

누군가는 춤을 추고 있다 347

허수의 탄생 397

작가의 말 443

작품 해설 447

결국은 빈 괄호에 있다_김미정(문학평론가)

작가 소개

박지영

2010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했다.

장편소설 『지나치게 사적인 그의 월요일』로 2013년 조선일보 판타지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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